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와 매너경영] 고객만족과 고객감동의 차이

2006-09-21     조광제
"고객을 잃는데 10분이 걸리지만 그 고객이 다시 오는 데는 10년이 걸린다."

"고객이 만족하면 한번 더 구매하지만 매우 만족하면 여섯번 더 구매한다."



유명 해외기업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이 바로 이 '고객감동' 이다. 



대부분 고객의 기대치만큼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였을 때 고객만족이 되고 그 이상을 하면 고객이 감동한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고객만족은 '제품'에서 나오고 고객감동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아무리 좋은 제품도 눈물을 흘릴 만큼 '찐한' 감동을 줄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가 판매한 제품에 하자가 생겨 고객이 새벽에 전화를 해도 득달같이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할 때 고객은 감동을 받는다. 우리는 만족과 감동의 차이점을 분명히 알아야 하고 특히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감동경영'을 필드에서 실천해야 한다. 



1970년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지었던 핵심 경영 요소가 '가격'이었고 1980년대는 '품질'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고객감동'이 기업의 핵심 경영 요소다. 고객감동은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도 진실한 마음을 담아 행하면 가능하다.



미국 체류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1998년초 미국에 처음 가서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한달 동안 준비해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 있는 크라운 플라자 호텔(Crown Plaza Hotel, 사진)에서 미주내 삼성그룹 법인장 70여분을 모시고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토요일 아침 7시에 프리젠테이션을 하기로 되어 있어 6시쯤 호텔에 도착했는데, 프로젝터만 별도로 보관하는 창고관리 담당자가 그때까지 출근하지 않고, 호텔에서도 마스터키도 없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어렵게 마련한 자리여서 마음을 졸이고 있는데 어느덧 20여명의 고위직 법인장들이 회의실로 속속 입장하고 있었다.  창고관리 담당자는 7시가 다 돼도 출근하지 않고. 그 난감함이란... 



7시10분경 할 수 없이 참석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후, 사전에 준비한 유인물만 갖고 행사를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20분쯤 지났을 때, 호텔 담당자가 헐레벌떡 들어와 뒤늦게 프로젝트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마음이 급해서인지 포커스와 사이즈도 맞추지 못하고 허둥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속은 타들어가고...



8시경 천신만고 끝에 프리젠테이션을 마쳤다. 그리고 다음 행사장으로 이동하러 가려다, 호텔 프론트데스크에 들러 강력하게 항의했다. 다음주에 다시 와 정식으로 항의하겠다고 말하고 총총히 호텔을 나왔다.  



그 다음 주 나는 월요일 점심시간에 전화를 하고 호텔로 찾아갔다. 단단히 따져야 겠다고 마음먹고 호텔에 도착하니, 정문에서 호텔 최고 지배인이 마중 나와 자기 방으로 안내했다.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지배인의 태도는 정중했다. 그러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물었다. 내 기대수준을 떠보려는 것이라 생각하고, 이런 경우 호텔의 보상규정이 어떻게 되는지 되물었다.



지배인은 이번 경우가 호텔 생긴 이래 처음이라며 다음에 행사를 진행할 때 만찬을 포함해 모든 비용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 호텔에서 동일한 건으로 다시 행사를 할 수 없었던 나는 역제안을 했다. 잔뜩 속이 상해 있던 터라, 3박4일 동안 그 호텔에서 치른 행사의 모든 비용(2만달러 상당)을 차감해주고, 6천달러를 다른 장소에서 행사비용으로 써야 되니 그만한 비용을 달라고 했다.  



다소 생떼같은 요구였지만, 놀랍게도 지배인은 내 말을 듣자마자, 회사수표를 꺼내 6천달러라고 써서 나에게 건네는 것이 아닌가. 졸지에 영업외 수익 2만6천달러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는 돈 2만6천달러를 얻게 된 것 보다, 호텔의 명예를 위해 실수한 점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호텔 지배인의 태도에서 고객감동 경영철학을 배우게 된 경험담이다. 이 분의 고객감동을 실천하려는 세련된 매너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