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다떨기]SW업계, 신문고가 없다면 자명고라도 울려야지
최근 소프트웨어 업계의 큰 화두는 오는 4월 정보통신부에서 발표하는 공공기관 소프트웨어 분리발주 가이드라인입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대형 시스템 통합(SI) 업체에게 일괄발주하는 공공기관의 발주 관행을 혁신해 '분리발주'해달라고 요구해 왔는데 정보통신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빌게이츠가 한국에 와서 사업해도 300억원 하기 힘들다."
"노무현 대통령은 소프트웨어 산업 활성화를 이야기하는데 정작 공무원들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죽이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런 발언은 일반 국민들에게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로 들렸을 겁니다. IT 산업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고, 모두가 잘 나가는 산업이라고 알고 있는데 정반대의 소리를, 그것도 안철수 사장이 했다니 당연했겠죠. 많은 분들이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들이 생산해 내는 수많은 IT 기기들 때문에, IT 분야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분야도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 분야에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복지나 임금도 무척 높을 것으로 알고 계시죠.
마이크로소프트나 IBM같은 미국 IT업체가 잘 나가고 있다는 소식도 쉽게 듣고 있어서 우리나라 관련 업체들도 그럴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합니다. 돈방석에 앉았다는 벤처기업에 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도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한 요인이었습니다.
얼마 전 안철수 의장이 안철수연구소 신입사원들과의 대화 시간에 "국내 IT 산업 구조가 대기업의 인력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말았고, 이런 일이 더욱 심화되면 또 다른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참여정부의 대기업 위주 정책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안철수 의장이 미국으로 공부를 하러 떠나간 사이에도 많은 이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대놓고 언론에 말하길 두려워했습니다. 안철수 의장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인물도 아니었을 뿐더러 괜히 나섰다가 대기업 SI업체들의 눈밖에 날까 겁도 좀 났기 때문이죠.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많은 이들이 종사하고 있는데 사회적으로 걸출한 스타가 없다는 이 현실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습니다. 문제는 가뜩이나 신문고를 울리는 이가 적은 상황에서 아예 북채를 가로채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대형 SI업체 관계자들이 그런 분들입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구조가 필요하다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입니다. 기득권을 포기할 리가 없죠. SI 업체들은 이슈가 불거질 때 마다 국회, 정부 할 것 없이 찾아다니며 자신들의 의견을 과감히 전달합니다. 열심히 대한민국 IT 시장의 문제점과 자신들의 노력을 설파하는 것이죠. 물론 기득권이 침해될 만한 부분, 예를 들면 국내 SW업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적절한 관계' 같은 것 말입니다.
중소기업들은 이같은 노력을 하기가 쉽지 않죠. 자금력이나 인맥, 사회적인 지위면에서 누가 유리한가요?
개인적인 소견을 전하면서 글을 마칠까 합니다. 드라마 <주몽>이 막을 내린 상황이지만 <대조영>이다 <연개소문>이다 해서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고구려 역사에 '자명고(自鳴鼓)'가 등장합니다. 고구려가 낙랑을 멸망시킬 때 나오는 북입니다. 자명고는 위기가 감지되면 스스로 소리를 내서 그 위기에 대비하도록 합니다. 신문고를 울릴 사람이 없다면 이제 자명고라도 울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자명고는 누구일까요. 스스로 소리를 낼 그 북의 주체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누구일지 궁금합니다.
위기의 순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면 스스로 북이 돼서 울리면 되지 않을까요? 작은 북들이 모여서 더 큰 소리가 나온다면 이런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적인 시스템 개혁 문제로까지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