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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도 시네마틱 시대”

2012.02.15

한창 게임을 즐기는 중간에 화면이 바뀌고 동영상이 나오면, 게이머는 잠시 쉴 준비를 해야 한다. 게임을 즐기는 것은 게이머의 몫이지만, 동영상은 게임의 몫이다.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빠져나오거나 대형 보스 캐릭터와 싸움을 벌이기 직전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짧은 틈이다.

어디 그뿐이랴. 게임 동영상은 이야기를 집어주는 중요한 맥락이기도 하다. 게임을 진행해 온 게이머가 현재 어느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가늠할 수 있는 건 게임 동영상 덕분이다.

“‘블레이드앤소울’의 시네마틱 영상은 게임에서 치어리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의 이야기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역할이죠. 단 한 명의 게이머라도 시네마틱 영상에서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최형근 엔씨소프트 테크시네마팀 팀장은 게임 동영상의 역할을 ‘치어리더’에 비유했다. 야구 경기 틈틈이 벌어지는 치어리더의 공연처럼, 게임 동영상도 게임에 흥을 돋우는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게임에 동영상을 양념처럼 첨가하기 시작한 역사는 꽤 오래다. 지금은 게임 동영상이 없는 콘솔게임이나 PC용 패키지게임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PC용 온라인게임에선 이 같은 동영상을 만나기 어려웠다. 게임 클라이언트를 내려받는 방식이다 보니 게임의 전체 규모를 따져봐야 했다. 네트워크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전체 게이머가 동영상을 원활하게 돌릴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동영상까지 제작해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은 온라인게임이 많지 않았다. 지금까지 온라인게임에서 게임 동영상은 게임 오프닝 동영상이 전부나 마찬가지였다.

“게임 동영상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게임에서 게이머에게 전달하고 싶은 감동을 극대화한다는 점입니다. 게이머가 게임에 접속했을 때 살아있는 또 하나의 세계, 그 세계의 구성원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겠다는 것이 목표죠.”

야구경기장의 치어리더는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 속 동영상은 게임과 게이머에 큰 영향을 준다. 게임 이야기를 이끄는 수레인 동시에 게이머에게 감동을 주는 요소다. 최형근 팀장은 “게임 동영상이 스토리텔링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2012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블레이드앤소울’은 다른 MMORPG와 달리 특히 이야기에 집중했다. 최형근 팀장이 만드는 게임 동영상은 ‘블레이드앤소울’의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임무를 떠안았다. 아직 비공개 시범서비스 단계인 ‘블레이드앤소울’에 벌써 60분 가량의 동영상이 들어간 까닭이다.

게임 중간에 즐기는 휴식도 좋고, 게임 스토리텔링을 담당한다는 점도 좋은 기능이지만, 동영상이 너무 자주 나오거나 길게 이어지면 자칫 게임 진행의 호흡을 끊지는 않을까. 최형근 팀장도 이 같은 위험을 잘 알고 있다.

“게임 동영상을 꼼꼼히 챙겨 보면서 게임을 즐겼을 때와 그렇지 않을 경우 게임에 대한 감흥이 많이 다르더군요. 게임 호흡을 끊지 않은 적절한 선을 찾는 것도 우리 팀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블에이드앤소울’의 동영상은 액션에 많은 비중을 뒀다. 총과 칼을 휘두르며 싸우는 독특한 게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집중했다. 화려한 액션을 위해 실제 사람의 동작을 따내는 ‘모션캡처’ 기술을 이용한다. 전체 동영상 제작에서 ‘모션캡처’ 기술을 이용하는 비중이 80%를 넘는다는 게 엔씨소프트쪽 설명이다.

캐릭터가 벌이는 액션도 친숙하다.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부터 앤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원티드’,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한 ‘이퀼리브리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화려한 액션이 볼거리인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액션만 화려하면 섭섭하다. 이야기 비중이 높은 MMORPG 라는 점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도 게임 동영상의 중요한 몫이다. 세밀한 표정과 음성 더빙에도 많은 시간을 들인다. ‘블레이드앤소울’에 들어간 60분 분량의 동영상을 제작하는 데 반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최형근 팀장은 ‘블레이드앤소울’의 게임 동영상 콘텐츠를 “MMORPG 시네마틱 영상 1세대”라고 표현했다. 온라인게임 장르에서 이야기와 감동을 주기 위한 동영상 콘텐츠를 포함한 건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다.

온라인게임에서 이 같은 동영상이 일반적인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욕심은 있다.

“게임은 영화와 달리 많은 걸 시도할 수 있어 좋습니다. ‘블레이드앤소울’에도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것처럼 SF나 판타지, 중세 무협 등 장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에서도 손쉽게 높은 질을 낼 수 있는 게임 동영상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sidewa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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