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고서, 몇 퍼센트나 인공지능(AI)이 썼습니까?"

챗GPT발(發) 생성형 AI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전문직 시험도 가뿐히 통과하는 역량을 과시하자 시험이나 과제에 있어 생성형 AI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하지만 AI가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기 전부터 AI 활용을 적극 활용한 회사가 있다. 바로 퍼포먼스 마케팅을 근간으로 성장한 광고대행사 '에코마케팅'이다. 선도적으로 업무 자동화를 이뤄온 에코마케팅은 'AI와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에코마케팅)
(사진=에코마케팅)

2003년 설립된 에코마케팅은 '퍼포먼스 마케팅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온라인 광고대행사'임을 주장하고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은 사용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고객만을 타깃팅해 광고를 노출하는 것을 말한다. 성과 측정이 가능한 온라인 마케팅이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에코마케팅은 그간의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능성 있는 브랜드를 발굴, 육성하는 '비즈니스 부스팅' 사업을 통해 '클럭', '몽제', '안다르' 등도 키워냈다.

회사는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 중으로, 이는 AI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이어졌다. 에코마케팅에 따르면 이미 5년 전 데이터 해석까지 해주는 실시간 리포트 자동화를 완료했고, 지난해 전사적으로 '오토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오토파일럿은 사내에서 구글·네이버·카카오 등 관련 미디어를 잘 운영하는 3~5년차 직원의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 해당 직원의 방법론을 학습한 모델을 만들어낸다. 물론 에코마케팅이 20년간 쌓아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요일별 변수 등을 조정하는 것도 모델링에 보탬이 됐다.

대행사는 숙련된 인재가 가장 큰 재산으로, 대부분의 업무가 도제식으로 이뤄진다. 여러 미디어를 경험하고 숙련하는 데 최소 2년이 걸린다고 치면, 신입사원을 뽑고 가르치고 나면 인력 유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오토파일럿을 이용하면 마케터들이 건들이지 않아도 캠페인이 자동으로 돌아간다. 새벽 내 쌓인 데이터들을 토대로 성과 예측이 나오면, 마케터들은 판단만 하면 되는 것이다.

김정파 에코마케팅 상무는 "이전에는 데이터 정리, 리포트 작성, 보고 및 결재 등의 작업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생산적이고 전략적인 업무 위주로 업무 프로세스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사진=에코마케팅)
(사진=에코마케팅)

회사에 따르면 오토파일럿은 2021년 개발한 뒤 효과를 인정받고 지난해부터 전사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후 내부적으로 조금이라도 반복되는 업무는 모두 자동화할 수 있도록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중이다.

 

인력 리소스 반으로 줄어…"AI와 함께 일하는 법 뼈에 새겨야"

에코마케팅은 지난해 3분기에는 오픈AI '챗GPT'와 네이버 '클로바'와 협업해 'AI카피라이터'를 개발했다.

여기서 말하는 카피는 '산소 같은 여자', '니들이 게 맛을 알아?' 등과 같이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슬로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상에서 뜨는 디지털 광고 중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만든 소재들이다. 해당 연령대나 관심사, 자주 같은 커뮤니티 등의 어법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케터가 제품의 타깃, 페르소나를 잡고 AI카피라이터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여러 카피들이 출력된다. 몇번의 수정 및 확인 작업만 하면 광고 소재가 만들어진다. 특히 에코마케팅은 자사몰(D2C) 사업을 하는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주와 대행사, 마케터와 엔지니어 모든 측면에서 숙고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몇천, 몇만개가 넘어가는 상품 리뷰를 분석해 신선한 소재를 만들어 내는 경험도 했다는 것이 김정파 상무의 부연이다. 고객들의 소구점을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에 사람 같지만 사람 같지 않은 카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AI카피라이터는 상품 랜딩 페이지를 제작하는 데에도 쓰이고 있으며, 영상 스토리보드(콘티)를 만들 때에도 효과를 보고 있다.

에코마케팅 측은 실제 5~6명이 하던 캠페인을 3명이 하고 있을 정도로 업무 환경의 효율화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김정파 상무는 "정말 유능한 대리급 한 명이 2시간 걸릴 것을 10초만에 주는 느낌이다. 의사결정 과정은 줄고, 1인당 생산성은 늘어난 것을 체감한다"며 "이제는 소통을 잘하는 인재가 더 필요한 시대가 됐다. 신입사원들이 AI를 가지고 '노는' 반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AI는 회사 문화 자체를 바꾸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오히려 왜 AI를 쓰지 않았냐고 반문할 정도"라며 "반복되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을 넘어 AI와 함께 일하는 법을 뼈에 새기는 것이 AI 트랜스포메이션의 첫 단계"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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