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ll2.0, 델의 명예를 회복시킬 것인가?
수년간 PC시장에서 '제왕'으로 군림해온 델이 지난해 업계 1위 자리를 휴렛패커드(HP)에 넘겨준 뒤부터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의 따가운 시선에 휩싸여 있다. 분기 실적도 계속해서 부진한 편이다. 최첨단 공급망을 앞세워 휴렛패커드(HP)와 컴팩 등 공룡기업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때가 바로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창업주인 마이클 델이 경영일선에 복귀했음에도 비판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달도차면 기운다'는 옛말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델의 '성적부진'이 단기적인 것인지 아니면 구조적 모순에 따른 중장기적 위기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최근 2년간 부진한 모습을 보여온 델에게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가운데 델 회장은 최근 경영에 복귀하면서 '델2.0'이란 슬로건을 강조했다. 웹2.0 열풍으로 유행어가 된 '2.0'이란 숫자는 이제 IT업계에서 변화라는 의미로도 통하고 있다. 델2.0도 이런 의미로 해석하면 될 듯 싶다.
델 회장이 강조한 델의 변화는 글로벌 서비스와 고객 가치의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공급망 업그레이드와 고객과의 유대 강화를 통해 다시 '옥좌'에 오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거룩한 얘기만 늘어놓는 것 아니냐?"란 비판도 있으나 델의 변화를 지켜보는데 있어 델 회장의 메시지만큼 의미있는 '나침반'은 없다. 특히 고객 가치 극대화는 '가격 경쟁력+플러스 알파'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고객 가치 극대화를 향한 델의 개혁은 웹2.0 기술을 끌어안는 것부터 시작됐다. 델은 얼마전 딕닷컴과 유사한 커뮤니티 사이트 '델아이디어스톰'과 동영상 공유 사이트 '스튜디오델'을 선보였다. 고객들과의 소통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델아이디어스톰은 소비자들이 델 제품과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다. 게시판과 사용자들의 추천에 기반한 뉴스 서비스 딕닷컴 모델이 결합된 것으로 보면 된다.
스튜디오델은 델이 마케팅 메시지를 동영상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셋업하는지 등 다양한 비디오 콘텐츠가 올라와 있으며 사용자들은 델에 대한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 올릴 수도 있다.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위한 공간이기도 한 셈이다.
앞서 밝혔듯 델이 내놓은 웹2.0 서비스의 임무는 '사용자들과의 소통 강화'다. '델판 웹2.0 서비스' 자체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델이 그것들을 활용해 고객들의 참여를 어느정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관전포인트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잘나가는 기업이라도 언제든지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델이라고 해서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델이 위기를 만나 무너지느냐 아니면 다시 강자의 자리로 올라서느나 하는 것이다.
천하의 IBM도 위기를 겪었고 '디지털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애플은 한때 '수명이 오늘 내일한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변화를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고 지금은 IT업계를 다시 호령하고 있다.
델의 운명은 어떻게될까? IBM, 애플과 같은 길을 걸을까 아니면 위기를 넘지못하고 장기적인 침체의 길로 들어설 것인가?
'델2.0'이란 슬로건으로 변화를 추진중인 델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지켜보는 것은 구경꾼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일이 아닐 수 없다. 델이 선보인 두가지 웹2.0 서비스가 나에게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