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나만...?

[넘버스]’1.5조’ 수수료 갑론을박…배민·네이버 그리고 국회

2020.09.03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PG사의 최근 3년간 전자결제 수수료 수익이 6조원을 넘어섰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카드수수료와 더불어 카드 수수료보다 비싼 PG사 수수료를 추가로 납부하는 상황이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이 기자들에게 보낸 보도자료 내용입니다.

PG사는 전자상거래 시 판매자가 카드사와 직접 가맹계약을 맺지 않고도 인터넷 전자결제를 할 수 있도록 지불을 대행하는 업체들을 말합니다. KG이니시스·티머니·NHN한국사이버결제 등의 회사들이 여기 해당됩니다. 권 의원은 이 가운데서도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우아한형제들을 지목하고, 두 회사가 가장 높은 수수료인 2.8%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두 회사가 근 3년 동안 거두어 들인 수수료만 각각 1조1210여억원, 3630여억원에 달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언뜻 보면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들립니다. 숫자가 사실이긴 합니다만, ‘거두어 들인’ 돈 전부가 곧 이들이 ‘번’ 돈은 아닐 수 있겠죠. 아니나다를까, 네이버파이낸셜과 우아한형제들은 “단순 비교하지 말라”며 발끈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 “동일비교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간편결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확산 영향으로 거래액이 늘어난 상황이라, 수수료 수익도 자연스럽게 증가했죠. 네이버파이낸셜도 이 대목에 대해서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거둬들인 수수료가 모두 네이버파이낸셜의 몫은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카드사 등에 지불해야 하는 결제수수료가 포함돼 있고, 다른 PG사가 제공하지 않는 부가서비스 비용이 포함돼 있어 수치만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는 주장입니다.

|자료=네이버 제공

네이버파이낸셜을 포함한 상위 10개사의 평균 수수료율이 2.2%로, 카드사 수수료를 상회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PG사는 가맹점을 대신해 카드사에 결제를 대신해주는 사업자”라며 “카드사에 기본적인 결제수수료를 부과하게 돼 평균 수수료율이 카드사 수수료를 하회하기 어렵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네이버페이는 스마트스토어·주문형페이·결제형페이 등 가맹점이 여러 유형으로 나뉩니다. 스마트스토어와 주문형페이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PG사의 단순 결제대행 모델과는 조금 다릅니다. 회원으로부터 주문서를 접수·관리하고 발송부터 교환, 반품 등의 판매관리도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죠. 게다가 배송 추적, 문의, 회원관리, 리뷰, 포인트적립, 고객센터 운영 등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므로 동일선상에서의 단순비교는 사실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단순히 결제대행만 하는 결제형페이는 평균 2.3%의 수수료율을 받고 있다”며 “영세 자영업자에게도 인하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아한형제들 “우리는 2차 PG사”

‘배달의민족·배민라이더스’ 운영사 우아한형제들도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평균적으로 주문금액의 2.8%를 외부결제수수료로 받지만, 그 돈이 전부 우아한형제들의 수입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우리는 결제대행을 다른 PG사에 맡긴 ‘2차 PG사’로서, 우리 결제를 대행해주는 1차 PG사 또는 카드사 등에 결제수수료를 전달하고 정산하는 역할을 한다”며 “수수료 대부분은 PG사, 카드사와 같은 원천사에 전달된다. 2차 PG사가 수수료를 직접 수취하거나 수수료율을 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자료=우아한형제들 제공

1차, 2차 PG사의 차이점이 뭐냐고요? 1차 PG사는 가맹점에 ‘직접’ 결제시스템을 제공해 결제대행을 수행합니다. 2차 PG사는 직접 결제대행을 하지 않고, 다른 PG사에 결제대행을 맡겨 수수료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죠. 이 회사는 “1차 PG사가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대해 받는 수수료를 2차 PG사는 정산해 전달할 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예를 들어, 1만원 결제 시 280원이 PG사 수수료로 지급되면 이 금액에서 1차 PG사, 카드사 등의 몫이 빠져나갑니다. 2차 PG사인 우아한형제들은 정산하고 남은 금액의 일부를 서버 유지비, 장비 유지비 등 플랫폼 운영비로 사용한다는 주장입니다. 실질적인 PG사는아니지만 PG사로 분류되는 이유는, 플랫폼사업자도 정산 업무를 수행하려면 PG사업자 등록이 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올봄 음식점주들에게 받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려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를 부랴부랴 철회했던 우아한형제들 입장에서는 고액 수수료에 대한 지적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측은 해명자료에서 “(우아한형제들은) 영세 소상공인께 우대수수료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2.8%의 평균 수수료율은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수취하는 3~3.5%보다 낮은 수치”라며 “온라인 카드결제 수수료에 대해 오프라인과 동일한 수준으로 보전하도록 한 정부 정책에 따라 신용카드 결제금액에 대해 우대 수수료를 적용하고 영세상인에게 환급해 드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앞으로도 업주분들에게 보다 편리한 수수료 정산시스템을 제공하고, 수수료 조정 및 협상과 관련해서도 영세 소상공인 분들의 목소리가 좀 더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PG사 임원 ㄱ씨도 “배민이 실제 PG사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고, 이를 거쳐가는 플랫폼 사용료를 가져가는 정도라 PG사와 직접 비교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임원은 “PG사의 요율이 높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PG사는 비대면 거래 특성상 발생하는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또 온라인 결제를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가치를 어느 정도는 인정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도 말했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볼까요. 권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PG사의 수수료, 정산주기를 지적하며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표준약관과 수수료, 결제정산 등 규제밖에 있는 PG사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짚었습니다.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제도를 손질해 이를 해결해야겠죠. 하지만 숫자를 ‘뭉텅이’로 잘라 말하는 건, 주장이 담고 있는 본질과 되레 멀어지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