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T 전문가들 중국 IT기업 탐방기

2006-09-20     Onkihong in China



지난 8월 말 어느 날 오전, 베이징시내 북서쪽에 위치한 칭화동팡 본사건물 앞. 대형 버스 한 대가 본관 앞에 멈춰 서더니, 차에서 똑 같은 상의를 입은 30여명이 차례로 내렸다.




북한에서 온 정보기술(IT) 분야 연구원들이었다. 이들은 북측의 조선콤퓨터쎈터와 평양정보쎈터, 삼천리총회사 산하 기술연구소 등의 소속 연구원으로 몇 개월 동안 중국에서 IT 연수를 받고 중국의 IT 기업과 기관을 둘러보기 위해 베이징을 찾았다.



칭화동팡은 이들의 첫 참관 기업이었다. 참관단은 칭화동팡이 중국 이공계 분야 최고 대학인 칭화대학의 부설 기업으로, 중국 유수 IT기업으로 단숨에 발돋움한 배경을 확인하고자 했다.



칭화대학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칭화동팡은 30층의 현대식 고층 빌딩 2개 동으로 이뤄져, 서울에 있는 LG트윈타워와 흡사했다. 북측 참관단은 오른편 건물로 들어갔다. 회사 홍보관과 기술 전시장이 갖춰져 있었다. 칭화동팡 관계자가 먼저 회사 발자취를 들려줬다. 기술개발 성과와 특허 현황, 자회사, 협력회사 등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북측 연구원들은 칭화동팡과 칭화대학과의 관계에 대해 궁금증을 나타냈다. 대학이 기업을 설립하는 것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산학협동' 모델에 대한 물음이 이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칭화대학 교수들이 칭화동팡에서 일하고 있는가", "국가는 칭화동팡에 얼마나 관여하는가" 등의 질문이 나왔다. 



참관단은 홍보관을 지나 두 개 층으로 나눠져 있는 기술 전시장으로 향했다. 환경오염방지시스템, 오수재처리 시스템, 매연정화설비, 건물 냉난방 설비 등을 차례로 둘러봤다. 칭화동팡이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인 줄 알았는데, 환경 설비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환경 설비의 경우, 칭화동팡이 칭화대학 관련 학부와 기술 협력해 개발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서야 연구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물 자동 검사시스템 전시코너에서는 질문이 쏟아졌다. 참관단은 큼지막하게 제작된 시스템 모형도를 보면서 전체적인 검사 흐름에 대해 잇따라 물었다.



"여러분들이 베이징에 올 때 공항에서 거친 검색구역을 떠 올리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지자, 연구원들은 "이제 알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용과 가정용 PC 전시코너도 참관단의 눈길을 끌었다. 북측 연구원들은 프로세서 두 개를 장착한 것에 관심을 보이면서 "인텔이 아닌 AMD회사의 CPU를 쓴 이유와 특징은 뭐냐"고 묻기도.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단말기, CCTV시스템, 화재경보시스템도 이들의 발길을 잡았다. 회사 관계자가 "현재 베이징 시내에서 운행하는 버스에는 교통정보 단말기가 설치돼 승객들에게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고 있고, 많은 승용차들도 GPS 교통정보 단말기를 장착하고 다닌다"고 소개하자, 연구원들도 "운전자나 승객 모두에게 참 편리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시장 한 쪽에는 중국 주민증, 신분증, 출입증, 신용카드, 교통카드 등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칩이 내장된 IC 카드였다. 북측 연구원들은 ID 카드의 활용 방법, 저장되는 정보, 응용 분야에 대해 질문하면서 무선인식(RFID) 기술에 대해 연구원들은 많은 관심을 드러냈다.



칭화동팡 관계자가 무선인식 시스템 소개를 끝내자 마자, 연구원들은 RFID 기술을 어느 분야에서 쓸 수 있는지 등을 물었다. 기존의 바코드와 달리 IC카드에 얼마만큼의 정보와 무슨 내용을 저장할 수 있는 지도 질문했다. 개인 ID관리, 교통, 제조, 금융, 물류, 화물 적재, 병원 등 적용 분야가 많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이들은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하고 제품 샘플을 주의 깊게 살펴봤다. 한 30대 중반의 연구원은 "이런 무선인식 시스템을 바탕으로 해서 유비쿼터스 환경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고 확인하기도 했다.

 

 

  북측 연구원들이 칭화동팡에서 회사 현황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온기홍>

  

 

북측 참관단이 두 번째로 찾아 간 곳은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 차를 타고 베이징 시내를 벗어나 남동쪽으로 40분 정도 달리자, 드넓은 평지에 우뚝 솟은 건물 숲이 펼쳐졌다. 1994년 국가급경제기술개발구로 승인 받은 개발구였다.



공단 들머리에 들어서자 독일계 자동차회사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개발구 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참관단을 본관 1층으로 안내했다. 로비 중앙에 놓인 개발구 모형도의 곳곳을 가르키면서 상세하게 설명해 줬다.



개발구에는 30여개국 1980여개 기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고 했다. 노키아, 도시바, 내쇼날, 필립스, 산요, 히타치, GM, 벨, 코닝, 하니웰, 메르세데즈-벤츠, 다임러 크라이슬러, BMW, 델파이, SMC, 바이엘, 코카콜라 등 세계 500대 기업 중 60개사 가량이 들어와 있었다.



개발구 안에는 회사 공장과 물류창고뿐만 아니라, 주거단지, 금융기관, 교육기관, 공원, 골프장 등이 모두 들어서 각종 편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북측 연구원들은 모형도를 보며 "개발구가 하나의 도시나 다름 없네요"라며 그 엄청난 규모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연구원들은 위층의 대회의실로 옮겨서 개발구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을 들었다. 북측 연구원들은 중국인 직원 채용 현황과 임금 수준을 비롯해, 개발구내 입주율은 얼마나 되는지, 노키아는 중국에 기술을 이전하는지, 중국인 연구개발자들은 얼마나 있는지, 금융투자도 이뤄지는지 등을 물었다.



연구원들은 차를 타고 직접 개발구를 둘러보기도 했다. 개발구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데만도 약 30분이 걸렸다. 넓은 면적에다 각종 부대 시설이 고루 갖춰진 공단을 바라보는 연구원들은 또 한번 놀라는 모습이었다.

                      

 


 북측 참관단이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에서 모형도를 보면서 현황 소개를 듣고 있다. 

 <사진=온기홍>



 

참관단은 차를 다시 베이징 시내로 돌려 중국 4대 통신장비업체 중 하나인 다탕그룹 계열사로 향했다. 이동통신용 스마트카드류와 통신용 칩, 비디오 폰 등을 생산하는 자회사였다.



부사장의 안내로 두 팀으로 나눠 회사 현황과 칩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회사 측에서 공장 내 사진촬영 금지를 요청하자, 북측 연구원은 아쉬워하기도 했다. 북측 연구원들은 전체 클린룸으로 돼 있는 칩 생산라인에 들어가기에 앞서 방진화를 신었다. 대부분 클린룸에 들어가는 게 처음인 듯 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ID카드를 이용해 안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씩 입장하던 연구원들은 "불편하긴 하지만, 보안이 철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복도 양쪽으로 나뉘어 있는 통신용 칩 제조 후공정 라인과 검사실, 고객지원팀 등을 차례로 봤다. 이들은 유리창을 통해 칩 제조 장비와 연결 된 컴퓨터 모니터에서 한동안 눈을 떼지 않고 공정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각 공정 장비의 용도를 묻기도 했다. 연구원들은 칩 제조 전공정과 후공정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도 요청했다.

                     

 


 북측 연구원들이 다탕그룹 계열사에서 회사 현황 및통신용 스마트카드, 칩, 비디오 폰 기술 관련 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온기홍>

 

 

북측 참관단은 중국 이공계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학도 잠시 둘러봤다. 이들은 "말로만 듣던 칭화대학을 직접 와서 보니 느낌이 새롭다"면서, 학생 및 교직원 수를 비롯해 학비, 장학금, 전자도서관, 도서 보유량 등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참관단은 구도서관 1층에서 학생들의 자습하는 모습을 잠깐 엿보고는 "칭화대학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열심히 공부한다"며 한마디씩 했다.



현대식 강의동을 지날 때, 한 연구원은 "대학에 원격 화상 교육은 하지 않나요"라고 물으며 온라인 교육에 대한 관심을 내비쳤다. 최근 칭화대, 베이징대, 상하이교통대, 화중과기대학을 포함한 12개 중국 중점 대학들이 인터넷 자원을 통합해 과학연구 자원과 강의과정을 공유할 수 있는 세계 수준급의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 환경을 구축했다는 설명이 뒤따르자, 네트워크 전문가인 이들은 "그거 좋은 아이디어 같다"고 말했다.

 

북측 참관단이 다음 방문지로 찾은 곳은 중국 최대의 컴퓨터 생산회사인 롄상(영문 브랜드명 Lenovo). 참관단은 중관촌 정보산업단지에 있는 롄상의 건물에 도착한 뒤, 먼저 올림픽 홍보관으로 향했다.



레노보 관계자가 회사 역사와 올림픽에서의 마케팅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레노보가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공식 파트너로 나서는 등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이용해 회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발표된 '중국의 500대 브랜드' 가운데 레노보가 2위를 차지했다는 내용도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레전드(Legend)'라는 회사명에 익숙해 있던 북측 연구원들은 "이전의 '레전드'와 '레노보'는 어떻게 다르냐"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북측 참관단이 레노보의 올림픽 홍보관에 들러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온기홍>


 

참관단은 홍보관을 나와 위층으로 올라가서 영상을 곁들인 레노보 현황 소개를 들었다. 이 곳에서도 방진화를 신고서 컴퓨터 조립생산라인으로 들어갔다.




회사 안내자가 생산라인 입구에 걸린 회사 시스템 구성도를 보여주면서 "수년 전에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ERP를 통해서 자재 구매, 제조, 영업, 판매, 관리 등의 모든 일 처리를 묶어서 유기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설명에 북측 연구원들은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궁금한 점을 물었다.



길다란 복도로 들어서자, 검사실과 전산실이 차례로 나타났다. 회사 안내자가 "서버는 24시간 무중단 가동된다”고 설명하자, 한 연구원은 "서버가 24시간 운영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혼잣말을 하면서 웃기도 했다.



몇 십 미터를 더 가자 실내 체육관 만한 면적의 자재 창고가 나타났다. 안에는 컴퓨터 관련 부품 박스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것들이었다. 자재 창고는 무인 자동화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한 사람의 직원도 없었다. 대신에 크고 작은 박스들이 상하좌우로 오가며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조립 라인으로 바쁘게 옮겨가고 있었다.



북측 인력들은 무인 창고 자동화시스템에 놀란 모습이었다. 이들은 "창고 안의 물건들은 무엇인가", "자재 창고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가", "관리하는 사람은 없는가" 등을 잇따라 물었다.



창고 밖으로 바로 이어진 컴퓨터 생산라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서는 컴퓨터 조립과 검수가 이뤄지고 있었다. "왜 레노버가 컴퓨터의 모든 것을 다 만들지 않는가", "납품을 받는 제품과 회사의 선정 기준은 뭔가" 등의 질문이 나왔다.



북측 인력들은 조립라인을 둘러보는 내내 공장 안의 장비와 직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자세히 살폈다. 그들은 생산라인을 둘러 보면서, 레노보가 중국 전역에서 생산하는 PC 규모 등을 물었다.



생산라인을 나와서 위층으로 있는 제품 전시장으로 갔다. 롄상이 생산한 일체의 PC, 휴대폰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북측 연구원들은 회사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는 전시장으로 흩어져 자유롭게 제품을 훑어봤다. 이들은 듀얼 프로세서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최근 출시한 기업용 데스크톱 PC를 본 뒤, 몇몇 연구원은 "레노보도 컴퓨터에 AMD의 CPU를 썼네요"라고 확인하기도 했다.한 연구원은 "레노보가 휴대폰도 만듭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는 레노보가 컴퓨터만 만드는 줄 알고 있었다고 했다.



레노보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PC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사업다각화를 통한 성장을 모색하는 차원에서 휴대폰 제조사업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노보가 중국 휴대폰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중국 4대 휴대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원들은 레노보가 지난해 IBM의 컴퓨터부문을 인수한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몇몇 연구원들은 "레노보가 IBM의 PC부문을 인수한 뒤로 PC사업이 더 잘 되고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합병 효과를 궁금해 하기도 했다.

 

중국 컴퓨터 시장에서 얼마만큼의 점유율을 갖고 있냐는 북측 연구원의 질문을 받고, 회사 관계자는 "30% 이상"이라고 답했다.




레노보 방문을 마치고 버스에 오른 참관단은 궁금증이 속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듯 했다. 다름 아니라, "1984년에 겨우 몇 명으로 시작한 레노보가 어떻게 해서 짧은 기간에 중국 1위, 세계 3위 컴퓨터회사가 될 수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북측 참관단이 레노보의 기술 특허와 공로자 소개자료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온기홍>

 

 

이튿날 참관단은 베이징 북서쪽 하이뎬취 샹디정보산업단지에 위치한 중관촌과기원구로 향했다. 정보산업단지 내에 있는 '중관촌 국제 인큐베이터 센터'를 방문했다. 
중관촌과기원구 관리위원회 부대표가 나와 방문단을 반갑게 맞았다. 이곳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위원장, 원자바오 총리가 다녀 갔을 정도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다.



1층에 들어서자, 과기원구 현황판과 지도 등이 눈에 들어왔다. 부대표가 창업회사와 지원, 실적 현황을 소개했다. 베이징 5개 지역에 분포 돼 있는 중관촌과기원구의 엄청난 규모에 모두 놀라워했다. 



"중관촌 주위에 수십 개의 대학과 과학원이 몰려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 전문인력이 집중되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가 이 지역을 전략적으로 선정한 것 같다"고 북측 연구원들은 소감을 말했다.


                   

 



 북측 참관단이 베이징 중관촌과기원구를 방문해 현황 소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온기홍>

 

연구원들은 위층으로 올라가 중관촌과기원구의 발자취와 현황을 담은 비디오도 시청했다. 이어 과기원구 관리위원회측 안내를 받으며 단지 내 벤처기업 두 곳을 둘러봤다. 



먼저 방문한 회사는 벤처기업으로, 기존에 깔려 있는 전력선에 데이터를 실어 보내는 기술인 전력선통신(PLC: Power Line Communication)과 지능형교통시스템(ITS) 관련 장비를 개발하고 있었다.



네트워크와 보안 분야에 몸 담고 있는 북측 연구원들은 특히 전력선을 이용한 네트워크 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사장의 설명이 끝나자 마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졌다. 연구원들끼리 궁금한 기술 내용들을 주고 받으며 토론하기도 했다. 컴퓨터 상에서 시스템 작동을 설명하는 회사 직원 자리로도 연구원들이 몰려 들었다.



PLC기술을 처음 접해 본 몇몇 연구원들은 "정전이 되도 사용할 수 있는가", "전화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가", "어떤 지역과 건물에 설치해서 쓸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접속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과연 실제로 전력선을 이용해 음성과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연구원들도 많았다.

                  


  북측 연구원들이 중관촌과기원구내 한 벤처기업을 방문해전력선통신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온기홍>


 

참관단은 다시 차를 타고 과기원구 내 한 무선통신기술업체를 방문했다. 전국에 걸쳐 자회사와 함께 2400명 가량의 직원을 둔 중견기업이었다. 이 회사의 핵심 기술은 동기식 CDMA 무선통신기술인 'SCDMA'. 본관 1층에 들어서자 입구에 커다란 'SCDMA' 문구와 함께 드넓은 전시장으로 이어졌다. 단말기, 기지국 시스템, 스마트 안테나 등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이 회사 CTO는 "자체 개발한 400㎒ 대역의 SCDMA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안테나, 기지국 시스템 등을 전국의 농촌과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구축해 왔다"며 "다탕이 중심이 된 중국의 3세대 이동통신 국가표준 TD-SCDMA 기술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또 "SCDMA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고 아시아 국가에 수출을 하고 있으며, 무선통신 분야 주요 표준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북측 연구원들은 "SCDMA 기술이 기존의 무선통신 기술과 다른 점이 뭔가", "기지국과 가입자간 신호 연결 체계는 기존 기술과 어떻게 다른가", "산간지역에서 훨씬 적합한 이유는 뭔가" 등을 질문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문은 CTO에 계속해서 묻기도 했다.              

 


 북측 연구원들이 중관촌과기원구내 한 통신장비 제조회사를 방문해 동기식 CDMA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온기홍>


 

중국의 TD-SCDMA에 대한 연구원들의 관심도 높았다. TD-SCDMA가 국제통신연맹(ITU)에서 제3의 표준으로 인정받았고, 삼성전자·LG전자가 얼마 전 자체 개발한 TD-SCDMA 휴대폰를 가지고 중국에서 망연동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설명이 있었다.



중국정부의 3G 사업 인가가 연기돼 상용서비스가 늦어 지고 있다고 하자, 북측 한 연구원은 "앞으로 TD-SCDMA와 CDMA2000, W-CDMA간의 경쟁이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해 진다"고 말했다.



이동 중 버스 안에서도 중국 IT 현황에 대한 짤막한 소개들이 이어졌다. 중국의 인터넷 사용 인구가 무려 1억 명을 넘어 1억2500만 명에 달한다는 부문에서는, 연구원들은 그 규모에 "와"하는 소리를 냈다.



중관촌 전자제품 판매상가에 들러서 MP3플레이어를 사기도 한 연구원들은, "중국에서 지난해 MP3플레이어 제조회사가 600여 개가 넘고 5000개가 넘는 모델을 시장에 내놓았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렇게 많느냐"면서 놀라워했다.

                       

 


 북측 참관단은 베이징 중관촌 거리에  있는 대형 전자상가인 하이룽전자성도 둘러봤다.

 <사진=온기홍>



 

주식도 잠시 화제거리로 올랐다. 몇몇 연구원들은 "회사가 주식을 왜 발행하냐"고 물으면서 그 필요성과 효과를 물었다. 회사가 기업을 공개하는 이유를 비롯해, 회사와 주가 등락의 연관성, 임직원 스톡옵션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해하겠다"고 답했다.



방문 일정 내내 북측 연구원들은 회사나 기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마디도 빠트리지 않고 듣기 위해 회사 관계자 옆으로 바짝 다가가기도 했다. 메모에 열중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다.



베이징 참관 일정이 끝나갈 무렵, 저녁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한 30대 연구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다른 나라의 것들도 많이 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보니까, 참 도움이 많이 됩니다. 앞으로 일에도 좋은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연구원 얼굴에서 흡족함과 함께 참관일정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읽혔다.



베이징을 떠나는 길에 차 안에서 한 동행자가 "조국에 돌아가 열심히 일해서 IT발전을 이끌고 나라 발전에 이바지 해달라"고 당부하자, 북측 연구원들은 일제히 큰 박수로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