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한컴그룹의 성장…한컴오피스는 ‘원 오브 뎀’

가 +
가 -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2019년 출시된 한컴오피스 2020 / 자료=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국내 1세대 소프트웨어 기업입니다. 1990년 10월에 설립됐으니 햇수로 벌써 30년 차가 됐네요. 예나 지금이나 한컴에 대해 말하면 누구나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한컴 오피스’입니다. 적어도 학창시절 컴퓨터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교육용 한컴 오피스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죠.

한컴은 2010년 전후 여러 부침을 겪긴 했지만, 회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오피스만큼은 시류에 뒤처지지 않도록 꾸준히 개선해왔습니다. (한컴 오피스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조금씩 다릅니다만) 그 결과 지금은 MS 워드와의 호환성은 95% 이상, 기타 편의성도 많이 개선돼 공공을 넘어 일반 기업에서의 한컴 오피스 도입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죠.

또 최근에는 클라우드와 한컴 오피스의 연동성이 강화되고 네이버, NHN 같은 외부 기업과의 서비스 연계도 확대되면서 오피스 사업은 여전히 한컴의 중요한 성장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B2C 클라우드 오피스, 기업 수요 증가에 따라 한컴의 오피스 추정 매출은 작년에 약 1000억원, 올해는 1100억원, 내년에는 1200억원 수준으로 매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그럼 한컴은 지금도 오피스 사업으로 먹고사는 회사일까요? 한컴만 놓고 보면 그럴수 있으나, 그룹으로 눈을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올해는 한컴그룹 계열사들의 성장이 눈에 띄는 한해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 한컴그룹의 지배 구조를 살펴보면 지주회사 격인 한컴위드가 한컴의 최대 주주이며, 한컴 아래 한컴라이프케어, 한컴MDS, 한컴인터프리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주목할 것은 바로 한컴MDS와 한컴라이프케어의 확 달라진 존재감입니다.

한컴그룹 지분 구조 (20.07 기준) / 자료=한컴

안정적인 임베디드 지원군 ‘한컴MDS’

먼저 한컴MDS부터 볼까요? 원래 ‘MDS테크놀로지’란 이름의 이 회사는 한컴이 2014년 인수한 임베디드 업계의 대어입니다. 자동차, 국방·항공, 모바일, 디지털 가전 등 광범위한 영역의 임베디드 개발툴, 솔루션을 개발하며 창사 이래 꾸준한 성장과 흑자를 기록해왔죠.

인수 당시만 하더라도 오피스 개발사인 한컴이 왜 임베디드 회사를 인수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앞서 2010년 한컴을 인수한 보안회사 소프트포럼(이후 한컴위드)과 한컴, 그리고 MDS테크놀로지의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전략적 인수였는데요. 이 베팅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컴MDS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80억원, 55억원입니다. 2019년 전체 영업이익이 70억원이었으니 올해 스타트도 좋은 편이죠. 그리고 높은 매출을 달성 중인 한컴MDS가 지난해부터 한컴의 연결로 포함되면서 한컴은 2019년 전년 대비 매출이 50%나 증가한 3193억원의 매출을 달성합니다. 한컴에서도 매출 성장의 공신으로 주저 없이 한컴MDS를 꼽죠.

시장 측면에서도 전세계적인 시스템 지능화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 광범위한 산업설비의 시스템을 제어하는 임베디드 솔루션의 가치는 여전히 주효합니다. 당장 국내 임베디드·인텔리전트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도 2018년 40조원에서 2023년 60조원까지 연평균 8.5%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또 한컴MDS가 집중하는 임베디드 개발툴, SoC·모듈·보드 등의 시장은 애초 경쟁자가 ‘갑툭튀(갑자기 발생함)’하는 산업도 아닙니다. 그만큼 특별한 이변이 없는 이상 한컴MDS는 앞으로도 오피스와 함께 한컴 비즈니스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되겠죠.

‘물 만난 고기’ 한컴라이프케어

사실 진짜배기는 한컴라이프케어입니다. 개인용 보호장구를 다루는 한컴의 하드웨어 계열사죠. 2017년 인수한 ‘산청’이 전신입니다. 오피스 회사가 이번에는 보호구라니, 사람들은 또 물음표를 띄웠습니다. 전혀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었거든요.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당시 산청이 4년 연속 평균 25.8%의 외형적 성장을 이뤄내던 우량 기업이라는 점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한컴그룹의 김상철 회장은 새로운 기회를 엿봤습니다. 하드웨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탈피하려면 직접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융복합하는 역량을 갖추는 게 답일 거라고요. 산청의 인수도 ICT 기술을 접목한 안전장비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 속에서 한컴의 사업 다변화 및 체질 변화의 기회로 여겼을 겁니다.

놀랍게도 이 산청 인수 역시 단기간에 ‘대박’을 칩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아름다운 융복합 결과물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요. 최근 몇 년간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한컴라이프케어가 지난해부터 만들기 시작한 황사용 마스크 역시 좋은 판매고를 올리게 된 겁니다. 그리고 올해 코로나19까지 전세계를 강타하며 관련 매출은 수직 상승하게 됩니다.

한컴헬스케어가 수출하는 KF94 마스크 / 자료=한컴헬스케어

올해 한컴의 상반기 연결실적을 살펴보면 한컴라이프케어는 2분기에만 전년동기대비 120% 증가한 506억원의 매출과 무려 725% 급증한 16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습니다. 매출 규모는 한컴MDS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은 3배 이상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죠.

한컴라이프케어의 성장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우선 지난 3월 인수한 마스크 제조기업 ‘대영헬스케어(현 한컴헬스케어)’ 덕분에 마스크 판매량은 1분기 900만장에서 2분기 1900만장으로 늘었습니다. 생산량도 월 900만장 수준으로 늘었고 추후 설비 확충 등을 통해 연간 1억장까지 생산 가능한 체계를 갖출 예정입니다.

여기에 지난 7일에는 미국 정부 기관에 KF94 마스크를 월 400만장 수출하는 계약도 체결했습니다.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상용화가 내년 말로 예측되는 가운데 이처럼 마스크를 통한 매출은 당분간 계속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코로나19는 한시적일 것이므로 마스크 매출은 언젠가 감소할 겁니다. 한컴 입장에선 단기적 성과에 쾌재를 부를 게 아니라, 지금 벌어들인 자금을 토대로 당초 그렸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융복합 아이템 개발을 함께 시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확 줄어든 오피스 비중

한컴MDS의 합류와 한컴라이프케어의 기록적인 성장으로 한컴의 매출 구조 중 오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습니다. 증권가 분석 보고서들을 살펴보면 1분기 매출에서 한컴 오피스의 비중은 약 30%입니다. 오히려 한컴MDS가 약 47%로 가장 비중이 컸고, 한컴라이프케어는 23% 정도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2분기에는 마스크 판매 확대로 한컴라이프케어와 한컴MDS의 비중이 뒤바뀌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한컴에게 오피스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처럼 회사 전부를 대변하는 제품이 아닙니다. 물론 윈도우처럼 여전히 상징성은 크겠지만, 성공적인 사업 확장의 결과로 ‘원맨쇼(One-man show)’가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환된 것입니다.

재밌는 건 한컴의 사업 확장이 여기서 끝나지 않았단 사실입니다. 지난 9일에는 우주·드론 전문기업 ‘인스페이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발표했죠. 이는 드론 교육 등에 관심을 보이던 한컴이 이젠 본격적으로 소방과 지능형 드론의 결합, 위성 활용 서비스 분야 개척 등에도 나선다는 얘깁니다.

이번에 인수한 인스페이스의 ‘드론셋’ / 자료=한컴

한컴 관계자 역시 “드론 사업도 한컴의 미래 주력 사업 중 하나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종합적인 측면에서 한컴그룹은 이제 오피스, 임베디드, 인공지능, 블록체인, 소방·안전, 로봇, 드론, 위성 등 매우 다양한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기술을 다루는 종합 ICT 기업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한컴이란 기업을 볼 때 단순 오피스 사업의 이미지나 전망만 보면 안되겠죠. 한컴이란 이름 아래 전혀 다른 성격의 계열사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나아가 계열사들이 어떻게 완전한 팀으로 시너지를 낼 지도 함께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