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2세대(Gen2) 클라우드에 ‘올인’하는 이유

가 +
가 -

일반적으로 인프라(Infra) 산업은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인프라는 특정 생태계, 시스템의 기반을 의미하는 만큼 한 번 도입하면 쉽게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다.

약 10년 전 클라우드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금까지 전세계 클라우드 1위 사업자 자리를 뺏겨본 적이 없다. 그 뒤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가 무섭게 뒤쫓고 있으나 점유율은 여전히 약 2배(34.6% vs 18.4%, 2019년 카날리스 기준) 가까이 차이가 나는 상태다. 3위부터는 아예 한 자릿수 점유율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이 AWS나 애저 같은 선두그룹을 단기간에 역전하는 건 불가능하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무모함보단, 계란이 필요한 고객부터 확보해 나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전통의 DBMS 강자 오라클이 늦깎이 클라우드 지망생으로서 2세대 클라우드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다.

사진=픽사베이

기업용 클라우드·DBMS의 수요 증가

오라클 클라우드 플랫폼 OCI(Oracle Cloud Infrastructure)의 시장 점유율은 현재 약 3% 수준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부단한 사업 확장 노력 끝에 기업용 클라우드 영역에서는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OCI를 기업이 도입했을 때 ‘성공할 만한(Viable)’ 옵션으로 평가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IDC가 9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0년 산업 클라우드패스’에서도 오라클은 높은 점수를 획득했으며, 고객 만족도 증가폭 역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작부터 끝까지 철저히 기업 중심의 클라우드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원래 데이터베이스 분야의 강자다. 하지만 최근 기업용 DBMS 수요가 온프레미스(On-premise, 물리적 서버 인프라)에서 클라우드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오라클도 자연히 퍼블릭 클라우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기존 산업에서의 영향력을 클라우드 시대에서도 유지하려면 필연적으로 기업에 최적화된 클라우드 플랫폼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향후 기업의 클라우드 데이터베이스 비중이 50~7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 이들이 클라우드 존재감 확대에 더욱 사활을 걸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오라클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 / 자료=가트너 보고서 갈무리

1세대, 2세대 클라우드의 차이는?

현재 오라클이 집중하는 건 2세대 클라우드이며, 클라우드는 온프레미스 기반의 가상화된 저장 공간을 의미한다. 사용자는 부담스러운 데이터센터 도입 및 관리 없이 클라우드 환경에서 필요한 자원을 빌려 쓰고 쓴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돼 편리하다. 하지만 기업이 그동안 클라우드 도입에 보수적이었던 이유는 클라우드의 보안 및 가용성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1세대 퍼블릭 클라우드는 여러 기업 고객이 하나의 하드웨어에서 만들어진 클라우드 공간을 공유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자원 할당에 따른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클라우드가 100이라는 자원을 갖고 있을 때, 이를 나눠 쓰는 한 기업이 50%의 자원을 선점한다면 후속 기업이 쓸 수 있는 자원은 약 20% 수준으로 제한된다. 클라우드는 충분한 속도와 안정성 유지를 위해 얼마간의 여유 자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고객 기업이 여유분 이상의 자원 할당을 필요로 한다면? 당연히 속도 저하 문제 등이 발생할 것이다.

기업용 서비스는 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오전에 1초면 처리되던 일이 오후에는 10초씩 걸린다면 이는 생산성 예측이나 고객 신뢰도 유지 측면에서 적잖은 리스크로 작용한다. 또 일부 산업용 설비에서는 항상 일정한 처리 시간을 유지해야 하는 요구사항도 존재하는데 클라우드가 제아무리 편리하다고 한들, 예측 불가능한 품질 리스크를 안고 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도입을 꺼릴 수밖에 없게 된다.

보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2018년 전세계를 놀라게 한 인텔 CPU의 멜트다운(Meltdown) 이슈처럼, 하나의 물리적 서버를 공유하는 클라우드 환경에선 악의적인 공격이 발생했을 때 해당 코드로 인해 클라우드를 공유하는 다른 기업의 데이터도 함께 공격받을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결국 자원 활용성은 뛰어나지만 보안과 성능 면에서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1세대 클라우드의 한계로 꼽힌다.

1세대, 2세대 클라우드의 차이 / 자료=한국오라클

이 때문에 2세대 클라우드는 아예 베어메탈로, 사용자별로 완전히 구분된 환경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베어메탈이란 ‘어떤 소프트웨어도 설치되지 않은 하드웨어’를 의미하며 베어메탈 클라우드 사용은 곧 사용자가 별도의 전용 서버를 제공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사용자와 관리자의 제어/접근 영역을 완전히 분리해 독립성을 높이고 하나의 시스템 고장이 다른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함으로써 기업이 필요로 하는 클라우드 수요를 충족시킨다. 한마디로 물리적 하드웨어를 공유함으로써 생기던 문제 해결에 집중한 버전이 바로 2세대 클라우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2세대 클라우드가 1세대보다 모든 면에서 앞서진 않는다. 자원 효율성이 높은 1세대 클라우드는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환경의 B2C(일반 사용자 대상 비즈니스) 등에서 더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 1세대 클라우드 선두주자인 AWS와 애저는 B2B뿐 아니라 B2C 고객의 수도 적지 않은 기업들이다. 반면, 오라클은 태생부터 뼛속까지 B2B 기업이다. 그만큼 시작부터 기업 수요에 특화된 2세대 클라우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뒤늦은 시장 진입에 필요한 명분과 실리를 찾는 전략을 취했다.

효과를 보이기 시작한 오라클의 맞춤형 전략

이런 오라클의 선택과 집중은 점차 그 성과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가깝게는 해외에서 줌(Zoom)이, 국내에서는 HMM(옛 현대상선)이 OCI의 주요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그룹 화상회의 솔루션을 사용하는 줌 이용자는 월 수억명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성장에 제동이 걸린 건 줌의 빈약한 보안 수준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이에 줌은 ‘90일 보안 계획’을 발표하고 보안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때 줌이 클라우드 파트너로 선택한 상대가 바로 오라클이다. 당시 에릭 위안 줌 CEO는 “OCI가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보안과 비즈니스 지원 역량이 줌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오라클을 선택한 이유가 줌이 직면했던 보안 문제의 해결, 기업 지원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HMM은 ‘클라우드 올인’을 외치며 오라클과 손잡았다. 보수적인 대형 기업이 대대적인 클라우드 전환에 나선 건 그 자체로도 꽤 신선한 소식이었는데, HMM은 AWS나 애저 대신 OCI를 선택한 이유로 검증된 미들웨어 및 데이터베이스의 필요성을 들었다. 안정성과 균일한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제조업의 특성상 클라우드로 이전하더라도 온프레미스 시절과 다르지 않은 미들웨어 품질을 보장해줄 파트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환경에서도 기존의 데이터 관리 수준과 환경을 그대로 제공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만큼, 이는 HMM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조건이었을 것이다.

이 밖에 상반기 글로벌 슈퍼컴퓨터 순위 Top500 1위에 이름을 올린 일본의 후가쿠(Fugaku)도 외부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 구성에 오라클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하나금융그룹 등 보안에 민감한 금융 기업들도 현재 오라클 클라우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보안과 안정성을 내세워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오라클의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모습이다.

오픈소스 포용, 클라우드 네이티브 역량 강화

오라클은 추후 SaaS, PaaS, IaaS 등 모든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2세대 기반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또 급부상하는 기업의 멀티 클라우드 도입 기조에도 발맞추기 위해 오픈소스 기반의 모든 서비스를 자사 플랫폼 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성우 한국오라클 테크 클라우드 엔지니어링 전무는 최근 진행된 미디어 세션에서 “앞으로 기업은 데이터 관리 아키텍처를 글로벌 멀티 클라우드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국내외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전사적 데이터베이스 관리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인공지능(AI)이 데이터 관리의 자동화를 촉발하고 있는 만큼, 미래 DBA에게 필요한 인재상도 단순 데이터 관리를 넘어 AI 활용성과 창의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