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한국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

2007-03-11     키위
웹2.0 시대를 이끌고 있는 글로벌 기업 구글이 왜 한국에서는 이렇게 맥을 못추고 있는 것일까? "야후에서 못찾으면 엠파스"라는 카피처럼 한때 나는 네이버에서 못 찾으면 구글을 찾곤 했다. 그러나 구글은 명성만큼 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나는 몇차례 쓴맛을 보고 나서 구글을 즐겨찾기에서 구석으로 처박아 버렸다.



최근에야 김중태님의 컬럼을 읽고 구글의 검색결과가 빈약한 이유를 알게 됐다. 막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포털들이 검색로봇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색으로 '먹고' 사는 포털이 검색을 '막고' 있는 상황은 분명 자가당착이다. 이건 분명 욕먹을 일이고 오래 버티지도 못할 시대착오다.



그러나 문득 구글의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구글이 고전하는 이유는 보다 더 근본적인 데에 있다. 나는 언어의 문제에서 오는 인터넷 사용습관의 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인가. 



나는 IT 전문가가 아니다. 다만 조금 관심은 있다. 그것을 전제로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을 종합해 설명해보고자 한다. 잘못이 있다면 가차없이 지적해주시라. 혹은 뒷북이라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도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이다. 그렇다면 두번째로 많이 보유한 나라는? 얼른 떠오르지 않는가? 바로 영국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 영국? 그렇다 영국이다. 왜 영국일까? 그것은 바로 영어라는 언어 때문이다. 한글도메인도 도입됐지만 도메인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이뤄져있다. 영어권 국가들은 영문도메인에 익숙해서 도메인을 쉽게 등록한다. 도메인으로 사용할 단어의 범위나 활용도 또한 넓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쉬운 단어 아니면 우리말을 음차하는 식으로 도메인을 만든다. 그러니 도메인이 광범위하게 활용되지 않는다.



이 언어의 문제는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식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영어권 사람들은 웬만한 사이트는 직접 주소를 입력해 접속한다. 주소창에 바로 입력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기 때문에 굳이 검색엔진을 방문할 이유가 없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포털을 통해 접속한다. 나는 주소를 알고 있는 사이트라 할지라도 네이버툴바에 한글로 사이트 이름을 치고 네이버의 검색결과를 클릭해 들어간다. 심지어 즐겨찾기에 등록해놓은 사이트도 이렇게 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빠를 때가 많다.



이를테면 www.bloter.net이라는 도메인 대신에 '블로터'를 검색해 블로터닷넷에 접속한다. 네이버에서 '블로터'를 검색하면 첫 화면의 '사이트'라는 분류 밑에 단 하나의 블로터닷넷이 뜬다. 유명사이트는 아예 맨 윗줄에 뜬다. 찾기 쉽다. 그러니 당연히 한국사람들은 이렇게 사이트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다. 



이게 구글과 무슨 상관이지? 상관이 많다. 구글은 검색로봇이 수집한 웹페이지를 검색결과로 내놓는다. 특정 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구글에서 검색한다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구글에서 '블로터'를 검색하니 정작 블로터닷넷은 두번째 페이지 맨 마지막 줄에 보인다. 그것도 홈이 아니고 특정 페이지다. 불편하다.



국내 주요 포털에 홈페이지 등록을 하려면 20여만원씩 내야 한다. 급행료라고 하지만 급행료를 내지 않으면 아예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등록비라고 해도 무방하다. 대동강 물 팔아먹은 김선달 같은 놈들이다. 그러나 이것도 순기능이 있다. 쓸만한 사이트는 돈들인 사이트고(물론 예외도 많지만) 그런 사이트들이 전면에 노출되니 만족도가 높은 것이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내 경험상 구글보다는 네이버에서 더 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고 있다. 네이버의 지식인이나 블로그, 뉴스 등의 정보를 포함하면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그렇다. 



이 글을 쓴 이유는 구글의 위력을 몰라서도 아니고 국내 포털을 옹호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문외한이지만 구글의 잠재력은 무시무시해보인다. 특히 애드센스는 괴물이다. 다만 구글의 열린방식이 국내 포털의 닫힌방식을 금방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은 한계가 있다. 구글이 언어의 차이에 따른 인터넷 사용습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국내 포털을 쉽게 이기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지적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