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줄리뷰] 메밀꽃 필 무렵…’봉평 막걸리’

가 +
가 -

의도가 없고 기준도 없고 전문성도 없는 파격 기획.
아무거나 골라잡아 내 맘대로 분석하는 10줄 리뷰.

잠시 내린 가을비. 선선해진 날씨. 하늘이 높다. 가을에는 막걸리(…?)/촬영=김주리 기자

매년 9월 열리는 봉평 메밀꽃축제는 올해 열리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일정이 전면 취소되며 메밀밭에 꽃의 씨앗 자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봉평 메밀 막걸리’/촬영=김주리 기자

입시를 거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메밀꽃 필 무렵’. 강원도 봉평은 그 소설의 배경지다. 실제 봉평에는 ‘동이’와 ‘허생원’, 나귀의 모형이 마을 곳곳에 배치돼있다. 거진 10년전 가을 방문했던 봉평, 지금은 갈 수 없으니 아쉬운대로 봉평 막걸리나 한 잔(…?).

보름 전에 제조됨. 신상이다/촬영=김주리 기자

봉평하면 메밀. 메밀하면 봉평. 막걸리 한 잔.

비교 대상으로, 수도권 ‘인천 소성주’를 택/촬영=김주리 기자

인천 소성주가 아주 일반적인 막걸리의 맛이라면, 메밀 막걸리는 퍽 심심하다. 톡 쏘는 청량감도, 개운함도 없다. 첫 맛도, 목넘김도, 질감도 ‘드라마틱’하지 않다.

왼쪽이 인천 소성주, 오른쪽이 봉평 메밀 막걸리/촬영=김주리 기자

그런데 왜일까. 이상하게 끌린다. 심심하고 시시한데, 계속 손이 간다. 마시다보니, 함께 마시는 다른 막걸리의 풍미가 오히려 인공적으로 느껴진다. 왜일까.

막걸리, 막걸리, 메밀전병/촬영=김주리 기자

막걸리와 합이 맞는다는, 메밀전병을 주문해 함께 먹어봤다. 기자로서, 편향된 기사는 지양해야 한다고 늘 교육받지만…잠깐 편향하겠다. 메밀전병과 메밀 막걸리, 제대로다. 메밀전병 한 입, 메밀 막걸리 한입. 전병의 기름기를 막걸리가 온전히, 시원하게 씻어준다. 이렇게나 상큼하고 신선한 맛이라니.

메밀꽃이 흐드러진, 어딘가의 메밀꽃밭

오래 전 봉평의 메밀꽃밭 앞 바닥에 앉아 전병과 막걸리를 먹으며 ‘메밀꽃 필 무렵’을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비슷하게나마 기분을 내봤습니다/촬영=김주리 기자

네이버 지식백과 曰, 한국 문학사 상 가장 아름다운 문구로 선정된 그 문장.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어우 또 취한다. 내일 아침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