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하다고 해도 상관없다. 손때 탄 수첩과 카세트, 사진이 최신 기기들보다 더 아늑함을 준다. ‘철컥’거리는 촌스러운 모양의 카세트라고 비웃어도 괜찮다. 때론 최첨단 기술보다 아날로그 감성이 나를 더 유혹하기도 한다. 수시로 알람을 보내는 스마트폰보다 아직은 펜으로 메모하는 두꺼운 수첩이 더 익숙하다. 내 손으로 쓴 글자가 수첩 한 권을 채워가는 걸 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신 음악을 수백, 수천 곡 내려받아 듣는 서비스도 좋지만, 테이프 한 면만 재생되는 걸 ‘자동 멈춤’이라고 자랑스럽게 써 붙인 카세트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어두운 암실, 희미한 전등 아래에서 인화해 보고 싶기도 하다. 테이프 녹음은 스마트폰에서 아주 기본적인 기능이다. 동작도 간단하다. 녹음하고, 멈추고, 재생목록을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