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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 강자를 꿈꾸는 한 중소기업의 도전

2011.02.08

철수는 없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아이덴티티 크론’을 발표한 국내 중소기업인 엔스퍼트의 다부진 자세다.

엔스퍼트가 안드로이드 2.2(프로요)를 탑재한 ‘아이덴티티 크론(IDENTITY CRON)’을 발표했다. 2010년 8월, 국내에 처음으로 출시된 안드로이드 태블릿 ‘아이덴티티 탭(IDENTITY Tab)’의 후속작이다. 전반적으로 전작보다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허니콤 기반의 듀얼코어 태블릿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창석 엔스퍼트 대표는 이런 상황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중소기업으로서 아직 브랜드로 약하고 마케팅 비용도 대기업처럼 많이 쓸 수 없는 등 어려움이 많다”라면서도, “우리나라에서도 HTC와 같은 좋은 기업이 나올 수 있지 않겠냐. 3, 4년 후에는 아이덴티티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전했다.

IDENTITY CRON

엔스퍼트 ‘아이덴티티 크론’

아이덴티티 크론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박람회 CES 2011에서 선보였던 E300 시리즈의 첫번째 제품이다. 화면 크기와 해상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운영체제까지 전반적인 하드웨어 사양은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탭과 비슷하다.

1024×600(WSVGA) 해상도를 갖춘 7인치 IPS TFT-LCD를 채택했으며, 삼성전자의 1GHz 허밍버드(S5PC100) 프로세서와 안드로이드 2.2 버전(프로요)를 탑재했다. 후면 카메라 500만 화소, 배터리 용량이 4400mAh로 갤럭시 탭(3백만 화소, 4000mAh)보다 소폭 높아졌지만, 무게는 415g으로 갤럭시탭(380g)보다 다소 무겁다.

엔스퍼트가 아이덴티티 크론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것은 업계 최초로 듀얼 DMB 모듈을 탑재했다는 점과 독자 N스크린 기능인 ‘컨버전스원’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듀얼 DMB 모듈을 탑재해 DMB 방송을 시청하면서 동시에 다른 채널을 탐색하거나, 방송을 보는 도중에 교통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엔스퍼트의 모회사 인스프리트가 개발한 ‘컨버전스원’은 가정 내 서로 다른 기기간 네트워크가 되도록 만든 홈네트워크 표준인 DLNA 기능을 활용해 TV와 태블릿, 스마트폰 등 DLNA를 지원하는 다른 기기와 사진과 동영상 등 콘텐츠를 무선으로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갤럭시 탭 등 국산 태블릿 제품이 대부분 DMB 기능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아이덴티티 크론의 듀얼 DMB 기능을 소비자들이 아이덴티티 크론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DNLA 기능도 마찬가지. 독자 기술을 보유한 점은 강점으로 꼽을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도 이미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제품에서 DNLA를 활용한 콘텐츠 공유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 밖에 엔스퍼트는 아이덴티티 크론이 퍼스널 클라우드 기능을 탑재했다고 소개했지만, 실상은 별도로 제공되는 PC용 동기화 애플리케이션인 ‘에코시스템’을 활용해 PC에 사진과 음악,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등을 동기화하는 수준이다.

엔스퍼트는 모회사 인스프리트와 함께 독자 애플리케이션 마켓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마켓인 ‘아이덴티티 넷’을 애플리케이션 마켓으로 확대 개편할 예정이다. 독자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준비하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 구글 호환성 테스트(Compatibility Test Suite, CTS) 인증을 받는 것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엔스퍼트는 지난주 이전 모델인 아이덴티티 탭(E201)의 CTS 인증을 마치고 안드로이드 마켓 등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중소기업의 태블릿 제품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구글 CTS 인증을 받은 셈인데, 처음 인증을 신청한 이후 인증을 마치기까지 거의 반 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구글 CTS 인증은 무려 2천3백여 개의 테스트 항목을 갖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수많은 업체들이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덴티티 크론의 경우에도 구글 CTS 인증을 신청해놓은 상태이지만, 언제 인증 과정이 완료될 지는 미지수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 당장은 아이덴티티 크론에서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안드로이드 마켓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은 결정적인 약점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성능은 삼성전자 갤럭시 탭 등 기존에 출시된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과 경쟁해 볼 수 있는 수준이다.

IDENTITY CRON2

그러나 아이덴티티 크론의 결정적인 한계는 앞으로 태블릿 시장의 경쟁자가 갤럭시 탭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조만간 구글의 태블릿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3.0(허니콤)을 탑재한 듀얼코어 급 태블릿이 시장에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이덴티티 크론의 와이파이 버전은 3월 중에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50만원 대 후반. 여러모로 이 제품이 올 3월이 아닌 지난 연말에 출시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수 밖에 없다.

엔스퍼트도 이 점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창석 엔스퍼트 대표는 “허니콤이 공개된 지는 불과 한 달 밖에 안되었지만 현재 안정화 작업을 마치고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버전은 프로요”라면서도 “허니콤 기반의 듀얼코어 태블릿(E400 시리즈)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엔스퍼트는 소비자 시장에서 대기업의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애플 아이패드 등과 경쟁하기보다는, 통신사가 요구하는 스펙의 제품을 공급하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와 기업 시장을 공략하는 등 B2B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상수 엔스퍼트 디바이스 부문 사장은 “엔스퍼트의 경쟁력은 통신사의 비즈니스 모델과 잘 결합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N스크린과 홈 컨버전스 기능 등 애플리케이션 수준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펌웨어에 탑재되는 기술을 잘 갖추는 회사로 자리매김해서 국내외 통신사들의 전략 프로젝트에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덴티티 크론의 경우 3월 출시될 와이파이 버전을 제외하고도, 와이파이+3G 모델과 와이파이+와이브로 모델 등 통신사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덴티티 크론의 와이파이+와이브로 모델의 경우에는 KT를 통해 출시될 것이 확정됐다.

해외에서도 미국 베스트바이를 통해 아이덴티티 탭을 유통하기 시작했으며, 미국 스프린트와 일본 소프트뱅크 등과 아이덴티티 크론 모델의 공급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 사내용 e러닝 디바이스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도입하려는 미국 기업과 논의를 진행하는 등 B2B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ezoomin@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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