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자국의 사이버 보안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제품 구매 금지 조치를 내렸다. 미중 반도체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마이크론)
(사진=마이크론)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CAC)은 성명을 내고 자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사이버 안보 심사를 실시한 결과 “비교적 심각한 보안 위험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CAC는 마이크론의 부품이 “자국의 중요한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상당한 보안 위험”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에 따라 주요 인프라 운영자들이 마이크론의 제품 구매를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CAC는 “중국이 자국의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한 모든 해외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환영하지만 마이크론 제품에 대한 조사는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전했다. 그러나 어떠한 제품이 금지됐는지, 해당 제품이 어떠한 보안 위험을 초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마이크론은 성명을 통해 이번 심사 결과를 검토 중이며 “중국 당국과 계속해서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지난 3월 31일 국가 안보 유지를 위해 마이크론에 대한 사이버 보안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이 해외 반도체 기업에 대해 사이버 보안 심사를 한 최초의 사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미국이 중국의 최첨단 반도체 업체들을 수출 금지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려 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됐다. 

블룸버그는 “중국 관리들은 마이크론에 대한 당국의 조사를 중국 내에서 미국에 대한 보복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최근 추세의 일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연방수사국(FBI) 중국 방첩활동 관리를 지낸 홀든 트리플렛 트렌치코트 어드바이저 설립자는 “CAC의 결정은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한 중국의 보복 외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에서 영업 중인 그 어떤 외국 기업도 이 속임수에 속아서는 안 되며 누구든지 중국의 다음 표적이 돼 보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 대만에 이어 마이크론의 세 번째로 큰 시장으로 이번 조치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매출 중 11%인 33억달러(4조3000억)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마이크론의 제품 대부분은 산업 표준에 따라 제작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경쟁사 제품에 의해 쉽게 교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파이낸셜타임즈(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중국이 마이크론을 규제할 경우 한국 기업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부족분을 메우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요청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마이크론은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는 마이크론이 일본 정부로부터 2000억엔(약 2조원)의 보조금을 받아 히로시마 소재 시설에 D램 반도체를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5000억엔을 투자한다. 마이크론은 해당 시설에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설치해 반도체를 생산한다. 일본에 첨단 노광장비가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일본 반도체 산업의 첨단화를 위한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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