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네이버의 불안한 미래

가 +
가 -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1302019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앞으로 대형 브랜드와 유통사 간 협력을 강화해 상거래 생태계를 확대해 나가려고 한다면서 네이버 쇼핑 내 브랜드 스토어를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궁극적으로 모든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 대표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30일 발표된 2020년 2분기 실적만을 놓고 보면 네이버가 가는 길은 한 대표의 말처럼 됐습니다. ‘쇼핑’을 중심으로 성장을 구가한 것이지요.

쇼핑이 포함된 네이버의 비즈니스플랫폼사업 부문과 쇼핑과 밀접하게 연관된 네이버페이가 포함된 ‘IT플랫폼사업 부문의 매출 합(7772억원+1802억원)은 올해 2분기 9574억원(잠정실적 기준)입니다. 네이버 전체 매출(영업수익, 1902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50.32%)을 넘었습니다. 2019(50.12%)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이구요.

하지만 화려한 ‘쇼핑’ 실적 뒤에는 네이버가 당면하고 있는 불안한 미래가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네이버의 2분기 실적발표는 쇼핑이 이루어다 준, 쇼핑이 가져다 줄 ‘성장’에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자료 각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쇼핑’과 ‘커머스’라는 단어이고, ‘성장’과 ‘증가’라는 단어입니다. 연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6.7% 늘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79.7%, 226.7% 늘었죠. 네이버는 아래 참고그림처럼 지난 호성과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자들에게 성장 가능성을 어필하고 싶었을 겁니다.

네이버의 2020년 2분기 실적 발표 자료 발췌./자료=네이버

그런데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다소 이해가 안가는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흔히 ‘네이버’라고 부르는 그 ‘네이버’라는 회사의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고 수치가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종속기업)를 뺀, 네이버만의 개별 매출은 작년 2분기보다 감소(12억원9937억원)했고, 당기순이익도 작년보다 감소(2789억원2538억원)했거든요.

네이버 2분기 연결/개별 손익계산서./자료=네이버

네이버가 보유한 자회사를 모두 합친 ‘공룡’ 네이버의 실적은 ‘깜짝 실적’이었을 지라도 네이버 단독의 실적은 기대치에 썩 미치지 못한 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공룡’ 네이버의 실적 호전은 주로 자회사의 실적 호전과 적자를 보던 자회사의 적자 축소 때문일 거라는 논리가 성립하게 되는데 확인해 보겠습니다.

실제 수치를 보면 네이버 종속기업의 매출 합은 9088억원입니다. 네이버 연결손익계산서에서 네이버 개별손익계산서를 단순 차감해서 구한 수치입니다. 이렇게하면 네이버를 제외한, 네이버가 연결 회계에 포함하고 있는 종속기업들의 실적을 대략 발췌할 수 있습니다. 잠정 실적인데다, 계열사간 회계적 조정을 거쳐야 해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종속기업들의 대략적 실적 흐름은 엿볼 수 있지요.

같은 계산 방식으로 차감해보면 종속기업들의 2분기 영업손실은 1315억원, 당기순손실은 1631억원이었습니다. 여전한 적자이지요. 이 종속기업에는 네이버가 미래 먹거리를 위해 끊임없이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스노우’나 ‘네이버랩스’, ‘네이버웹툰’, ‘브이라이브(V Live)’ 등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차감해 뽑아낸 분기별 실적을 보면 영업손실은 지난해 2분기부터 분기별로 ‘2207억원, -1406억원, -1880억원, -1040억원, -1315억원’ 순의 흐름을 보였습니다. 당기순손실은 ‘-2511억원, -2255억원, -494억원, -1922억원, -1631억원’ 순이었습니다.

자료=네이버 2020년 2분기 실적

확실히 1년전보다 개선된 수치인 것은 맞습니다. 올해 2분기엔 작년 2분기보다 영업손실을 900억원 가까이 줄였고, 당기순손실도 900억원 가량 줄였지요.

특히 매출 증가 규모는 약 3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네이버는 한 대표의 공언도 있고 하니, 이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을 겁니다. 확실히 네이버가 자료에서 강조한 ‘스마트스토어 거래액 성장, 웹툰 거래액 성장, 브이라이브(V LIVE) 매출 회복’ 등의 단어들은 틀린게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 단독의 매출 및 이익 감소, 자회사들의 여전한 적자 행진은 이번 2분기 실적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게 합니다. 구글이 이번 분기 사상 첫 매출 감소를 겪었다지요. 두 플랫폼 공룡을 오버랩해서 바라보면 ‘플랫폼’ 기업의 미래 성장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지속하지만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는 겁니다. 한 대표가 성장 동력이라고 강조한 ‘쇼핑’, 과연 네이버를 이런 우려 속에서 살려내 줄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