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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로 끝난 ‘안드로이드 판올림 의무 보장’

2012.01.26

구글이 제조사·통신사와 협의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운영체제 판올림을 출시 후 18개월 동안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새 버전을 발표하면 제조사의 판올림 대상 모델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불편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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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flickr.com 저작자표시 mah_japan님이 일부 권리를 보유함.

2011년 5월, 휴고 바라 구글 안드로이드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디렉터는 구글 I/O 컨퍼런스에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판올림을 출시 후 18개월 동안 보장하는 이른바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얼라이언스(Android Update Alliance, 이하 AUA)’를 발표했다. AUA에는 버라이즌과 스프린트, T모바일, 보다폰, AT&T 등 대형 통신사와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로라, 소니에릭슨 등 주요 제조업체가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러한 발표는 구글이 직접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 및 글로벌 통신사 등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성하는 파트너들과 머리를 맞대고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분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특히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판올림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휴고 바라 디렉터는 이날 발표에서 “이들 업체를 통해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는 최초 출시 후 18개월 동안 판올림을 보장받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며, 안드로이드의 다양한 혁신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추후 다양한 소식을 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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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주요 제조업체와 통신사가 구글의 AUA에 참여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다양한 소식은 커녕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는 1월26일 블로터닷넷과의 전화통화에서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얼라이언스(AUA)가 사실상 무산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현재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판올림을 제조사 및 파트너사에 일임하고 있으며, 제조사의 판단에 따라 판올림 대상 기종과 시기가 결정된다”라며 “지난 5월 그런 발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AUA에 대해서는) 더 밝힐 내용이 없다”라고 전했다.

AUA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것을 에둘러 시인한 셈이다.

지난해 구글의 발표에서 AUA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구글이 했던 발표 내용에 대해서 우리가 따로 밝힐 내용은 없다”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는 동안 안드로이드의 판올림은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10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4.0(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을 발표한 이후, 12월 삼성전자와 LG전자, HTC 등 주요 제조사가 판올림 계획을 발표했지만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다.

이들 업체의 발표에 따르면 출시된 지 1년~1년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2010년도 출시 모델은 모두 판올림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히 전세계에서 1천만대 이상 판매된 삼성전자 갤럭시S가 판올림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많은 논란이 일었다.

안드로이드 제조사들이 판올림 제공에 인색한 것은 그들의 주장처럼 하드웨어가 새 버전의 운영체제를 구동하는데 적합치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업데이트를 제공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제조업체에 따라 칩셋과 하드웨어 사양이 제각각인 탓에 구글이 새 버전을 발표하더라도 자사의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말이 판올림이지 사실상 새 스마트폰 제품에 운영체제를 얹는 작업과 별 차이가 없다. 게다가 통신사를 통해 무선(OTA, Over-The-Air)으로 판올림을 하려면 통신사와 협력을 하거나 네트워크 비용을 추가 지불해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새 버전이 판올림되지 않으면 스마트폰의 최신 기능을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판올림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2년 약정 할인프로그램을 이용해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아직 약정이 1년 이상 남은 스마트폰에 대해 최신 OS의 판올림이 제공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단말기 가격이 높아지면서 일부 단말기에서는 36개월 약정도 도입된 상황이다.

2년 혹은 3년 약정으로 단말기를 구입하지만, 구입할 당시 선택한 제품이 언제까지 새 운영체제의 판올림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전혀 없다. 일단 구입한 이후에 제조사의 발표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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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 버전별 점유율(2012년 1월 3일 기준, 출처 : developer.android.com)

이러한 상황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분열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구글의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발표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현재 새 버전의 점유율은 전체 안드로이드 단말기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4.0~4.0.3 버전을 통틀어 0.6%라는 초라한 보급율을 보이고 있다.

경쟁 플랫폼인 아이폰에서는 출시된 지 2년 반이 지난 아이폰3GS도 최신 iOS5를 애플이 공개한 즉시 설치할 수 있었다. 윈도우폰으로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마이크로소프트도 OTA(Over-The-Air) 방식으로 직접 업데이트를 챙기고 나섰다.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는 언제까지 판올림 여부도 모른 채 2~3년 약정으로 스마트폰을 구입해야 하는 것일까. 구글과 제조사가 ‘마이웨이’를 외치는 사이에 소비자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구글과 제조사, 통신사가 머리를 맞댄 AUA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ezoomin@bloter.net

블로터닷넷 기자. 모바일의 시대에 모두 다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 모바일, 스마트폰, 통신, 소통 / 따뜻한 시선으로 IT 세상의 곳곳을 '줌~인'하겠습니다. ezoomin@bloter.net / 트위터 @ezoo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