국제정세 vs 사업성 뒤엉킨 화웨이 5G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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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외신에 영국과 프랑스가 화웨이 5G 장비를 배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주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5G 상용화를 하면서 화웨이 5G 장비를 썼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주도의 반(反) 화웨이 기류는 미국 우방 국가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에 대해 충성도가 높은 일본 역시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퇴출에 앞장서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 또한 양국 군대의 맨손격투 충돌로 화웨이(중국) 배제에 나섰다. 인도는 떠오르는 글로벌 5G 격전지로 장비 업체들에게 가장 매력 있는 시장이다.

화웨이 5G 장비 퇴출을 주장하는 미국 측 명분은 보안 위협이다. 화웨이 통신장비에 백도어가 심어져 있어 국가와 기업의 기밀 정보가 중국 정부에 전달된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검증된 적은 없다.

반면 최근 스페인 정보국 산하 인증기관으로부터 화웨이의 5G 장비가 최고 수준의 보안성을 입증하는 국제 공통평가기준(CC) 인증을 받기도 했다. 화웨이 5G 장비는 스페인, 이탈리아,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 스웨덴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 많은 국가에서 도입했다.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볼 때, 화웨이 장비 보안 이슈는 정치 외교적인 차원의 논란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 중심의 IT 기술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공포에서 시작됐다는 의심이 든다. 중국 ‘기술 굴기’의 중심에 있는 화웨이를 두고 벌이는 싸움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화웨이 장비, 특히 5G 장비에 대한 우리나라의 입장은 어떨까? 논란 초기에 정부의 입장은 “화웨이 보안 문제는 아직 검증된 것이 아니다”였고, 지금도 비슷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 화웨이 장비를 일부 도입한 LG유플러스 외에 ‘중국’ 5G 장비에 대해 진척된 것은 없다.

5G 장비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에릭슨과 노키아가 화웨이의 경쟁 상대다. 화웨이 퇴출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 중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와 국내 장비 업체들도 해외에서 기회를 잡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치 외교적인 관점에서 벌어진 논란을 비즈니스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화웨이 5G 장비를 이미 도입한 국가들은 누구 편에 서는 것이 외교적으로 유리한 지 가리는 패싸움에 아직 끼어들지 않았다. 반 화웨이 기류는 더 확산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조금 특별한 경우다.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면서, 경제와 북한 이슈로 중국에도 자유로울 수 없는 정치적-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비즈니스만 두고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거나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취재 뒷 이야기를 전하자면,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하지 않은 국내 통신사들 역시 사업성 측면에서 화웨이를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화웨이의 장비가 20~30% 가량 저렴하고, 기술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란다.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26% 대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입증이 됐다.(물론 중국 시장이 큰 몫을 했다) 5G 전송속도 역시 최대 35% 가량 빠른 결과가 나왔다는 통신사 관계자의 주장도 들려왔다.

이에 대해 한 통신사 관계자는 “화웨이 5G 장비 도입에 대해 성능 테스트나 도입 논의가 공식적으로 진행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스갯소리로 넘겨야 할 지 모르지만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통신사의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루머도 들린다. 트럼프가 낙선하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미중 관계가 어느 정도 재정립되고, 화웨이에 대한 정책 기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썰’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통신사업자들에게 4조원 규모의 5G 설비투자 조기 집행을 부탁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돌파하려는 의도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서 막대한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떠도는 루머처럼,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해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국내 통신사들의 5G 설비투자는 올해 11월 이후를 기대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문장이 최첨단 IT 분야에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