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이노베이스 인수 이후 '마이SQL'은?

2007-03-01     모가비
지난 2005년 10월 오라클은 핀란드의 이노베이스를 인수하여 공개SW인 마이SQL 사용자들을 경악하게 했다.(http://www.oracle.com/corporate/press/2005_oct/inno.html). 이노베이스는 마이SQL DBMS의 핵심 저장시스템인 '이노디비(InnoDB)'를 공급하고 있었다. 마이SQL은 InnoDB 외에도 MyISAM 등 여러 가지 저장시스템과 연동되어 동작하지만, 중요한 업무에 필수 기능인 트랜잭션을 제대로 지원하는 것은 InnoDB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마이SQL 사용의 30~40%는 저장시스템으로 InnoDB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라클이 밝힌 이노베이스 인수의 표면적인 배경은 “공개SW의 적극적 지원”이었으나,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이제 마이SQL의 미래가 오라클에 따라 달린 것이 아니냐”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라클이 이노베이스를 인수한 진짜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으나,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떠오르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 진출에 대한 교두보로 마이SQL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마이SQL은 인터넷 서비스 영역에서 오라클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주요 이유는 공개SW가 갖는 총소유비용(TCO)의 장점일 것이다. InnoDB의 완전 제어권을 확보한 오라클은 InnoDB의 기능을 적절한 선에서 제어하면서, InnoDB에서 오라클로 마이그레이션 경로를 지원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마이SQL 사용자를 오라클 사용자로 흡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nnoDB가 탑재된 마이SQL은 총소유비용 측면에서 이미 오라클의 익스프레스 에디션, 심지어 스탠다드 에디션과 경쟁이 되어 왔다. 따라서, 이 주장이 맞는다면 오라클은 InnoDB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적절한 시점에서 InnoDB-마이SQL 사용자를 오라클로 끌어들이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오라클이 InnoDB를 이용하여 마이SQL을 공격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은 여러 가지 있을 수 있다. 혹자는 InnoDB 자체가 GPL로 공급되는 공개SW이기 때문에 그 공격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InnoDB의 GPL에는 InnoDB의 핵심기능인 핫백업(운영을 중단하지 않고 백업을 받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오라클이 InnoDB의 GPL 공급을 중단하고 향후 기능 향상 및 오류수정을 상용화 해버리면 마이SQL의 총소유비용 장점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것이 마이SQL 사용자들로 하여금 가장 우려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또 한 가지 주장은 CRM, ERP 마켓에서 벌이는 SAP와의 경쟁에서 마이SQL을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오라클은 피플소프트를 인수하는 등 기업용 SW 시장에서 SAP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SAP는 자체 DBMS인 SAP DB의 공급 라이선스를 마이SQL에 주어, MaxDB라는 이름으로 공급하고 있다. 즉, SAP와 마이SQL은 이 방식을 통하여 마이SQL 고객에 대한 ERP 시장 개척을 위하여 상호 협력해왔다. 이 시장은 오라클이 인수한 피플소프트의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오라클로서도 SAP와 경쟁하기 위하여 마이SQL과 비슷한 구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였고, InnoDB의 인수를 통하여 이 구도를 확보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오라클이 InnoDB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미 비슷한 수준의 제품을 가지고 있는 오라클로서는 마이SQL+SAP에 대한 견제용 카드로 사용하는 수준일 것이다.



오라클이 이노베이스를 인수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어느 쪽 시나리오든 오라클이 InnoDB를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지원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이점이 InnoDB를 사용하고 있는 마이SQL 사용자들에게는 가장 큰 위협으로 보이고 있다. MyISAM 등 다른 저장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마이SQL 사용자들도, 응용 업무가 복잡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InnoDB로 전환하는 추세이었으나, 이제는 그 경로가 차단될지 모른다는 점도 불안하다.



오라클의 이노베이스 인수 이후, 마이SQL은 오라클의 위협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하기 위하여 즉각적으로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해 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나, 크게 두 가지 조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2006년 4월 오라클과 InnoDB 계속 공급 계약을 맺었다 (http://www.cbronline.com/article_news.asp?guid=4C422CFB-637B-4CF0-B602-C292529593A3). 즉, 오라클이 InnoDB 공급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는 치명적인 위협은 불식시킨 셈이다. 오라클로서도 InnoDB 인수에 따른 공개SW 진영의 불만을 잠식시키기 위해 일단 '계속 공급'이라는 메시지는 중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간 계속 공급하는 것인지, 향후 오라클이 계속하여 InnoDB를 개선하고 업그레이드할 것인지, 계속하여 GPL을 유지할 것인지 등 실질적인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부분은 밝혀지지 않았다.



둘째로, 마이SQL은 InnoDB를 오라클에 빼앗긴 후, 바로 자체적으로 트랜잭션을 지원하는 저장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몇 가지 단계를 밟기 시작한 것 같다. 아마도 작년 2월에 인수한 Netfrastructure로부터 고급 DB 개발진을 확보한 것 같고, 그 결과 Falcon이라는 새로운 저장시스템을 개발하여 현재 알파릴리스 상태이다. InnoDB와 비교하여 어느 수준의 트랜잭션을 지원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트랜잭션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저장시스템이 안정화되는 데에는 최소한 3-4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분간 InnoDB의 대안이 되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