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뷰] 우리가 알고 있는, 그때 그 ‘블랙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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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YG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BLACK PINK)’가 첫 선을 보인 기자간담회 현장을 지나 ‘2019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의 무대가 빠르게 스쳐간다. 다시 서울의 골목 어귀를 비추던 카메라는 시점을 바꿔 차량을 타고 이동중인 블랙핑크 멤버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의 도입부다.

/사진=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영상 갈무리

멤버들은 어딘지 모를 행선지로 이동하는 와중에도 열심히 수다 꽃을 피운다. “이제는 갸날픈 이미지의 노래도 해보고 싶다”는 제니의 바람을 지나 도착한 곳은 YG엔터테인먼트. 멤버들이 문을 열고 반갑게 인사한 주인공은 과거 ‘원타임(1TYM)’ 멤버이자 YG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인 ‘테디’였다.

전지적 3인칭 시점, 그리고 ‘테디’

2000년대 가요계를 뜨겁게 달궜던 원타임(1TYM)은 이제 없지만 YG엔터테인먼트에는 테디가 남았다. 블랙핑크는 ‘투애니원(2NE1)’ 이후 YG엔터테인먼트가 약 7년 만에 출범시킨 걸그룹이자 테디가 전면적으로 프로듀싱한 첫 번째 아티스트다. 그만큼 블랙핑크의 탄생에 테디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수년간 블랙핑크 멤버와 동고동락한 테디는 블랙핑크의 매력을 ‘다양한 문화의 융합’으로 표현했다. 넷플릭스는 테디의 목소리로 멤버들의 매력을 전달하는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에 접근한다.

/사진=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영상 갈무리

테디는 블랙핑크의 매력을 ‘다양한 문화의 융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모든 그룹에는 정체성을 결정짓는 그들만의 문화적 배경이 있다”며 “블랙핑크가 특별하고 눈에 띄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의 결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제’는 새벽 6시까지 스튜디오에 남아 연습하는 ‘노력파’다. 정승환, 태양 등 많은 가수들이 콜라보레이션 하고 싶어하는 보컬로 알려질 만큼 로제는 독특한 음색을 자랑한다. ‘블랙핑크 음악에 뚜렷한 색을 입혔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매력적인 보이스 컬러는 성실함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지수’는 팀의 맏언니이자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YG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기간을 거쳐 5년 만에 블랙핑크로 데뷔한 지수는 데뷔 전 각종 TV 광고와 드라마 ‘프로듀사’의 단역으로 출연하는 등 이색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테디도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영리함에 주목했다. 그는 지수에 대해 “6년 동안 우는 모습을 딱 한 번 봤을 만큼 포커페이스에 강하다”며 “굉장히 영리하기 때문에 학습으로 익힌 것이란 생각이 들겠지만 실은 물정에 밝고 경험이 풍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팀 내 메인댄서로 안무에 특화된 재능을 보이는 ‘리사’의 무기는 집중력이다. 테디는 “리사는 늘 쿨하게 행동하며 차분하게 미소짓지만 음악이 시작되거나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선 실행력과 투지가 넘친다”고 설명했다.

메인래퍼 ‘제니’에 대해서는 “똑 부러진 성격을 지닌 완벽주의자”로 묘사했다. 자신의 의견과 감정을 확실하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매력이라고 테디는 설명했다. 테디는 “이렇게 서로 다른 문화가 한 곳에 모여 블랙핑크가 됐다”며 “걷고 말하고 입는 방식까지 전혀 다른 네 사람이 서로를 보완하며 완벽한 균형을 이룬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나, 너, 우리의 이야기

넷플릭스는 화려한 퍼포먼스 뒤에 가려진 블랙핑크 멤버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조명한다. ‘걸그룹이 되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결국 우리는 전 세계를 휘어잡았다’는 식의 통속적 다큐멘터리에서 벗어나 블랙핑크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 볼 뿐이다.

다큐멘터리는 블랙핑크의 성공 비결 대신 개인적인 삶에 집중한다. 테디가 등장하는 도입 부분을 제외하면 모든 이야기가 멤버들의 입에서 나온다.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서 자란 지수, 호주에서 자란 한국인 로제, 한국에서 태어나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났던 제니, 태국에서 온 리사까지 4명의 연습생이 서로를 보듬어 가는 과정을 각각의 1인칭 시점으로 나열한다.

/사진=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영상 갈무리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서로의 버팀목이 된 블랙핑크 멤버들의 이야기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미 새로운 도전을 위한 여정도 시작됐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카디비 등 내노라 하는 글로벌 톱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데 이어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 발매에 힘입어 지난 13일 미국 빌보드 ‘아티스트 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블랙핑크 멤버 ‘제니’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선정한 ‘한국 솔로가수’ 부문 정상에 올랐다.

연습생 시절 방문한 식당에 다시 모인 블랙핑크는 “우리가 마흔이 넘어서도 춤을 출 수 있을까?”라며 아이들 같이 웃는다. 블랙핑크의 노래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속 가사인 ‘세상을 밝혀라(Light Up The Sky)’가 다큐멘터리 타이틀이 된 것은 어쩌면 아직 못다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남아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