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분리발주에 대한 단상

2007-03-12     김상범
우리나라 SW산업에 대해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슈가 'SW 분리발주'다. 정부에서 IT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시스템 구축 전체를 '통으로' 한 업체에 맡기지 말라는 얘기다. 시스템 구축 업체 따로, 그 시스템에 들어갈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따로, 이렇게 '따로 따로' 업체를 선정해 달라는 것이다.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강력히 분리발주를 원하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에서는 이같은 주장에 지금까지 난색을 표해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한 기업만 관리하면 되는데, 구축기업 따로 제품 공급업체들 따로 관리하고 신경써야 하는 것은 영 번거롭다. 담당자의 업무 효율성을 강조한다. 그럴 법 하다. 



시스템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시스템 공급(SI) 업체들 역시 분리발주를 반대한다.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통으로' 받아서 자기들 책임 아래 제품 공급업체들을 입맛대로 골라왔는데, 그 권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마땅치 않다. 물론 더 큰 이유는 선택권을 기반으로 한 가격협상력의 우위를 순순히 내놓고 싶지가 않다. 아니, 결사적이다. 



다음달에 정통부가 SW분리발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의 끊임없는 건의에 화답할 모양이다.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진다.



통합발주와 분리발주, 이 문제에 대해서는 틈 나는대로 정리해볼 생각이다. 단순히 발주 시스템  그 자체를 바라보기 보다, SW산업 전반을 바라보는 '통합적인' 시각으로 말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참고로 분리발주를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왜 그토록 애타게 주장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글을 하나 소개한다. 얼마 전 블로터닷넷 상근블로터 IT수다떨기가 쓴 글이다.

 

어느 외국계 IT 영업사원의 비애 => ('외국계'를 '국내'로 'IT 영업사원'을 'SW 영업사원'으로 고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재밌는 기사가 하나 있다.(나만 재미있나?) LGCNS 신재철 사장이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마련했던 모양인데, 관련 내용이 기사화됐다. 신재철 사장 “SW분리발주? 글쎄…”



많은 얘기가 오갔을 텐데, 기사를 쓴 기자는 SW분리발주에 대한 신 사장의 생각을 물었던 모양이다. 조만간 정부의 가이드라인도 나온다고 하니 물어볼 만 했다. LGCNS는 국내 대표적인 SI업체다. 당연히 분리발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기업이다. 



신 사장은 특히 정통부가 SW수출방안으로 선단식 수출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상당히 의미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한쪽에서는 분리발주 하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선단식으로 하자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재밌다. 재밌다고 한 것은 신 사장의 출신 성분(?) 때문이다. 전직 한국IBM 사장. 한국IBM도 우리 식대로 얘기하면 SI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IBM은 'IT 서비스'라는 말을 쓰고 있지만...



하여튼 한국IBM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 SI 비즈니스의 관행에 대해 '안타깝고 답답하다'는 얘기를 많이 해왔다. 외국계 기업인 만큼 "본사에서는 한국의 비즈니스 관행을 얘기하면 도저히 이해를 못한다"는 말로, 우리나라 비즈니스 현실을 답답해했다. 이건 아주 오래된 얘기고, 지금도 유효한 얘기다. 



한국IBM의 대표였던 신 사장이 지금은 그 '답답한' SI 비즈니스의 대표기업 사장으로서, 'SW 분리발주'라는 아주 곤혹스런 질문에 답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재밌다. '곤혹스러울 것 같다'면서 '재밌다'고 했으니, 고약스런 내 '심뽀'만 들통나 버렸다. 



그 자리에 있지를 못해 정확한 의미파악이나 속깊은 얘기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기사내용대로라면 신 사장은 LGCNS 대표로서 100점짜리 답변을 했다. 



"한쪽에서는 선단식 수출을 하자고 하고 한쪽에서는 분리발주 하자고 하니 혼란스럽다." 혼란스럽다는 얘기를 앞세워, 정통부의 앞뒤없음을 지적하는 듯 하기도 하고, 그래서 'SW분리발주'는 어렵다는 얘기 같기도 하고. 하여튼 SW분리발주는 아니라는 하고 싶은 얘기는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