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을 국유화하기로 하며 주요 광산 회사 주가가 급락했다.

(사진=SQM)
(사진=SQM)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취임한 좌파 성향의 가브리엘 보릭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칠레의 리튬 자원 개발을 위해 국영 기업을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튬 국유화를 통해 리튬 광산에서 배터리 등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보릭 대통령은 새로운 국영 기업이 민간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며 정부가 이 기업의 지분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이라고 밝혔다. 보릭 대통령은 “정부가 리튬의 생산 전 과정에 참여할 것”이라며 “이것은 지속 가능하고 개발된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가진 가장 좋은 기회고 우리는 이것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이날 뉴욕증시에서 세계 최대 리튬생산기업인 칠레의 SQM(Sociedad Química y Minera de Chile) 주가는 18.57% 폭락했다. SQM 지분 22%는 중국 최대 리튬생산업체인 톈치리튬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 기업 앨버말 주가도 10% 급락했다. 

현재 칠레에서 활동 중인 생산업체는 SQM과 앨버말이 유일하다. 다만 앨버말 측은 칠레 정부가 기존에 체결한 광산 계약을 존중할 것이기 때문에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SQM의 리튬 채굴권은 오는 2023년, 앨버말의 채굴권은 2043년에 만료된다. 이번 계획에 따라 SQM과 앨버말은 칠레 정부와 지분율을 놓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보릭 대통령은 국영 구리 생산업체인 코델코가 SQM과 알버말의 계약 기간을 존중할 것이며 채굴권이 만료되기 전에 양사와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칠레는 세계 1위 리튬 매장국이며 2위 생산국이다. 그러나 엄격한 규제로 신규 광산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칠레 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 결과 중국 및 미국 광산업체 유치에 성공한 호주, 아르헨티나 등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S&P 글로벌코모디티인사이츠의 앨리스 유 분석가는 칠레의 리튬 전 세계 공급량이 2027년에 15%를 차지해 지난해의 25%에서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제안이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 소재를 확보하는데 새로운 도전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라틴 아메리카의 이른바 ‘리튬 삼각지대(칠레·볼리비아·아르헨티나)’의 자원 민족주의의 물결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또 멕시코는 지난해에 리튬 산업을 국유화했으며 인도네시아는 2020년에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수출을 금지했다. 

칠레의 광산업 전문 변호사인 로니 지머만은 보릭 대통령의 제안이 칠레 리튬 산업에 관심을 갖는 외국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칠레 현지 기업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나아가 보릭 대통령의 국유화 계획은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릭은 의회에서 다수당이 아니기 때문에 승인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칠레 가톨릭대학교의 후안 이그나시오 루즈만 교수는 보릭 대통령이 “제안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람들은 정부가 칠레의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기업이 창출하는 수익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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