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다떨기]'이공계 위기' 시대, 삼성에 대한 작은(?) 바람

2007-03-12     도안구

얼마 전 포스텍(옛 포항공대) 수석 입학·졸업생이 서울 의대에 편입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공계 위기'를 제목으로 단 기사가 쏟아지던군요. 이공계 생들이 앞다퉈 '법전'이나 '메스'를 집어들고 있으니 한국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기사가 주였습니다.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은 조선일보 아침논단에 기고한 '돌아오지 않는 고급 두뇌'라는 글로 이공계 위기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로도 다뤘군요. 인재를 주워담 듯 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나서 걱정하고 있으니 위기는 위기인가 봅니다.




이기태 부회장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해외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로 복귀하는 이공계 박사의 숫자가 지난 4년간 63%나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받은 국내 인력 가운데 귀국한 비율은 1995년 69.5%에서 2002년 48.7%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미국에 계속 남고 싶다는 응답은 1984년 50%에서 73.9%로 크게 늘었다.

고국의 정치, 경제, 사회인프라 등 표면적인 조건은 1980년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이들은 ‘고국에서 능력을 활용하고 싶지만 한국 내 여건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면서 귀국을 주저하고 있다. 국내로 돌아온 인력들도 3명 중 1명은 기회가 되면 다시 떠나겠다고 한다.




'위기론'을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조금 다른 시선으로 위기론을 보고 싶습니다. 



어떤 통계를 인용했는지 살펴볼 기회는 없었습니다만, 귀국 비율이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기태 CTO가 제시한 글에서는 매년 귀국 비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다고 하는 데 역으로 생각해 볼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외국여행 자율화를 단행한 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 여행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조기유학생을 포함해 해외로 공부하러 가는 이들도 예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늘어났습니다.




그렇다면 다르게 볼 대목이 아닐까요. 예전엔 10명 나가서 2명이 돌아왔다면 지금은 한 1만명 나가서 1000명이 돌아오면, 이게 많은 건가요 적은건가요? 이를 위기로 봐야 할까요? 퍼센트만 보면 상당히 격감한 숫자지만 총량을 놓고 본다면 분명 늘어난 숫자가 아닐까 합니다.



혹시 삼성에 들어와 일하던 연구인력들 가운데 '기회가 된다면 다시 떠나겠다'는 수치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면, 혹시 그런 수치가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짜 위기겠지요. 삼성도 어렵게 인재를 구하고 있다는 얘기만으로는 위기는 맞을 지 언정, 위기의 진짜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말꼬리를 잡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은 안타까운 마음에 거대기업 삼성전자의 CTO에게 위기론의 설파가 아닌, 위기의 해결사로 나서 줄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현 위기의 해결은 이기태 CTO도 밝혔 듯 애국심으로 호소할 문제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 삼성전자 CTO는 위기 해소의 '작지만 큰 열쇠'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비록 한 기업의 CTO지만 삼성전자는 특별한 위치에 있는 기업이지요.



IT 분야에 있는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보안, 네트워크, 기업용 응용프로그램 업체들도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물어보면 답이 나옵니다. 열악한 시장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시장도 대기업 SI업체들의 하청업체로라도 전락해서 겨우 먹고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지요. 남아있는 인력들 잡아두기도 힘겨운 상황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건 삼성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거의 모든 그룹사들이 계열 SI업체를 통해 IT시스템을 공급받는 폐쇄적인 수급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만일 삼성전자가 나서 이런 폐쇄적 시스템을 바로잡아보겠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삼성이 하면 다른 기업들도 분명 따라할 겁니다. 한국 IT 생태계를 바꿔놓을 아주 중요한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이것이 뭐 그리 대단할 까 물으실지 모르겠지만 정말 오랫동안 지적돼 온 문제였습니다.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 아닐까요. 



우리나라 포털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그 분야에 대기업들이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한번 곱씹을 필요가 있을 듯 합니다. 



이렇게 해서 기술력있고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IT업계 중소 벤처기업들을 삼성이 활발히 인수합병이라도 해서 더 키운다면 금상첨화겠지요. 미국이나 유럽같은 경우 IT 분야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도전하는 것은 그 도전의 열매가 무지 달콤하기 때문이죠. 잘 키워 놓으면 사겠다는 기업이 줄줄이 나서니까요. 국내에는 도통 사겠다는 고객은 없고, 된다 싶으면 연구인력들만 쏙 빼내가려는 상황이니.



삼성전자에 회사 팔고 대박났다는 젊은이들이 쏟아지면 서로 뛰어들지 않을까요?  


저 역시 이공계 위기론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써봤습니다. 



제가 보기에 위기론을 말씀하시는 분들은 위기를 해결할 열쇠도 갖고 있는 분들입니다. 분명 저희같은 범부들 보다는 말이죠. 그렇기에 그런 분들이 혁신적인 대안들을 마련해 희망을 찾지못해 떠나려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잡아 앉히는 데 애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