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모범적 지주회사 ‘세아홀딩스’의 빠듯한 살림

가 +
가 -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세아홀딩스 이태성 부사장(왼쪽),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부사장(오른쪽).(사진=세아그룹)

국내에서 지주사 전환의 모범 사례를 꼽자면 세아그룹을 꼽을 수 있습니다. 세아그룹은 올해 대기업집단 재계 순위 40위의 중견그룹입니다. 이랜드(재계순위 36위)보다 3단계 낮고, 네이버(41위)보다 1단계 높습니다.

세아그룹은 특수강과 강관을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는 철강회사입니다. 세아그룹은 창업주인 이종덕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이운형 회장과 이순형 회장의 자손들이 경영하고 있습니다. ‘3세 경영’ 체제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업은 성숙기인 반면 지배구조는 안정적입니다. 고 이운형 회장의 장남인 이태성 부사장은 특수강을, 이순형 회장의 장남인 이주성 부사장은 강관 부문을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두 사촌이 각자 맡은 사업을 지주사 체제로 이끌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지붕’ 아래 두 개의 지주사를 둔 거죠. 세아홀딩스는 특수강 부문을, 세아제강지주는 강관 부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세아홀딩스는 국내에서 지주사 전환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던 2001년 지주사로 전환했습니다. 당시 제조사는 세아특수강과 세아메탈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2003년 기아특수강을 3800억원에 인수하면서 규모가 커졌습니다.

특수강은 철과 탄소를 배합해 만든 보통강에 니켈과 크롬, 실리콘 등을 혼합해 만듭니다. 특수강은 내열성이 높고 단단해 자동차와 우주항공, 산업기계 분야의 소재로 활용됩니다. 특수강 사업은 상공정과 하공정을 모두 보유해야 경쟁력이 높습니다. 상공정은 특수강을 소재로 봉강을 생산하는데, 이를 하공정에서 볼트와 너트 등 체결부품과 강관으로 가공합니다. 세아홀딩스는 기아특수강 인수로 상공정과 하공정(세아특수강)을 모두 보유하게 됐습니다.

세아홀딩스는 지주사 전환 후 세아베스틸(옛 기아특수강)과 세아특수강의 실적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장했죠. 세아베스틸의 매출은 2010년 1591억원을 기록하면서 최고점을 찍은 후 하향세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세아홀딩스의 매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죠. 이후 매해 4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세아홀딩스 실적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이유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도입됐기 때문입니다. K-IFRS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종속기업(모기업이 실질적으로 지배한 법인)의 재무상태와 영업 실적들이 반영됩니다. 세아홀딩스의 경우 K-IFRS 도입 전에는 매출 항목에 지분법 손익과 배당 수익 그리고 기타 수익 등이 합산됐습니다. 그런데 K-IFRS 도입으로 종속회사의 지분법 손익은 매출 항목에서 제외됐습니다.

세아홀딩스의 매출이 가장 높았던 2010년(매출 1591억원)을 기준으로 봐보죠. 매출 중  1386억원이 지분법 손익이었습니다. 지분법 손익은 타회사에 지분이 있을 경우 보유 지분만큼 자사의 이익 또는 손실을 인식한거죠.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B회사의 지분 70%를 보유했다고 가정해보죠. B회사가 2010년 1억원의 순이익을 냈다면, B회사의 지분법 손익은 7000만원입니다.

K-IFRS 도입으로 지분법 손익이 제외되고, 배당수익과 기타수익만 매출로 인식하게 됐습니다. 세아홀딩스는 별도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배당금 등으로 수익을 얻는다고 했죠.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세아홀딩스의 매출 규모도 크게 축소됐습니다.

최근 세아베스틸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세아홀딩스의 고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세아베스틸은 2018년과 2019년 저조한 실적을 냈습니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각각 191억원, 24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기업들은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배당을 합니다. 2018년 당기순이익은 순이익 이상으로 배당을 하면서 배당성향은 144%(배당금 총액 302억원)에 달했습니다. 순이익을 초과해 배당할 경우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세아베스틸 배당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지난해에는 평년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하면서 배당금 총액은 106억원에 그쳤습니다. 배당금이 약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죠. 세아홀딩스는 배당금 부족분을 자회사 지분 매각을 통해 메울 수 있었습니다.

세아홀딩스 매출 및 배당 수입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세아홀딩스는 지난해 세아메탈 지분 100%를 자회사인 세아특수강에 매각했습니다. 세아메탈과 세아특수강은 특수강 후공정을 맡고 있는데, 세아메탈 지분을 세아특수강에 넘겨 후공정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의도였죠. 세아홀딩스는 세아메탈 지분 매각으로 185억원의 종속기업 처분 이익을 냈습니다. 지난해 세아홀딩스는 502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종속기업 처분이익이 36.8%에 달했습니다.

이렇듯 핵심 계열사인 세아베스틸의 실적 악화는 지주사를 꾸려가는데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 됩니다. 현금흐름을 보면 세아홀딩스의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지난 3년 동안 세아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의 변동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유 현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갚고,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인데요.

지주회사 개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세아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32억원 감소했습니다. 전년에는 40억원 늘어났습니다. 현금성 자산 변동은 △영업활동 현금흐름 △투자활동 현금흐름 △재무활동 현금흐름의 총합인데요. 영업을 통해 벌거나 빠져나가는 현금, 투자 및 재무활동으로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현금흐름을 합산하면 한해 동안 유입 또는 유출된 현금의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2018년에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 1억원에 그쳤습니다. 지난해에는 – 278억원으로 규모가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알코닉 코리아를 760억원에 인수하면서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증가했죠.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18년 -309억원, 2019년 -50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갚은 돈보다 빌린 돈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연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세아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018년 40억원, 지난해 9억원입니다.

세아홀딩스 현금흐름 및 현금성자산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올해 3분기말 세아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 875만원입니다. 유동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6.5%입니다. 통상 기업의 유동성은 100%가 넘을 때 안전한 것으로 봅니다. 1년 내 상환해야 할 차입금(사채 포함)은 856억원입니다. 세아홀딩스의 경우 영업활동을 통해 연간 300억원의 현금을 창출합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차입금을 갚을 수도 있습니다.

연결 기준으로는 2706억원에 달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 개별로만 놓고 보면 ‘살림살이’가 너무 빠듯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점도 있습니다. 세아홀딩스는 이태성 부사장이 35.12%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하면 89.9%에 달합니다. 배당을 해야할 오너일가가 11명에 달합니다. 매년 80억원을 오너일가 등에 배당하고 있습니다.

세아홀딩스 최대주주 주식소유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세아홀딩스는 빠듯한 살림살이로 투자와 배당도 하고, 자금 수요에 맞춰 차입금도 갚거나 빌립니다. 계열사에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하거나 신사업을 진출할 때에도 ‘곳간’을 활용하지 못해 금융권에서 빌릴 수밖에 없죠.

물론 3분기 중간 결과라서 연말이면 달라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대부분 기업은 연말 예정된 현금 유입이 꽤 있거든요. 분기별로 결산을 하지 않으므로 3분기에 가끔 이렇게 현금이 부족해 보일 때가 있곤 합니다. 어떤 상황이든지 코로나 시국에 유동성 확보는 필수로 보입니다. 비록 지주회사일지라도 지주사 역할에 충실하려면 현금 보유량이 넉넉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