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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리포트]대세는 전기차, 자율주행 ‘성큼’…2021년 모빌리티는

2021.01.19

라스베이거스 모터쇼.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를 부르던 별칭이다. 자동차 산업의 무게추가 전기차·자율주행으로 옮겨가면서 기업들은 모터쇼보다 CES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혁신 기술과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CES에서 경쟁적으로 소개했다. 전시 부스에선 자율주행차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CES의 약어를 ‘Car Exhibition Show(자동차 전시회)’로 바꿔도 지나치지 않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지난해 CES에선 일본의 완성차 업체 도요타가 친환경 자율주행 도시 ‘우븐 시티’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자동차를 넘어 도시를 설계하겠다는 포부였다. 현대차는 하늘길을 뚫겠다고 밝혔다. 우버(Uber)와 손 잡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에 진출, ‘하늘을 나는 차’인 개인용 비행체(PAV)를 만들겠다는 선언이었다.

올해 CES는 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가 온라인으로만 열리게 되면서 도요타와 현대차그룹 등 굵직한 완성차 업체들이 불참했다. 흥행 효과가 떨어질 것을 예견해서인지, 참가한 기업들도 깜짝 놀랄 만한 기술을 선보이거나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진 않았다. 볼거리는 줄었지만, 머지않아 달라질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블로터>는 지난 11일(현지시간)부터 14일까지 나흘간 열린 CES2021에 참가한 주요 기업들의 온라인 전시관과 콘퍼런스 발표를 토대로 모빌리티 업계 주요 화두를 톺아봤다. 전기차 시대의 개막과 자율주행차의 시계가 앞당겨진 점이 눈에 띄었다.

저무는 내연기관차 시대, 대세는 전기차

“탄소 배출과 교통사고, 교통 체증이 모두 ‘제로(zero)’인 세상을 만들겠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가 CES2021 기조연설에서 전동화의 방향성을 밝히며 한 말이다. 바라 CEO는 “전기차는 배기가스를 줄이고, 첨단 시스템과 교통 인프라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시켜 혼잡과 충돌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GM이 전기차 시대를 주도, 여러 전기차 출시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무탄소 미래 시대까지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GM은 57년 만에 회사 간판 격인 로고까지 전기 플러그 모양으로 바꾸면서 전기차 시대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내비쳤다. GM의 기조연설에서 알 수 있듯 전기차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250만대에서 2030년 311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바라 CEO는 GM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얼티엄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전기차 4종을 공개했다. 2025년까지 전기·자율주행차에 270억달러(약 29조7000억원)를 투자하고 글로벌 시장에 30여종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GM이 발표한 배송용 전기트럭 사업 ‘브라이트 드롭’이었다. 2017년 ‘메이븐(Maven)’으로 차량공유 사업에 진출한 GM은 미국 시카고,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서비스를 운영해왔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면서 결국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이후 GM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택한 게 바로 택배・배달 시장인 것이다. GM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2025년까지 미국에서 택배 및 음식 배달 시장 규모가 8500억달러(약 930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GM은 배송업체 페덱스에 첫 대형 상업용 전기밴 ‘EV600’ 500대를 공급하는 한편 내년부턴 다른 업체들에도 공급을 시작할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출시될 예정인 전기 세단에 탑재될 차세대 인공지능(AI) 기반 디스플레이 ‘MBUX 하이퍼스크린’을 선보였다.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너비 141㎝의 초대형 화면에 각종 정보를 표시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CES에서 새롭게 공개된 기능은 ‘여행 가이드’를 방불케 했다. “메르세데스, 이 건물이 뭐지”라고 물으면 디스플레이에 정보가 표시되고 자동차가 “이 건물은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이며 여기서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도 장관”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아우디는 고성능 전기차인 RS e-트론 GT 차량을 공개했다. 최대 640마력의 고성능 전기 모터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BMW는 플래그십 전기차 iX에 탑재될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운영체제 ‘BMW 아이드라이브(iDrive)’를 소개했다. 차량에 탑재된 각종 센서가 주변 환경을 인식, 분석해 높은 수준의 자동주행과 주차 기능을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부품업계도 전기차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었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Bosch)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소모를 최대 20%까지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배터리 인 더 클라우드(Battery in the Cloud)’ 서비스다. 미하엘 볼레 보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CES 2021에서 “(보쉬는) 2020년 탄소중립을 실현한 최초의 글로벌 기업”이라며 “내연기관부터 e바이크, 전기차, 수소차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모빌리티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150만대 넘는 전기차에 부품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마그나가 주최한 CES2021 콘퍼런스에는 권봉석 LG전자 사장과 김진용 LG전자 부사장이 참석했는데, 이 자리에서 권 사장은 “마그나와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전기·커넥티드 차량 분야에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위치를 갖게 됐다”며 “자동차 부품과 솔루션 업계에서 최고의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 한 발 더 현실로

CES 단골손님인 자율주행은 올해 ‘뜬 구름 잡는 얘기’에서 ‘손에 잡히는 미래’로 현실에 한발 더 다가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텔 자회사인 이스라엘의 모빌아이의 발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인간보다 1000배 이상 안전하게 운전한다’는 자율주행차를 미국(디트로이트·뉴욕), 일본(도쿄), 중국(상하이), 프랑스(파리) 등 4개국 주요 도시에서 시범 운행할 계획이다. 모빌아이는 2017년 인텔에 153억달러에 인수된 자율주행 업체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모빌아이는 로보택시 사업에 전력투구할 계획을 밝혔다.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진짜 자율주행차를 도입하려면 이보다 앞서 로보택시가 광범위하게 도입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최고경영자(CEO)는 CES2021에서 “소비자가 구매 가능한 자율주행차는 빨라야 2025년이 돼야 나올 수 있다. 그 전에 사전 준비가 필요한데, 로보택시가 그 사례가 될 것”이라며 “로보택시는 가격민감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1세대 로보택시는 기본적으로 루미나 라이다를 사용하고 코쿤 레이더를 차량 주변에 배치할 예정이며 2세대 차량은 2025년을 목표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현재 개발 중인 자율주행 4단계 시스템은 상업용 로보택시 사업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제조원가를 최저 1만달러까지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로보택시를 통해 규제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 추후 소비자 시장 진출의 포석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모회사인 인텔과 협력해 만들 예정인 차세대 라이다 센서도 주목된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샤슈아 CEO는 “2025년 출시 예정인 자율주행차용 라이다 시스템온칩(SoC)은 진정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느 해처럼 자율주행차를 활용할 독특한 아이디어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국내 부품업체인 만도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섀시와 운전대를 전기 신호로 연결하는 ‘자유 장착형 첨단 운전시스템’(SbW)을 선보였다. 운전대를 자동차 서랍에 넣어 뒀다 필요할 때 꺼내쓰는 독특한 설계로, 완전자율주행모드에서 실내 용도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미래차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 기술은 CES2021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자율주행은 IT・가전기업들의 자동차 산업 진출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소니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CES에서도 자율주행 전기차 ‘비전-에스(VISION-S)’를 선보였다. 현재 소니는 10여개의 자동차 부품 및 생산사와 손잡고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자동차 자체를 만든다기보단 소니의 강점인 광학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차의 내・외부 환경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뒷좌석에서 잠든 승객을 카메라로 감지해 온도를 조절해주는 식이다. 소니는 지난해 말부터 오스트리아 공공도로에서 차량 운행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