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관리의 열쇠는 표준화와 개방형"
일본 NTT의 자회사인 NTT커뮤니케이션즈 임원이 방한해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를 하러 가기 전에는 당연히 일본 사람을 만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웬 걸. 파란눈의 훤칠한 서양인이었다. 국내 통신사 임원 중 한국인 이외의 인물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에서 약간은 호기심도 생겼다.
NTT커뮤니케이션즈는 NTT의 자회사로 고품질 네트워크 관리와 보안, 솔루션 서비스를 전세계 소비자와 기업,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 케셀스(사진) NTT커뮤니케이션즈 시니어 테크니컬 아키텍트는 IT 관리 분야 중 네트워크 관리 문제에 대해 "표준화와 개방형 시스템이 그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표준화와 개방형이라, 좀 더 들어보자.
NTT커뮤니케이션즈는 220개 이상의 국가에 액세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백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지난해 NTT커뮤니케이션스는 비즈니스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IT인프라 부분에 대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들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이유로, 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는지...
NTT커뮤니케이션즈는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었다. 사업을 전개하면서 NTT커뮤니케이션즈는 수십대의 고객 서버는 물론 관리 서버도 늘어났다. 또 2개의 큰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업을 전개하면서 고객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성을 느낀 NTT커뮤니케이션즈는 별도의 '민첩성(agility)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존 네트워크 관리 시스템을 확장해도 됐지만 이 경우 이미 사용하고 있던 시스템을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해 별도 프로젝트로 돌파구를 찾은 것.
한 케셀스 아키텍트는 "고객사의 수많은 요청을 듣고 처리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그전에는 표준화된 체계가 아니었다"고 민첩성 프로젝트 진행 이유를 밝혔다.
NTT커뮤니케이션즈는 매니지먼트 아키텍처와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통합하면서 관리 비용을 대폭 줄이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안점을 둔 분야가 오픈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는 것. 관리를 위해서는 수많은 시스템에서 쏟아지는 정보들을 유연하게 통합(인티그레이션)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네트워크 관리 툴들은 오픈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폐쇄형 시스템에 가까웠다. 서로 다른 제품간 인터페이스 통합이 말처럼 쉽지 않았던 것.
NTT커뮤니케이션즈는 관련 솔루션들을 벤치마크한 후 IBM에 인수된 마이크로뮤즈의 '넷쿨(Netcool)' 제품을 도입했다. 김영선 한국IBM 티볼리사업부 자동화팀 전문차장은 "마이크로뮤즈 솔루션은 네트워크 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전통적인 인프라 분야는 물론 최근 주목받고 있는 IMS(IP Multimedia Subsytem) 분야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했다.
"누가 IBM을 후발이라 하는가"
모든 관리 소프트웨어가 오픈 지향인데 폐쇄형이었다는 말이 선뜻 이해가 안갔다. 한 케셀스 아키텍트는 "솔루션 업체들은 자사 제품들이 오픈 지향이고 통합하기 쉽다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그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봐야 한다. 시스템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오히려 독자적인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쓰는 업체들이 많다"고 사전 평가에 대한 철저함을 당부한다.
그는 또 "노력 대비 비용도 꼼꼼히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통은 손에 익은 시스템들을 재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에 맞게 이를 커스터마이징하기 위해서는 구매비용 못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관리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뮤즈의 넷쿨 옵니버스 오브젝트 서버는 상대적으로 다른 시스템 솔루션에 비해 오픈 지향이었다. NTT커뮤니케이션즈는 사이베이스의 SQL 서버 기반인 오브젝트 서버를 도입해 자사에 맞게 수정해 사용했다. 이미 기 투자된 시스템과 응용프로그램들 많았기에 투자된 자원들을 보호하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수많은 고객들의 시스템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표준화되고 통합된 관리가 절실하다. 표준화가 안돼 있을 때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당 문제를 찾아내기도 쉽지 않고 이를 조치하기도 만만치 않았다. 장애 발생부터 문제해결은 과금으로까지 이어지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한 케셀스 아키텍트는 "투자대비 효과와 총소유비용에 대한 파악에 만전을 기했다"고 전한다. 구현하기 전에 해당 솔루션 업체가 제공하는 수치와 별도로 전개한 조사 자료들을 일일히 대조했다. POC(Proof of concept)도 빼놓을 수 없다. 신규 솔루션을 도입하면서 교육 비용과 비용절감 비용, 추가 투자비, 라이선스 비용 등 모든 비용 요소를 고래했다.
이렇게 해서 얻은 효과는 무엇일까? 한 케셀스 아키텍트는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기존 시스템 관리에 수십명이 투여됐다면 민첩성 프로젝트를 끝낸 후 관리자는 3명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3명의 관리자가 100여개의 고객사 시스템에서 쏟아지는 200만건의 이벤트들을 관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에도 수많은 호스팅 서비스 업체가 존재한다. 이들에 대해 조언 한마디를 부탁했다. 그는 "표준화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어려운 분야"라고 전한다. 고객들은 자사의 입맞에 맞도록 커스터마이징하길 원한다. 표준화되고 개방화된 시스템은 관리 회사에겐 아주 중요하지만 고객들은 자신만의 시스템을 확보하길 바란다. 설득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의 말을 다시 들어보자. 그는 "인프라를 표준화시킨다는 것에 대해 고객들은 자신들의 통제력을 통신사가 빼앗아간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수준의 향상으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런 설득은 민첩성 프로젝트의 75%에 이를 정도로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이것만 잘 해결되면 문제는 거의 해결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고객들을 설득시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런 혜택에 대해 고객들도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프트웨어도 패키지도 처음부터 인프라에 적용되지 않았다.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패키지를 사용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전문화된 표준 제품을 사용했다. 그것이 더 큰 혜택이 있다는 고객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서비스레벨계약(SLA)를 체결한다. 한 케셀스 아키텍트는 이런 SLA를 마련하기 위한 팁도 알려줬다. 그는 "EDS 같은 글로벌 서비스 업체를 통해 우선 초기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에는 자신에 맞는 것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면 된다"고 귀띔한다.
새로운 솔루션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것도 나름의 개선 사항이 있다. 그는 "더 많은 개방성을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IBM 측에 요구했다. 지난 몇년간 국내에서도 IT서비스관리(ITSM)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무선 통신사들도 앞다퉈 ITSM 솔루션을 도입해 운영의 표준화와 자동화를 지향하고 있다.
한 케셀스 아키텍트와의 만남을 끝내고 나서 모든 문제 해결은 수많은 솔루션들을 도입하는 고객 자체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아주 당연한 사실을 다시금 알게됐다. 누가 더 표준화되고 개방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비용과 인력을 투입하느냐의 경쟁이 본격화 된 셈이다.
IT 분야에서 최근 쓴 만큼 사용료를 지불하는 '유틸리티 컴퓨팅' 개념이 확산되는 이유도 표준화와 개방화의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제 어떻게 자신에게 적용하고 이를 고객 눈높이게 맞게 다가서는 일들만 남았다.
개방과 표준. 어느 사업이나 어떤 사회든지 이 두개의 화두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