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데이터센터? 효성중공업의 갑작스러운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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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효성중공업이 수천억원을 들여 데이터센터 사업에 진출합니다. 데이터센터는 ‘굴뚝없는 공장’이라고 말하지요. 국내 대표적 굴뚝업체인 효성중공업이 굴뚝없는 공장업에 진출하는 것도 이채롭구요. 자기자본이 9336억원인 효성중공업이 자기자본의 13.63%를 들여서까지 이질적 사업에 진출하려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효성그룹 본사./사진=효성그룹

효성중공업의 자회사인 에브리쇼는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시행된 5일 공시를 통해 318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모회사인 효성중공업이 1272억원을 납부하고 해외 합작사가 나머지 1908억원을 투입합니다. 데이터센터 사업이 목적입니다.

효성중공업의 재무상황을 보면 얼마나 쉽지 않은 결정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올해 1분기 기준 효성중공업의 자본총계는 9336억원입니다. 무려 자기자본의 14%를 전혀 이질적 사업에 투입하는 것입니다.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590억원입니다. 현금의 절반을 쓰는 셈이지요. 물론 6년간 매년 나누어 투입하니 당장 이 자금 전부가 투자비로 소요되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효성중공업은 효성에서 분할전부터 자주 적자를 내던 기업이었습니다. 2018년과 2019년에 흑자를 내긴 했으나 올해 1분기엔 56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적자전환했습니다.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고 그 돌파구 사업 중 하나로 데이터센터를 구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다른 여러 기업들도 이미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환기에 수요가 크게 늘것으로 봤고 신사업 진출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과연 효성중공업이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사업은 해볼만한 사업일까요. 굴뚝 기업과 굴뚝없는 공장의 궁합은 어떨까요.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립니다.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가 산업 여기저기에서 다크호스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만봐도 시대가 변해도 많이 변했음이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네이버나 카카오같은 기업은 데이터센터 확보가 일상입니다. 수십만대의 서버를 돌려야 트래픽 감당이 가능하고 축적된 데이터는 또 사업의 밑바탕이 됩니다.

그런데 변압기, 차단기, 전동기를 만들고 아파트를 건설하는 효성중공업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하는 건 너무 이질적인 조화가 아닌가 언뜻 생각이 듭니다.

데이터 사업 전문가들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잘 지은 데이터센터 하나가 기업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인 데이터센터에 재생에너지 및 절전 기술을 합치면 수익률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블루오션’ 입니다. 데이터센터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는 ‘리츠’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미국에 상장된 데이터 센터 리츠는 지난 1년 동안 평균 36%의 누적수익률을 기록, 전체 리츠 시장 수익률(-10%)를 압도했습니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에 진출했고, 부동산개발 회사인 보성산업도 LG CNS 등과 손잡고 데이터센터 공동 개발에 나섰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조망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입니다. 디지털전환의 핵심은 데이터이고, 이제는 누가 데이터를 잘 모으고 활용하느냐에 경쟁력이 달려 있습니다. 네이버와 달리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쓰던 카카오가 직접 데이터센터를 보유하는 방식에 대해 검토하는 것도 데이터센터의 사업성을 말해줍니다.

효성중공업의 데이터센터 사업 선택, 우리나라 굴뚝 기업들의 고민과 방향성에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