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사업 뛰어든 토스, 돈으로 시간과 고객을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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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금융플랫폼 ‘토스’(TOSS)가 3일 토스페이먼트를 출범하고 전자지급결제사업(PG)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PG시장 점유율 20%가량 차지하는 LG유플러스 PG사업부를 인수하는 협약(SPA)를 맺은 지 8개월만이다.

PG사업자들이 100여 개에 달하는 상황임에도 토스는 2022년 500조에 달할 PG 결제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했다. 자사의 ‘간편결제’와 하루 내 만들 수 있는 가맹점 결제망 구축 프로세스, 쉬운 UX/UI등을 내세워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신규 소규모 창업자에 대해 PG가입비 무료 정책 등 영세 사업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내놨다.

그 가운데서도 주목되는 정책은 ‘빠른 정산’이다. 가맹점 결제 정산을 단 이틀로 줄여주는 서비스라는 게 토스 측 설명이다. 그런데 토스의 빠른 정산을 보면 묘하게 네이버가 연상된다.

지난 7월 28일 네이버파이낸셜이 출범 후 첫 서비스로 소개한 게 바로 ‘빠른 정산’이다. 네이버는 연말까지 자사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가맹점에 기존 9.4일이었던 정산주기를 5.4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같은 기술력을 갖춘 회사가 정산 주기를 닷새로 줄인 것도 획기적이다. 그런데 토스는 그보다도 3일이나 빠른 이틀 내 정산을 선언한 것이다.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 걸지 궁금했다.

빠른 정산을 대하는 네이버와 토스의 다른 자세

우선 결제에서부터 정산기일까지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오픈마켓의 경우 구매발생일로부터 4~14일 내 정산을 해준다. 이는 상품 판매 과정에서 판매자나 구매자 어느 한쪽에서 사기가 생길 경우를 막기 위한 장치다.

문제는 정산기일이 워낙 길다 보니 가맹점주의 현금흐름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당장 오늘 발생한 결제대금을 최대 2주 후에 받게 되면 가맹점은 재고 관리나 직원에 대한 급여 지급, 비즈니스 확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해당하는 대형마트나 소셜커머스에 입점한 가맹점에는 법적으로 이 기간이 40일까지 늘어난다.

이 같은 문제에 착안해 선정산 서비스도 등장했다. 일 평균 0.01~0.015% 안팎의 수수료를 받고 판매대금의 상당액을 먼저 주는 것이다. 쿠팡 마켓플레이스가 KB국민은행과 손잡고 선보인 선정산 서비스가 대표적이며, P2P금융사 중 이 사업에 뛰어드는 곳도 적지 않았다.

네이버파이낸셜과 토스의 빠른 정산은 자체적으로 정산기일을 줄였다는 차원에서 선정산과는 개념이 다르다. 가맹점들은 이전보다 빠르게 매출을 정산받으면서도 따로 수수료를 내지 않게 돼 득이 된다.

다만 정산기일 단축을 대하는 두 회사의 접근법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쉽게 표현하자면 평균 정산기일 5.4일을 내세운 네이버의 경우 기술력으로 이를 줄였다면, 토스의 경우 돈으로 시간을 사려 하는 것이다.

기술로 시간 줄인 네이버, 돈으로 시간 사는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먼저 짚어보자.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정산기일 단축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설명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소비자가 상품 구매 후 ‘구매확정을 누른 지 하루 뒤’ 정산을 하는 형태로 기일을 5.4일로 줄인다고 밝혔다.

이 배경에는 네이버가 스스로 “업계 최고”라 자랑하는 부정방지사용시스템(FDS)이 깔려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발생한 결제금액 52조원 중 사고 금액은 930만원으로 사고 발생률은 단 0.000018%에 불과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최인혁 대표는 “FDS를 통해 사용자 결제 사기나 반품, 사업자의 매출 변동성과 사업자 정보, 이상거래, 자전거래 등을 판단해 위험하지 않으면 빠른 정산을, 위험하다면 정산을 중단하는 것을 테스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토스의 정산기일 단축에 대해 토스 측은 “정책적 결정”이라 밝혔다. “사업 파트너인 가맹점의 성장을 돕기 위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원에서의 접근”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정책적’이란 말이 주는 모호함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하면 이렇다. ‘가맹점들의 보증보험을 의무화하고, 대신 보험료는 우리가 내주겠다.’ 새롭게 확보한 모든 가맹점에 보증보험을 제공해줌으로서 정산기일을 앞당길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리스크 헷징’하겠다는 것이다.

토스페이먼츠가 출범과 함께 내세운 ‘이틀짜리 정산’과 ‘가맹점 보증보험 무료 가입’은 한 쌍으로 묶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빠른 정산의 바탕에는 토스의 투자가 깔려있는 셈이다.

‘규모의 경제’ 이뤄낸 토스, 수익 모델은 언제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사진=비바리퍼블리카

토스페이먼츠의 이 같은 정책은 2015년 출범 이후 엄청난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뤄낸 토스의 그간 행보를 떠오르게 한다.

핀테크 플랫폼을 깐 뒤 무료 서비스를 제공해 대규모 고객을 확보하는 건 그간 토스의 일관된 전략이었다. 사실 핀테크 사업자들 모두 비슷한 전략을 취해왔는데, 출혈 경쟁을 통해 성공 모델로 자리매김한 곳은 토스와 뱅크샐러드, NHN페이코 정도에 불과하다.

감사보고서가 확인되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토스는 당기순손실로만 총 207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 17억원으로 분기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이는 그간의 순손실 대비 0.81%에 불과하다. 비용 대부분은 간편송금 서비스에 대한 금융사 수수료와 대규모 마케팅에 따른 지출이다.

지난 7월 LG유플러스부터 인수한 PG사업부의 몸값은 3650억원에 달했다. LG유플러스 산하에서 순이익이 발생해온 곳이긴 하나, 당장 100여개 업체 간 경쟁에서 차별화를 위해 적잖은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규직 설계사를 대거 뽑은 토스인슈어런스의 수익 실현이 당장은 요원해 보이며, 내년까지 출범할 증권과 인터넷은행에도 적지 않은 돈을 더 넣어야 할 게 확실시된다.

올해 처음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낸 토스가 언제 또 다시 적자로 넘어갈지 모르는 투자를 벌이고 있다. 아직까지 확실한 수익화 모델을 구축하지 못한 이 회사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