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기본, 글 잘 쓰는 것이 중요"
임선진 차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후배들이 읽을 만한 책 한권을 소개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글 잘 쓰는 법을 가르쳐 주는 책을 읽어라. 글을 잘 못쓰고, 말을 잘 못하면 기술을 자기 지식화하는데 힘들다. 글도 자주 써보고"라고 말했다.
물론 "기술 서적은 많다. 글자 크고 그림 많은 책을 봐라. 개념 못 잡으면 헛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많은 공대생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혹은 회사 동료들도 공감하는 내용인 듯 싶었다.
임선진 차장은 삼성네트웍스 'Net匠(Networks + 장인(匠人)의 줄임말)'이라는 전문가 포럼의 총무다. Net匠은 지난해 말 박양규 삼성네트웍스 사장이 마련한 CCIE 취득 사원 축하모임에서 싹이 텄다. CCIE 취득 사원이 22명 정도 있지만 별다른 모임이 없었는데 우연치 않은 계기로 사내 모임을 갖게 됐다.
넷장 모임에는 삼성네트웍스 내에 기술사 10명과 CCIE 22명이 참여해 업무 전문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사내에 최신 네트워크 관련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신입 사원 교육과 교제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분주하다. 물론 회사 일과 외부 프로젝트는 기본.
임 차장이 네트워크에 입문한 것은 93년 삼성SDS 정보통신본부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과천센터 운영에 투입됐고, 때마침 삼성 그룹사를 모두 엮는 삼성망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기술들을 습득하게 됐다. 임선진 차장은 "TCP/IP나 인터넷 등이 95년에 기업에 도입됐었다. 백본이 56Kbps였었다. 지금은 기가비트 시대다. 정말 빠른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정보통신기술사는 두 번의 낙방 끝에 세 번째 도전에서 거머쥐었다. 기술사는 엔지니어 세계의 꽃 중의 꽃이다. 매년 5명 안팎의 인원만이 합격할 정도로 까다롭다. 지난해엔 이례적으로 40명이 합격했다. 기술사인 임선진 차장은 네트워크 컨설팅과 발전 방향, 로드맵 제시 등을 고객에게 제공한다.
정부 공공 기관의 IT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IT 분야도 감리 분야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사들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임 차장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전한다. 건설 분야의 안정성을 위해서 감리 역할이 중요하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IT 분야에서 감리의 중요성은 그에 못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런 분위기가 형성될 때 각 분야 전문가들도 꾸준히 배출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관련 인력도 늘면서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설명.
한가지 자격증 따기도 힘든 상황에서 회사 일과 병행해 가며 어떻게 기술사나 CCIE 자격을 취득했을까?
임 차장은 회사원답게 회사 자랑을 빼놓지 않는다. 삼성SDS에서 분사한 삼성네트웍스는 분사 후 2003년에 기술 인력 양성 과정을 부활했다. 당시 입사 10년차였던 임 차장은 회사 생활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기술사에 도전하게 됐다. 회사에서 3주 정도 학습도 하고, 학원도 갈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최근 삼성네트웍스는 성균관대와 협력해 공학 석사 과정을 개설하고 과장급들의 재교육에도 심여를 기울이고 있다.)
임선진 차장은 "선배에게서 교육을 잘 받은 것도 도움됐다. 신문 스크랩을 통해 기술 동향을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 차장은 입사 후 신문들을 스크랩했다. 선임 선배의 지시긴 했지만 이를 통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알게 됐고, 이런 과정들이 쌓여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시야도 회사 생활과 함께 얻게 됐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인터넷이 있어 자료를 쉽게 구할 수가 있다는 것. 하지만 너무 많은 자료 속에서 어떤 자료가 알짜인지 취사 선택을 해야 한다. 정보 획득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자료인지 분류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임선진 차장은 "국내 통신 학회나 모임이 많이 있다. 이런 곳에서 발표한 자료는 다른 나라 자료보다 훨씬 양질이다"고 전하고 "ETRI, 통신학회의 자료는 모두 무료다. PDF로도 제공해주기 때문에 관심만 가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컨설턴트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직함에 걸맞도록 자기 계발에도 소홀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그는 천상 엔지니어답다. 임 차장은 "자신이 아는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인 컨설턴트가 현상을 유지 하면 절대 안된다. 기술사 모임이나 넷장 모임을 통해 서로 자극을 받고 정보도 공유하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