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해 국내 신규 ‘유니콘 기업’이 집계 이래 최다인 7개사로 나타났다. ‘제 2의 벤처붐’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거품’이 꺼질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내 유니콘 기업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본다.
▲ (사진=창업진흥원 유튜브 채널)
▲ (사진=창업진흥원 유튜브 채널)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 1조원(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뜻한다. 2013년 미국 벤처캐피탈(VC) ‘카우보이벤처스’ 창업자 에일린 리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전해진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유니콘 기업은 18개사로, 3개사였던 2017년과 비교했을 때 4년만에 6배 증가했다. 지난해엔 국내 신규 유니콘 기업이 7개사로, 역대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래 유니콘 기업 이력이 있는 누적 기업 수는 27개사다.

중기부의 통계 기준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의 발표가 기본이다. 여기에 국내 투자업계 등을 통해 추가로 파악해 더한다. CB인사이트가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을 모니터링해 홈페이지 상에 그 목록을 업데이트를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미처 놓친 기업이 있을 수 있어서다. 유니콘 기업의 현재와 누적 개수가 다른 건 해당 기업의 기업가치가 변했거나 상장(IPO)·인수합병(M&A) 등이 일어날 경우 목록에서 제외돼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른 국내 유니콘 기업 18개사는 △옐로모바일(모바일) △엘앤피코스메틱(화장품) △두나무(핀테크) △비바리퍼블리카(핀테크) △야놀자(O2O) △위메프(전자상거래) △지피클럽(화장품) △무신사(전자상거래) △에이프로젠(바이오) △쏘카(카셰어링) △컬리(온라인 신선식품 배송) △비공개 A사(도·소매업) △티몬(소셜커머스) △직방(부동산중개) △당근마켓(전자상거래) △버킷플레이스(전자상거래) △빗썸코리아(핀테크) △리디(콘텐츠플랫폼) 등이다.

▲ 2021년 말 기준 유니콘 기업 통계. (표=중소벤처기업부)
▲ 2021년 말 기준 유니콘 기업 통계. (표=중소벤처기업부)

물론 이 외에도 이따금 언론을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는 스타트업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기사엔 투자 유치와 함께 받은 기업가치가 따라붙는다. 즉 투자자가 투자를 할 때의 주당 가격, 그 가격에 해당 기업의 주식 발행 총수를 곱한 것이 기업가치고 해당 기업가치가 1조원을 바라본다면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는 기사가 나오는 것이다. 유니콘 기업 현황 업데이트는 이러한 기사 모니터링을 통해 이뤄진다. 

정부 '모태펀드' 중심 10조원의 넘치는 자금...생태계 활성화 사업도
업계에선 이렇게 국내서 유니콘 기업이 많아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먼저 ‘넘치는 자금’을 꼽는다.

국내의 경우 지난 2005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모태펀드’가 만들어졌다. 정부 부처들로부터 공급받은 투자 재원인데, VC들이 이를 가지고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그리고 이는 투자기관 분류상 ‘벤처투자조합(중기부에 등록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에 들어간다.

벤처투자조합의 펀드결성 금액은 중기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2019년 4조2411억원 △2020년 6조8808억원(전년대비 62.2%증가) △2021년 9조2171억원(34% 증가)을 각각 기록하며 증가해왔다.

▲ 벤처투자조합의 펀드결성 현황. (사진=중소벤처기업부)
▲ 벤처투자조합의 펀드결성 현황.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이 외 비공식 집계를 포함한 공공 주도의 벤처투자 실적은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공개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통계가 2020년이다. 벤처투자조합(공식 집계)을 포함한 공공 주도의 벤처투자 실적은 △2019년 8조2750억원에서 △2020년 9조815억원으로 9.7% 증가했다. 비공식 집계엔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신기술사업투자조합뿐 아니라 산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포함돼 있다.

▲ 투자기관별 벤처투자 실적 현황.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 투자기관별 벤처투자 실적 현황.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그리고 이러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는 것이 글로벌 VC와 대기업에서 출자하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인 CVC 등으로부터 들어온 자금이다. 글로벌 VC 자금은 국내에 2020년 5조원 정도 들어온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투자 금액도 △2020년 2940억달러(약 380조원)에서 △2021년 6210억달러(약 800조원)로 증가했다.

결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10조원 정도의 돈이 조성, 공공 주도로 펀드결성 및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총 투자 유치 금액은 △2020년 3조4520억원에서 △2021년 11조7287억원으로 3.3배나 늘었다.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자체 조사했고, CVC 투자금을 포함, 신약개발 스타트업이나 자회사 형태의 스타트업은 제외했다는 점 등은 감안해야 한다.

앞으로는 CVC 투자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일반지주회사도 금융회사인 CVC를 보유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의 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회사가 없는 기업, 지주회사가 아닌 계열사가 CVC를 만들어왔다. 이에 대기업 직접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넘치는 자금뿐 아니라 정부가 창업인프라·창업교육·멘토링·해외진출·사업화·네트워크 등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실제 미국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스타트업 지놈’의 2021년 글로벌 창업생태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16위다. 전 세계 100개국 28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정부의 ‘K-유니콘 프로젝트’엔 아기유니콘(육성사업)·예비유니콘(특별보증) 등 지원 사업도 있는데, 컬리·리디·직방 모두 해당 사업에 참여했다. K-유니콘 프로젝트는 벤처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민관합동으로 유니콘 후보 기업을 집중 발굴·체계화된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또 중기부는 유니콘 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모태펀드가 출자하고 해외 VC가 운용하면서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펀드’도 조성해왔다. 이를 통해 해외 대형 투자자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및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곳들이 비바리퍼블리카·컬리·직방·몰로코 등이다.

▲ 정부의 K-유니콘 프로젝트. (사진=중소벤처기업부)
▲ 정부의 K-유니콘 프로젝트. (사진=중소벤처기업부)

인수합병에 고속 성장하는 스타트업...인재 유입도 활발
이 외 국내 유니콘 기업이 많아진 배경으로 꼽히는 것이 △인수를 통한 고속 성장 △인재 유입 등이다.

인수를 통한 고속 성장의 대표적 사례로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의 투자를 받은 ‘야놀자’를 들 수 있다. 야놀자는 2016년 호텔나우(호텔예약서비스) 인수를 시작으로 한국물자조달(숙박물품유통)·젠룸스(동남아호텔체인)·레저큐(레저플랫폼)·산하정보기술(호텔IT솔루션) 등을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왔다.

인수를 통한 고속 성장은 넘치는 자금과도 어느 정도 연관된다. 돈은 들어오는데 자체 경쟁력 확대를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오가닉(organic) 전략을 끌고 갈 시간이 없다보니, 더 빠른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이는 해외 기업도 마찬가지다.

거꾸로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이 되는 것도 벤처 생태계를 키우며 유니콘 기업이 더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인재를 유입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진출 사례는 ‘엑시트(스타트업이 기업공개나 인수합병 등을 통해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도록 해주고, 창업자가 사업에 대한 성과를 거두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지난해 토종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가 세계 최대 데이팅앱 ‘틴더’를 운영하는 ‘매치그룹’에 2조원에 인수된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최근 업계에선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수 시장이 작다는 이유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의도하지 않은 유니콘들이 상당히 많아졌다고 생각한다”면서 “시장에 돈이 많아졌고, 정부에서 유니콘을 적극적으로 육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국내 스타트업 경쟁력이 높아진 건 우리나라에 돈이 많이 들어오고 인재가 많이 들어오고, 또 하나 주목할만한 것이 쿠팡·하이퍼커넥트 등 엑시트가 굉장히 많아졌기 때문”이라면서 “2018년 정도까진 한동안 엑시트가 안 된다는 문제가 많이 지적됐는데, 관련 사례들이 나오면서 전반적으로 스타트업 업계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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