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1에 엑시노스 탑재?… 삼성의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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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내년 선보일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아직 미출시한 ‘엑시노스1000’를 AP로 쓸 것이란 루머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소문이 사실이라면 모바일 AP 부문에서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밀렸던 삼성전자가 추격에 성공했다고 해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 같은 소식은 SNS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IT정보 유출로 유명한 베트남 트위터리안 ‘Chun’(@Boby25846908)은 “모든 갤럭시S21(가칭) 모델은 곧 출시될 ‘엑시노스1000’을 사용할 것이라 들었다”라고 말했다. ‘Mauri QHD’(@Mauri QHD)도 S21 울트라 모델에 엑시노스1000이, S21에는 엑시노스991과 992가 각각 들어간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지만 단순 루머로만 치부하면 안 될 이슈다. 올해 출시한 갤럭시S20, 노트20, Z폴드2 모델에 모두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메인 AP로 쓰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스마트폰 시장 세계 1위 회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AP가 아닌 경쟁사 제품을 써 온 것이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CPU는 ARM, GPU는 AMD로 ‘탈 퀄컴’ 노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10 모델까지 AP에서 내수용으론 엑시노스를, 해외에선 스냅드래곤을 쓰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S20, 노트20에 모두 퀄컴의 스냅드래곤865를 메인으로 쓰는 변화를 택했다. 오는 9월 출시될 갤럭시Z폴드2에도 스냅드래곤 865+가 탑재됐다.

내수용 갤럭시 시리즈에 엑시노스가 아닌 스냅드래곤을 쓰는 건 엑시노스를 처음 탑재하기 전인 2014년(갤럭시S5) 이후 처음이다. 아주 쉽게 말해 삼성전자가 두 AP의 성능 차이를 인정한 것인데, 이에 대해 모바일 장비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지난해 결정한 두 가지 의사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삼성전자는 AMD의 협업을 발표했다. AMD의 ‘RDNA’ 아키텍쳐를 엑시노스에 넣는 방식으로 GPU를 구현하겠다는 것이었다. 엑시노스는 그간 줄곧 ARM IP를 활용한 ‘말리’ GPU를 탑재했으나 스냅드래곤 대비 낮은 성능과 발열 문제로 논란이 됐다.

실제로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의 성능 차이는 적지 않은 상황이다. 유튜브 계정 ‘스피드테스트G’는 스냅드래곤865+와 엑시노스990이 들어간 갤럭시노트20의 3D 그래픽 작업 처리 속도를 비교했는데, 같은 업무에서 스냅드래곤은 1분 30초, 엑시노스는 1분 50초로 20초나 격차가 났다.

‘스냅드래곤’이 탑재된 갤럭시노트20(왼쪽)과 ‘엑시노스’가 탑재된 갤럭시노트20의 성능을 비교하니 스냅드래곤 쪽이 약 20초 빠른 3D 그래픽 처리 속도를 보였다./사진=유튜브 ‘Speed Test G’ 영상 갈무리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벤치마크 전문툴 ‘Geekbench’에 AMD 아키텍쳐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엑시노스 그래픽카드가 올라와 화제가 됐다. 퀄컴의 아드레노(Adreno) GPU보다 무려 2~3배에 달하는 퍼포먼스를 보인 이 GPU의 이름은 바로 ‘RDNA-Exynos’였다. 비록 비공식 벤치마크이긴 하나 그간의 고질적 문제였던 GPU 성능 이슈가 해결되는 모양새다.

AMD와 GPU 문제를 해결했다면, CPU 문제는 ARM과의 협력을 공고히 하는 형태로 접근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간 ARM의 IP를 받아 커스텀화하는 형태로 자체 CPU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자체 CPU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몽구스’ 팀을 해체한 뒤로는 ARM의 ‘코어텍스-X’을 적용한 CPU로 완전히 전향한 상태다.

ARM에 따르면 코어텍스-X는 기존 버전인 코어텍스-A78에 비해 퍼포먼스가 22% 높고, 특히 인공지능 단에서의 머신러닝에서 2배의 고성능을 보인다. 빅코어 성능이 AP 성능의 핵심이란 점에서 CPU 퍼포먼스 확대는 중요하다. 또한 모바일 게임과 증강현실·가상현실(XR), ML 기반 앱을 위한 기기 내 보안 등에 코어텍스 CPU가 강점을 가지게 될 전망이다.

ARM의 ‘코어텍스X 커스텀 프로그램’에 삼성전자가 파트너사로 참여했다./사진=ARM 코어텍스X 홈페이지 갈무리

AP 내재화 포기로 시스템반도체 투자하나

삼성전자가 모바일 AP의 내재화 전략이란 명분을 포기하면서 챙긴 이득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CPU는 ARM, GPU는 AMD라는 업계 최고 회사와 손잡으면서 스냅드래곤과의 경쟁에서 앞설 토양이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도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회사(IDM)로 반도체 개발 기술력과 더불어 TSMC에 견줘도 뒤지지 않을 파운드리 능력을 동시에 갖춘 회사다. AP를 설계해 ‘탈 퀄컴’에 성공할 경우 자체 파운드리 공장에서 찍어내고 이걸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형태로 비용을 낮출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AP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도 앞설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같은 전략으로 삼성은 그간 불필요하게 써왔던 자원을 좀 더 생산적인 곳에 쓸 수 있게 됐다. 패키징을 비롯한 후공정이나 이미지 센서, 고주사율·고해상도 DDI, NPU(신경망처리장치), 자율주행에 기초한 차량용 AP, 웨어러블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결국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1위 도약’을 하겠다는 선언과도 연결된다. 단순 퀄컴과의 경쟁이란 차원에서 나아가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TSMC와의 경쟁, 4차 산업혁명 이후 신기술 개발 차원에서의 해석까지 가능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