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 대신 플랫폼 사업 확장을 선택했다. 지난 12일 카카오와 합의점을 찾고 SM 인수를 중단하는 대신 플랫폼 사업과 관련한 협업을 진행하기로 하면서다. 하이브는 2020년 9월 '글로벌 톱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목표로 상장한 이후 지금까지 플랫폼과 엔터사업 결합에 주력해 온 만큼, SM 인수 중단하면서 플랫폼 사업과 관련한 실리를 챙겼다는 분석이다.

'플랫폼 엔터사' 천명 하이브 "오히려 좋아"
 

(사진=어도어)
(사진=어도어)

하이브는 지난 12일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경쟁 구도가 심화되자 SM 인수를 중단하기로 했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업 방안에 합의하는 대신 카카오가 오는 26일 SM 지분 공개매수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경영권을 가져가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SM 인수전을 두고 하이브가 카카오에 패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등 하이브가 SM 인수에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브는 'SM with HYBE'라는 이름의 SNS 계정 또는 SM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 후 경영목표, 사업전략 등을 제공하는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인수 청사진을 구체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와 플랫폼 관련 협업을 진행하기로 합의점을 찾은 만큼, 현재 시점에서 하이브 또한 나름의 실리를 챙겼다고 풀이된다. 특히 하이브 플랫폼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위버스는 이미 네이버와의 협업을 진행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낸 바 있어 향후 카카오 및 SM과의 협업 방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이브는 지난해 7월 브이라이브 영상 라이브 기능이 더해진 '위버스 라이브'를 더해 기능을 고도화한 '위버스 2.0'을 론칭했다. 하이브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따르면 위버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40만으로, 전분기(690만)보다 21% 증가한 수치다. 2020년 1월 위버스 MAU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수치이기도 하다.

위버스 2.0 론칭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 공연이 중단되면서 온라인 공연 및 커뮤니티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하지만 위버스가 하이브의 직접 참여형 부문(앨범·공연)과 간접 참여형 부문(MD 및 라이선싱·콘텐츠) 매출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면서, 결과적으로 하이브와 네이버 브이라이브의 협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화위복이 됐다.

플랫폼 협업 예상 시나리오는?…'엔터사 대통합' 될까

SM 인수 대신 선택한 카카오와의 플랫폼 협업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로 예측이 가능하다. 먼저 가장 현실적으로 내다볼 수 있는 협업 형태는 엑소 등 SM 아티스트들의 위버스 입점이다. 
 

(사진=위버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사진=위버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현재 위버스에는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르세라핌 등 하이브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 외 타 아티스트까지 약 80개 팀이 입점해 있다. 때문에 협업을 약속한 SM 아티스트들의 입점도 충분히 예상가능한 부분이다. 나아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의 입점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이브는 빅히트 시절부터 '비엔엑스(현 위버스컴퍼니)'를 통해 팬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MD(상품) 판매 사업을 진행해왔다. 하이브 상장 전후로는 플레디스, 쏘스뮤직 등 다수 레이블을 인수합병하며 소속 아티스트를 위버스에 입점시키며 위버스의 사세를 확장했다. 때문에 아티스트 입점이라는 협업만으로도 위버스의 성장세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하이브의 SM의 자회사 '디어유' 인수다. 디어유는 '디어유 버블' 등 팬덤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디어유 역시 SM 소속 아티스트 및 타 엔터사 아티스트들이 입점해 있는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 위버스를 운영 중인 하이브에게는 인수 기회가 열려있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지난 12일 SM 인수를 두고 카카오와 논의할 당시 2조원 가량의 자금을 준비했던 데다, 향후 SM 지분을 매각할 경우 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디어유 인수까지 자금 또한 확보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 위버스를 운영하는 위버스컴퍼니는 지난해 하이브의 레이블 '어도어'와 협업해 뉴진스의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포닝'을 론칭했던 이력이 있는 만큼, 또 다른 협업 또한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주주를 상대로 경영목표 등을 설명하는 SNS와 홈페이지를 제작해 운영한 바 있다. (사진=SM with HYBE SNS 화면 갈무리)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주주를 상대로 경영목표 등을 설명하는 SNS와 홈페이지를 제작해 운영한 바 있다. (사진=SM with HYBE SNS 화면 갈무리)

한편 위버스컴퍼니의 2대주주(49%)는 네이버, 3대주주가 YG엔터테인먼트며, 디어유의 경우 JYP엔터가 18.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를 중심으로 네이버, 카카오, SM, YG, JYP 모두 플랫폼을 중심으로 교집합을 갖게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때문에 하이브는 SM 아티스트의 위버스 입점 또는 디어유 인수 등 어떤 방식으로든 국내 엔터계를 폭넓게 아우르는 대형 플랫폼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이브는 플랫폼과 관련해 카카오와 어떤 방식으로 협업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가 하이브에 지난 12일 회동을 먼저 제안한 만큼 하이브에게는 아쉬울 것 없는 사업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하이브 관계자는 "현재 구체적인 협업 내용을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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