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C 혁신, HP가 이뤄냈다"

2007-03-08     도안구

찰스 다윈이 남긴 "제일 강한 종(種)이나 가장 지혜로운 종이 끝까지 살아남는 게 아니다 .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한 종만이 최후까지 남는다"는 문구는 기업 임원들이 자주 거론하는 말이다.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고, IT 벤더들은 혁신을 하려는 고객들에게 우리가 혁신을 단행할 때 최적의 파트너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이나 솔루션, 장비를 제시한다.


HP가 데이터센터 신규 구축 고객들이나 리모델링을 검토하고 있는 고객들을 겨냥해 차세대 데이터센터 서비스와 파워& 쿨링 서비스를 발표했다. 발표 내용은 차세대 데이터센터 서비스는 전략 수립부터 계획, 구축, 운영과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데이터센터 라이프사이클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측면과 하드웨어 측면, 업계 표준 측면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


이런 소식을 접하면 대부분 고객들은  "그럼 또 그걸 사란 말이냐?"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HP의 입장은 "당연하죠"다. 물론 이런 대답은 HP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 IT 벤더들이 이야기하는 공통적인 모습이다. 이것이 바로 기업의 사업 모델이니까.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운영하기에도 바쁜데 지속적으로 혁신을 내세우면서 추가 구매를 요구한다고 해서 쉽사리 이를 도입하는 고객은 거의 없다. 이점을 IT 벤더들도 잘 알고 있다. HP나 경쟁업체인 IBM이 내세우는 구매 포인트는 "내가 해봤는데 정말 효과가 만점이야"라는 구체적인 증거 제시다.


HP는 IT 벤더지만 스스로 대기업이다. IT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지만 HP 스스로도 늘어나는 IT 운영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다. 한종훈 한국HP TSG 부사장은 "마크 허드 사장이 취임하면서 강조했던 것이 IT 비용 절감이었다. HP의 IT 비용을 1/3으로 줄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지시로 인해 128개국에 있던 85개의 데이터센터가 2009년까지 3개로 통합된다. HP는 3곳의 데이터센터와 백업 센터까지 합쳐서 모두 6개의 데이터센터로 통합하고 있다. HP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고객들에게 새로운 투자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는 그만큼 이런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HP가 단행한 결과를 살펴보자. HP의 IT 부서는 2002년 전체 IT 예산의 42%를 인프라 운영에 투입했고, 애플리케이션 운영에 30%를 소모했다. 모두 72%가 이미 보유한 IT 자원 관리에 투자되고 있었다. 인프라 혁신과 애플리케이션 혁신에는 각각 5%와 23%를 투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혁신을 단행한 결과 2005년 인프라 운영과 애플리케이션 운영을 전체 IT 에산의 45%로 대폭 낮췄고, 절감된 금액을 인프라 혁신 10%, 애플리케이션 혁신 45%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한국HP 데이터센터 라이프사이클 서비스를 담당하는 김용호 부장은 "애플리케이션을 혁신했다는 것은 새로운 사업 분야에 그만큼 많은 IT 자원들을 집중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IT 예산의 55%를 혁신 영역에 투자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이 달성이 가능해졌다"고 밝힌다.


이런 고민은 비단 HP만의 고민으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국내 기업들이 HP나 IBM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 회사의 데이터센터 운영 방식을 배우기 위해 현지에 날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두가 동일한 고민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데이터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까? 모든 전산 시스템들이 '통합'이라는 대세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한정된 데이터센터에 고집적화된 장비들을 최대한 운영하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는 IT팀의 최대 고민이다.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 애플리케이션, 보안 장비와 솔루션들이 '가상화'를 통해 한 곳에 집중되고 있다. 서버의 성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데 이에 비해 발열량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산실 항혼 항습을 위한 전력 소모비용이 6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발열량'이 늘어나는 문제는 IT 벤더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다. 무어의 법칙이나 황의 법칙처럼 기술의 혁신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데 그에 따라 발열량이라는 예기치 않은 복병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HP는 기존 전산실의 리모델링 서비스는 물론 오는 6월 데이터센터에 적용 가능한 센서 기술까지 제공하면서 이런 발열량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자신한다.


데이터센터는 정부와 지방자치제, 통신사, 일반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모든 고객사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HP 스스로의 성과들을 고객에게 제시했을 때 고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쩌면 혁신은 단위 사업부의 의지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HP의 성과도 최고 의사결정자의 확고한 의지와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그 수많은 시설들을 한곳에 집중시킬 수 있었다. 데이터센터도 설계 단계부터 인력들이 참여한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IT 기술 뿐아니라 첫삽을 뜨는 그 단계부터 좀더 혁신적인 방법으로 접근했을 때 말 그대로 운영 비용을 대폭 절감시킬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