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금호타이어, ‘더블스타’의 흔적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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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주인을 잃은 항공사가 된 데는 전 주인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 탓이 크죠. 무리한 사업 확장을 꿈꾸다 감당 못할 빚을 냈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있는 자산, 없는 자산 모두 팔다보니 결국 ‘캐시카우’인 아시아나항공까지 매물로 내놓게 된 건데요.

아시아나항공 앞전엔 금호타이어가 있었습니다. 국내 타이어 업계 시장점유 2위로, 한때는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 축이었으나 지금은 중국 타이어 회사 ‘더블스타’에 매각된 상태입니다. 지독한 유동성 위기에 10년 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반복하다 결국 지난 2018년 중국 자본에 넘어갔습니다.

출처=금호타이어 홈페이지

그러나 새 주인을 맞은지 벌써 2년의 시간 흘렀지만, 금호타이어의 사정은 좀처럼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냥 주인만 바꼈을 뿐, 금호타이어는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입니다.

새 주인 더블스타는 2018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면서 독립경영을 보장하고, 경영 정상화 방안 제시 및 설비 투자 등을 직접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더블스타는 지금껏 금호타이어 지분을 사는데만 6463억원을 썼을 뿐, 추가 자금 지원은 ‘1도 없는’ 상태입니다. 경영 정상화 방안도, 설비 투자 지원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요. 금호타이어 홀로 고군분투하는 거 보면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만큼은 확실히 보장(?)하는 모양새입니다.

금호타이어의 올해 6월 기준 납입자본금은 1조 4363억원입니다. 2017년까지 7897억원이었는데 2018년 더블스타가 인수자금 6463억원을 투입하면서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 수치가 유지되고 있다는 건 모기업의 자금 지원이 없었다는 뜻이죠.

금호타이어는 홀로 버텼습니다. 영업환경이 나아지지 않다보니 비용 감축 정도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허리띠를 있는대로 줄인 덕에 지난해 574억원의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습니다. 2016년 이후 3년 만의 흑자전환이었죠.

하지만 이같은 노력은 올해 모두 물거품이 됐습니다. 코로나 19 여파로 판매 감소와 공장 가동 중단이 이어지면서 실적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어렵게 돌려 놓은 영업흑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다시 마이너스 흐름으로 돌아서면서 539억원의 손실을 냈고, 조 단위의 매출도 9000억원 대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악재다 보니 해외 법인이 많은 금호타이어는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주요 매출처 ‘중국 법인’의 부진은 가장 뼈아픕니다.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에 인수될 당시만 해도 중국 법인의 부활을 기대했습니다. 중국에서 비교적 큰 타이어 회사에 인수되는 것인 만큼 중국 전역에 대한 대대적인 유통망 확보가 빠르게 이뤄질 거라 예상했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하지만 지금까지의 실적만 보면 욕심이었던 듯 싶습니다. 금호타이어 중국법인 4곳(난징, 톈진, 창춘, 금호타이어 차이나)모두 적자 기조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더블스타로의 인수 전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나마 적자 폭을 줄인 게 호재라면 호재지만, 이 조차도 금호타이어가 자체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결과였습니다. 더블스타 자회사라는 호재는커녕, 모회사의 지원 흔적 조차 찾기 어려운데요.

올해는 더 최악입니다. 이들 4곳의 올 상반기 영업손실 규모는 총 379억원으로, 전년(-245억원) 같은 기간에 비해 35% 더 늘어났습니다.

시장에선 금호타이어가 먼저 더블스타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자금 지원은 더블스타가 먼저 꺼낸 약속인 데다 금호타이어 역시 자력으로 버티기엔 이제 한계에 다달았기 때문이죠.

출처=마켓스크리너 캡처

하지만 더블스타가 이를 수용할 지는 의문입니다. 더블스타 역시 경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기 1년 전부터 수익성이 급격히 꺾였는데 이 같은 하락세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분석업체 ‘마켓스크리너’에 따르면 더블스타의 작년 말 영업이익률은 -10%로, 2년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매출액은 41억 위안(한화 7126억 6200만원)으로 전년 37억 위안(6429억 8600만원) 대비 10% 감소했고. 영업적자 규모도 2018년 3억 위안(521억원) 수준에서 작년 4억 위안(695억원) 대로 늘어났습니다. 코로나가 창궐한 올 1분기 역시 영업이익은 7350만 위안(한화 127억 743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37% 감소했습니다. 누굴 도와줄 처지가 못되는 것이죠.

금호타이어가 새 주인을 맞아 부활을 기대했듯, 아마 더블스타도 금호타이어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을 겁니다. 하지만 인수 2년이 지난 지금, 금호타이어 보유 지분 45%에 대한 배당금 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죠.

더블스타는 5년간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해야 합니다.이제 3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는데요. 그 사이 코로나 19가 종식되고 업황이 개선되면 더할 나위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황은 암울 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자칫 두 회사가 서로 ‘제로섬 게임’으로 향할까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