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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더 사악해져라?…팀 스위니 CEO의 조언

2011.04.06

에픽게임스(Epicgames) 팀 스위니 CEO는 “구글은 좀 더 사악해질 필요가 있으며 (안드로이드를) 더욱 통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구글은 사악해지지 말자라고 했는데 오히려 사악해지라니 조금 이해가 안 갈 수 있다. 에픽게임스는 인피니티 블레이드라는 스마트폰 용 게임을 개발한 체어엔터테인먼트의 모 회사다.

하지만 내막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용 게임 중 ‘인피니티 블레이드’란 게임은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앱 중 하나다. 언리얼3 엔진을 이용해 개발돼 화려하고 수준 높은 그래픽을 자랑하는 게임으로 유명하다.

문제는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iOS 운영체제에서만 즐길 수 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는 개발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의 시장 점유율과 인피니티 블레이드의 인기 등을 생각하면 안드로이드용으로 개발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개발한 제레미 머스타드 체어엔터테인먼트 테크니컬 디렉터는 최근 방한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좀 더 성숙할 필요가 있다”라며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기본적으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잘 구동되지만, 안드로이드는 운영체제에서 몇 가지 작은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떤 문제인지 구체적으로는 답을 피했다.

궁금증은 에픽게임즈의 CEO를 통해 들을 수 있다. 팀 스위니 CEO는 미국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와의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파편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많은 제조회사에서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 탑재해 출시하기 때문에 파편화 문제가 심각하다. 각각의 제조회사에서 모바일 기기에 탑재하는 과정에서 안드로이드를 수정하는 과정이 더해진다. 이 때 게임 업체들은 해당 제조사들이 최적화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맞도록 최적화를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안드로이드의 버전이 서로 다른 것과는 다르게 제조사마다 안드로이드 소소를 다시 손보기 때문에 많은 애로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

안드로이드는 판올림 하는 과정에서도 파편화가 발생한다. 현재 스마트폰용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은 안드로이드 2.3(진저브래드)이다. 구글이 진저브래드를 공개 한 지 4개월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국내에서 진저브래드를 탑재한 스마트폰은 구글 레퍼런스폰인 삼성전자 넥서스S 뿐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공개된 진저브레이드도 계속해서 기능들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다. 제조사들이 발빠르게 프로요에서진저브레드로 업그레이드를 지원하지 못하는 문제도 이런 사정이 있는 것. 2.3 버전이 2.3.1, 2.3.2, 2.3.3으로 바뀌는 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HTC 등 제조회사가 이미 출시한 스마트폰에 진저브래드 판올림을 제공하겠다고 예고하고 나섰지만 정확한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안드로이드를 판올림 하는 회사는 구글이지만 구글이 판올림 한 안드로이드를 각각 기기에 적용하는 이들은 제조사다. 제조사에서 구글이 만든 운영체제를 다시 수정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시간차가 발생한다.

실제로 4월1일 안드로이드 개발자 홈페이지에서 조사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버전 별 사용 현황 자료를 보면 파편화가 심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프로요 버전의 점유율이 63.9%를 기록해 과반수를 차지했지만 프로요 이외에도 2.1 버전인 이클레어가 27.2%나 차지하고 있다.

운영체제 파편화 문제는 하드웨어의 성능을 극한까지 뽑아낼 필요가 없는 가벼운 애플리케이션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인피니티 블레이드와 같은 게임은 모바일 기기는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성능을 요구한다.

인피니티 블레이드는 애플 아이폰 3gs의 성능에 맞춰 개발됐다. 아이폰 4와 아이패드, 아이패드 2는 아이폰 3gs의 성능을 포괄하기 때문에 인피니티 블레이드를 즐길 수 있다.

박성철 에픽 게임스 코리아 대표이사는 “앵그리 버드같은 게임도 간단한 앱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총 11개의 안드로이드 기기에 맞춰 튜닝하는 과정을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안드로이드 게임 개발사는 이렇게 각각 기기에 맞춰 다르게 게임을 개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포춘지가 2011년 1분기에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이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다. 87%에 달하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안드로이드의 파편화 문제를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중 24%에 달하는 개발자는 파편화 문제를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 1월 LG전자에서 테그라2 듀얼코어 칩셋을 탑재한 스마트폰 ‘옵티머스 2X’를 선보였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도 같은 칩셋을 적용한 태블릿 PC ‘줌’을 4월 중 출시할 계획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모바일 기기들의 성능은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기기의 성능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인피니티 블레이드와 같은 앱은 부족한 상황이다.

구글은 언제쯤 업계의 바람대로 사악(?)해 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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