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의 거침없는 하이킥은 어디까지?
창립 10주년을 맞고 있는 티맥스소프트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티맥스가 대우정보시스템과 손을 잡고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들웨어에서 출발해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 보안,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웍, 기업포털과 지식관리, 관계형데이터베이스 솔루션들을 출시한데 이어 산업별 특화 ERP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이번 행보에서 주목할 점은 티맥스라는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의 사업 확장과 대우정보시스템이라는 시스템통합 업체의 솔루션 사업 강화다.
티맥스의 이번 전략을 살펴보기 전에 잠시 지난해 9월로 기억을 되돌려보자.
(대우정보시스템 정성립 대표(좌측)와 티맥스소프트 김병국 대표가 ERP 공동 개발과 관련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티맥스는 지난해 9월 말 국내 인사관리솔루션 전문 업체인 화이트정보통신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두 회사는 각사가 보유한 인사관리솔루션과 미들웨어의 소스를 서로 공유해 좀더 최적화된 인사관리시스템을 개발하는데 뜻을 모았다. 화이트정보통신은 인사관리 솔루션 시장을 놓고 오라클이나 SAP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 왔다.
당시 제휴는 각 분야 선발 토종 소프트웨어 업체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티맥스 입장에서는 오라클과 SAP와 같은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는 화이트정보통신을 적극 지원하면서 인사관리솔루션 시장에서 해외 업체들의 진출을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고, 오라클과 SAP도 미들웨어 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인사관리솔루션을 도입하는 고객사들에게 자연스럽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
미들웨어 업체 입장에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당시 협력이 미들웨어 사업 확장이라면 이번 대우정보시스템과의 ERP 협력은 프로프레임의 영향력을 더욱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회사는 수주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ERP 솔루션 공동 개발과 국내외 사업협력'을 위해 힘을 합쳤다. 수주산업은 수요자 주문에 의해서 생산하는 산업으로 수요량이 적고 제품 가격이 거액인 대형 발전기, 선박, 산업용 기계, 대형 플랜트 등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티맥스소프트는 솔루션 개발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웍을 제공하고 시스템 공통모듈 개발과 ERP솔루션 패키징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대우정보시스템은 해당 산업에 필요한 설계관리, 자재관리, 생산관리, 품질관리 등의 업무모듈 개발을 주로 맡는다. 또한 개발된 솔루션 패키지를 토대로 고객 발굴, 수주를 위한 영업, 솔루션의 시연, 프로젝트 인력 소싱 등 사업 확대를 위해 상호 협력하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에도 함께 나서기로 합의했다.
티맥스소프트의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웍 “프로프레임”은 지난해 신한은행과 SK텔레콤 차세대 시스템의 성공적 구축에 이어 농협중앙회, 대우증권 등 초대형 사업들을 연이어 수주해, 기구축 또는 구축중인 고객수가 20개사에 이르고 있다.
김병국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각 산업별로 기간계 시스템에 도입할 솔루션 패키지를 개발해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선두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비전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해당 제조산업에서 역량을 갖춘 대우정보시스템과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함께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동반자로 성장하겠다”고 의미를 밝혔다.
티맥스의 한 관계자는 "건설 ERP와 같이 특화된 시장이 있는 만큼 산업 특화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하고 "연말까지 관련 제품이 출시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산업별 특화 시장이라고 언급한 대목을 볼 때 기회가 다으면 금융 분야나 통신 산업 특화 ERP 시장도 진출할 수 있다고 넓게 해석할 수 있다. 티맥스는 프로프레임을 통해 금융권에 확실한 기반을 다잡고 있다. 국내 금융권들은 아직까지 ERP를 도입하지 않은 곳들이 많은 미개척시장으로 오라클이나 SAP도 금융권의 ERP 도입 움직임에 적극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이라는 걸출한 통신 파트너 확보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대기업들이 협력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협력사에게 정보화를 단행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협력사를 제외한 정보화의 효과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이런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협력사와의 정보 시스템 연동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 여기서 대우정보시스템은 시선을 돌려보자.
대우정보시스템은 제조산업 분야에서 다수의 대형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년간 축적해온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통한 업무 노하우와 SI 프로젝트 경험을 기반으로 IT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분리된 옛 대우 그룹 소속사들이 빠르게 회생하고 있어 대우정보시스템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있다.
정성립 대우정보시스템 회장은 “대우정보시스템은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에 대한 SI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솔루션을 확보하고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여 국내외 대표 IT 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한다”며, “대우정보시스템의 제조분야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티맥스소프트와 협력하여 SOA(Service Oriented Architecture) 기반의 새로운 제품을 개발, 두 회사의 전문분야에 선택 집중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으로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협력의 의의를 강조했다.
대우정보시스템의 행보는 SI 업체들의 솔루션 사업 재도전이라고 확대해석할 수 있다. 국내 대형 SI 업체들은 90년대 다양한 솔루션 사업을 공격적으로 진행했지만 대부분 관련 사업을 접었다. 국내 시장 구조가 재벌 위주여서 타 계열 SI 업체의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시장 자체가 작았고, 무엇보다 각 계열사들도 글로벌 경영보다 내수 경영 위주의 사업을 전개해 왔기에 국내 시장 말고는 달리 판매처가 없었다는 이유도 있다.
그나마 솔루션 사업의 명맥을 유지하는 곳은 삼성SDS 정도. 삼성SDS도 2000년대 해외 솔루션 시장 진출을 공헌하면서 HP의 메시징 솔루션을 인수했었지만 사업이 좌절됐고 지난해에 인수했던 HP 메시징 사업부도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좌절에도 ERP 사업을 접지 않았었는데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들이 글로벌 경영에 성공하면서 좌초됐던 삼성SDS 솔루션 사업도 동반 상승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바로 삼성전자 협력사 정보화 사업. 삼성전자는 올해도 지원금을 제공하면서까지 협력사들에게 ERP나 공급망관리시스템 도입을 적극 권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협력사 정보화까지 신경쓸 정도라고 볼 수 있지만 전세계 경영 자체가 협력사나 파트너 사와의 긴밀한 정보 시스템 연동 없이는 지속적인 혁신을 단행하거나 효율적인 경영 계획과 재고 관리, 자재 구매 등의 이점을 얻을 수 없어 협력사 정보화가 자사의 경쟁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이 점은 다른 제조업체들에게도 동일하다. 앞서 거론한 수주산업의 경우 최근 국내 기업들의 선전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해외 수주 물량을 대거 확보하면서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기업들은 급작스럽게 늘어난 물량을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기존 협력사 이외의 많은 협력사들이 필요해졌고, 그만큼 파트너사도 늘어났다. 관리 업체들이 늘어난만큼 정보화 요구가 뒤따르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 SI 업체들이 그동안 IT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하면서도 시시각각 솔루션 사업 시장으로의 재진출을 면밀히 검토해 왔는데 최근의 상황이 절호의 시기라고 결론 내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솔루션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다른 SI 업체들도 협력사 정보화 시장을 놓고 솔루션 사업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느 소식들이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다시 한다면 최근이 기회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대기업 SI 업체들이 솔루션 사업 재기가 과연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국산 소프트웨어 업체간 협력이 소기의 성과를 과연 나타낼 수 있을까? 이제 시작인 업체에게 너무나 빨리 답을 달라고 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 업체의 제휴가 어떻게 귀결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