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다떨기]리눅스와 통합 커뮤니케이션의 닮은점은?
IT 분야를 취재하면서 의아한 점이 있었다. 전세계 리눅스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열풍이 우리나라에서는 전혀 불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리눅스를 이야기하는 분들과 얼굴을 붉히면서 티격태격한 적이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에서 공개 소스 소프트웨어에 대해서 열심히 씨앗을 뿌리고 있지만 수많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중 유독 '리눅스'에만 한정돼 있는 것도 특이한 점이라면 특이점이다.
본사 임원들이 방한해 "리눅스가 지금 기업 내부의 미션 크리티컬(핵심업무)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강조하고, "한국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기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국내 지사는 리눅스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도 그런 조직을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확보하지도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해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한국 지사가 전략을 이야기하는 조직이라기 보다는 매출을 달성해야 하는 조직이기에 그렇다. 본사에서 아무리 거창한 메시지가 나오고 그것이 광풍을 몰고 오고 있다고 해도 되도록이면 국내에서는 그런 바람이 안불기를 바란다. 국내 시장 규모는 전세계 IT 분야에서 1% 정도에 해당된다.
유닉스 시스템을 리눅스로 교체하면 매출이 급격히 줄어든다. 정작 현장에 나가있는 영업사원들에겐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인센티브'를 준다. 유닉스 시스템을 이용하던 주고객이 리눅스로 마이그레이션 한다고 하면 그 영업 사원은 오히려 자기 돈을 내야 하지 않을까? 국내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영업 사원 입장에서도 유닉스를 판매했을 때와 리눅스를 판매했을 때 받는 인센티브도 현저히 차이가 난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고객을 만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고객 입에서 리눅스가 나오면 아마도 십중팔구는 리눅스를 하게되면 안정성이 어떻고, 국내 기술지원이 어떻고라는 말을 꺼낼 것이다. 되도록이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해주면 좋을텐데 고객이 모험을 하겠다고 하니 성과보다는 위험을 더 강조하게 된다. 그래도 고객이 추진하려고 하면 끝내는 "도입하셨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승진하시거나 자리보존하시는데도 어려울 텐데요"라는 말을 꺼낼 것이다. 이런 말을 듣고도 그걸 추진하겠다는 인물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유닉스를 열심히 밀었던 이들이 리눅스를 반기는 않는 상황은 참 아이러니하다. 국내는 전세계적으로도 메인프레임을 유닉스 환경, 즉 오픈 시스템으로 가장 빠르게 다운사이징하는 나라에 속한다. 금융권은 물론이고 국내 유무선 통신사들은 지난해 SK텔레콤이 유닉스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모두 오픈 시스템 환경을 갖췄다. 오픈 시스템을 부르짖은 곳들은 현재 유닉스 분야에서 확실한 점유율을 확보한 업체들이다. 서버는 물론이고 소프트웨어까지.
이들은 리눅스의 바람에 맞서고 있다. IBM이 초기 메인프레임을 다운사이징하자는 오픈 시스템 진영과 맞섰던 것과 동일하다. 차이가 있다면 메인프레임을 다운사이징 하자는 IT 기업들이 무척 많았고, 고객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정도로 기술과 영업이 뒷받침됐었다는 점이다. 리눅스도 여전히 오픈 시스템이다. 정작 IBM에 맞서 다운사이징을 외쳤던 바로 그 기업들이 리눅스도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기에 이 바람을 잠재울 수 있다.
그렇다면 통합 커뮤니케이션(UC) 쪽은 어떨까?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현재까지 통합 커뮤니케이션은 마케팅 메시지에 가깝다. 시장은 아마도 내년에 개화될 것 같다. 고객들은 무엇이 통합 커뮤니케이션이고 어떻게, 어디서부터 도입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통합 커뮤니케이션 장비를 제공하는 외산 벤더들의 처지가 서버 업체들과 닮았다는 것. 통합 커뮤니케이션은 전화 인프라와 기업 내 다양한 응용프로그램들을 엮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통합 커뮤니케이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응용프로그램들을 이해해야 한다. 네트워크나 교환기 담당자로서는 무척 피곤할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나 통신도 힘든데 응용프로그램이라니? 또 자사 장비와 국내외 응용프로그램들을 연동하려면 많은 발품을 팔아야 한다.
이렇게 해도 라우터나 스위치, 광장비 같은 전통적인 네트워크와 통신 장비 판매액을 따라갈 수 없다. 네트워크 장비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정도의 벤치마크 테스트를 거처 바로 도입되는데 비해 응용프로그램 도입은 그 사이클이 무척 길다. 사전 컨설팅 기간을 포함해 1년을 넘는 것이 다반사다. 라우터나 스위치 한대 파는 노력을 하고 나에게 떨어지는 인센티브가 큰 쪽을 선택하겠는가 아니면 그 반대의 길을 가겠는가?
이런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리눅스가 됐건 통합 커뮤니케이션이 됐건 수많은 IT 열풍 중에 우리나라를 빗겨갈 바람들은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다. 물론 한가지 차이는 있다. 통합 커뮤니케이션 분야는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국내 그룹웨어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꾸준히 파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기에 네트워크 업체들과는 입장이 달라진다.
전세계 리눅스 열풍을 불러일으킨 이들은 유닉스 매니아들이다. 상용 소프트웨어에 종속됐었다고 느낀 이들이 잃어버렸던 '야성'을 다시 찾을 수 있는 것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였다고 전하는 이들도 있다. 국내는 이들 인력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아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