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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I/O] 구글, 크롬북으로 MS의 텃밭을 겨냥하다

2011.05.12

구글의 크롬OS를 탑재한 ‘크롬북(Chromebook)’이 6월 15일 7개국에 출시된다. 구글은 소문대로 기업 및 교육 시장을 위한 월 20~28달러의 가입 상품을 선보이며,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윈도우의 텃밭인 B2B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의 둘째 날 주인공은 온통 ‘크롬(Chrome)’이었다. 크롬 브라우저와 크롬OS, 크롬 웹 스토어와 이를 탑재한 노트북 ‘크롬북(Chromebook)’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얼마 전까지 크롬 노트북, 크롬 넷북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던 ‘크롬북’에 대한 소식이다.

google io samsung chromebook

삼성전자 크롬북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인텔 칩셋을 탑재한 두 종류의 크롬북을 개발했다. 가격은 12.1인치의 삼성전자 제품이 와이파이 429달러, 3G 모델 499달러이며, 에이서 제품은 399달러로 보다 저렴하다. 미국을 비롯해 스페인과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등 7개 국에서 6월 15일부터 판매된다.

크롬북은 부팅 시간이 8초에 불과하며, 인스턴트 온 기능을 이용하면 전원 버튼을 누르자마자 켜진다. 네트워크에 연결하고 지메일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어떤 크롬북을 이용하던 이용자가 최근에 작업했던 상태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배터리 지속시간이 6.5시간(에이서)에서 8시간(삼성전자)에 달하기 때문에 전원을 연결하지 않아도 장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크롬북에 탑재된 크롬 OS는 크롬 브라우저를 중심으로 웹 환경에서 클라우드 기반의 컴퓨팅을 이용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연말 공개된 프로토타입(CR-48)과 비교해 많은 기능이 추가됐다. 어도비 플래시를 지원하며, 미디어 플레이어와 구글 뮤직 베타, 구글 무비 등 구글의 신규 멀티미디어 기능과 넷플릭스와 훌루, 판도라와 드롭박스, 박스넷 등 인기 서비스를 지원한다. 그 밖에 크롬 웹 스토어를 통해 각종 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크롬북 컨셉의 결정적인 단점은 오프라인 상황에서 모든 기능을 십분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글은 지메일과 구글 캘린더, 구글 문서도구 등 킬러 앱을 오프라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했다. 3G나 와이파이에 연결하지 않아도 뉴욕타임즈와 허핑턴포스트, 앵그리버드 등 인기 앱도 이용할 수 있다.

google io acer chromebook

에이서 크롬북

구글은 단지 새로운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선보이는데 그치지 않고, 루머를 통해 알려진 대로 기업과 교육 시장을 향한 가입 상품을 선보이며 MS의 텃밭인 B2B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기업 고객은 1인당 월 28달러, 교육 및 공공기관에서는 월 20달러만 내면 크롬북을 이용할 수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기업들이 윈도우 PC를 유지하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이 연간 3천~5천 달러에 달한다. 각종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기 위한 비용이 만만치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컴퓨팅 환경은 구식이 돼 간다.

반면, 크롬북을 이용하면 통신요금을 포함해도 적게는 연간 수백 달러 선에서 항상 최신으로 업데이트되는 크롬의 컴퓨팅 환경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른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B2B 컴퓨팅 가입 모델이다.

월 사용료 외에 초기 구입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지 등 세부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Rajen Sheth 구글 크롬OS 비즈니스 매니저는 “기업들의 연간 유지 비용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google io chromebook for business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크롬 부사장이 크롬북 포 비즈니스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크롬북 컨셉은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를 통해 저장하기 때문에 노트북을 분실하거나 망가뜨려도 데이터 유출이나 손실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OS 업데이트와 패치를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리도 용이하다. 기존 MS 윈도우와 오피스 제품에 익숙한 기업 시장에서 충분히 차별화 요소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미 MS 윈도우와 오피스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 문서도구와 크롬 웹 스토어를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한다고 하지만 각종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윈도우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은 큰 걸림돌이다. 다만, 시트릭스 젠데스크톱과 같은 데스크톱 가상화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이라면 크롬 넷북에서 필요할 때에는 윈도우를 구동하는 방식으로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google io enterprize apps

크롬북에서 웹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와 가상화 솔루션도 이용할 수 있다

크롬북이 당장 대기업 시장을 공략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씩 MS 오피스 대신 구글 문서도구를 이용하기 시작한 중소기업과 SMB, 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면 장기적으로는 MS와 애플이 나눠갖는 운영체제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크롬북이 해외에서 빠른 성공을 거둔다고 할 지라도 당분간 국내 시장은 예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한국이 6월 출시되는 7개국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 소비자 시장만 놓고 보면 크롬북의 컨셉과 가격은 윈도우 넷북이나 태블릿 PC에 비해 큰 장점을 가진 것은 아니다. MS 익스프롤러 중심의 국내 웹 환경과 여전히 윈도우 XP에서만 작동되는 각종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데스크톱 가상화 인프라를 도입한 기업이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은 국내 기업 시장에서 크롬북의 확산에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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