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의 진수는 바로 이것"
케이블TV 방송국들이 디지털화를 서두르고 있다. 다채널 시대에 맞고, 고객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다양한 데이터 방송, 초고속인터넷 등 다양한 번들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2일 CJ케이블넷이 디지털TV의 심장부라 불리는 디지털미디어센터를 공개하고 관련 현황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권기정 CJ케이블넷 기술전략실 기술기획팀 팀장은 "2004년 11월부터 시범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2월부터 정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220만 가입 가정 중 7만 가구가 디지털TV 서비스를 받고 있다. 올해 말까지 10만 7000 가구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J케이블넷은 2005년 2월부터 서울 양천 지역을 시발로 부산, 경남, 북인천, 분당, 남인천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왔다. 디지털TV 상품에 가입하면 100여개의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이 채널등에는 홈쇼핑, VOD(Video On Demand), 데이터방송, T-뱅킹 등이 제공된다. TV가 생활의 중심으로 더욱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첫 화면에 12개의 화면이 분활돼 손쉽게 채널을 선택할 수 있다>
CJ케이블넷의 디지털 방송 브랜드는 '헬로우 D'다. 지상파/홈쇼핑, 영화, VoD, PPV(Pay Per View), 드라마/오락, 만화/게임, 뉴스/정보, 교육/여성, 스포츠/취미, 다큐/종교, 해외, 음악 등 12개 카테고리가 메인 화면에 나타나고 각 카테고리 별 채널들이 하단에 나타나 직관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TV 인 만큼 몇가지 재미난 기능들이 있다. 바로 연동형 서비스가 바로 그것으로 리모콘을 이용해 단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문자 메시지 전송 가격은 건당 30원으로 디지털TV 가입자들끼리 TV와 TV끼리도 문자 전송이 가능하다. 또 휴대폰에서 TV로도 전송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50원.
CJ케이블넷 한 관계자는 "엄마가 외출하면서 아이에게 문자로 남겨놓으면 텔레비전을 켜면 하단에 새로운 문자가 와 있다는 화면이 뜬다. 메모지에 남기도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홈쇼핑도 가능하다. 반응도 좋다. 스카이라이프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월 매출 500만원 미만이고, SK의 엔커머스도 1000만원 정도지만 CJ케이블넷은 월 65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용카드 정보는 셋톱박스에 저장돼 있고, 암호화돼 있어 안전하다.
데이터방송도 눈길을 끌었다. 아날로그 Tv와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하다. 코러스 노래방, TV은행, 게임, 시네21의 영화 정보, 골프인사이드, 도미나피자 등을 포함해 다양한 데이터방송이 가능하다. 도미나피자에 피자를 배달할 경우 셋톱박스에 집 주소지가 내장돼 있어 주문을 할 때 별도의 주소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
노래방 기능은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금영과 협력해 제공한다. 보이스믹서라는 기기를 통해 셋톱박스와 연결해 마이크로 집안에서도 노래부를 수 있다. 의외로 동요 청취가 많다. 권기정 팀장은 "주부들이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있는 것 같다. 예상치 않은 결과긴 하지만 서비스 출시 후 고객들의 행동 패턴을 꾸준히 분석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오목과 장기를 둘 수 있는데 한 집에 두대의 디지털셋톱박스와 TV가 있으면 집안에서도 가능하고, CJ케이블넷 디지털 TV 가입자끼리 방을 만들어 놓고도 즐길 수 있다. 스타크레프트 사용자들이 배틀넷에 접속해 게임을 즐기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CJ케이블넷은 관계회사인 넷마블과 협력해 바둑도 조만간 서비스할 계획이다.
골프의 경우 자신의 체형을 입력하면 그 체형에 맞는 레슨 정보가 자연스럽게 제공될 수 있도록 했고, 극장도 CGV와 연계해 예매도 가능하다. 내년엔 NBN과 증권 트레이딩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VOD와 PPV(Pay Per View)도 HFC(동축케이블망)를 충분히 구축해 중간에 끊김 현상이 없도록 대비했다. 하나TV와의 경쟁 관계에 대해서 권기정 팀장은 "경쟁 자체가 안된다"고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TV의 경우 실시간 스트리밍도 아닐 뿐더러 현재 LG파워콤과 망 사용료 문제로 서비스 제공도 여의치 않다는 점, 기본적으로 디지털방송의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인 점 등을 고려해보면 별 것 아니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CJ케이블넷 권기정 팀장은 "최근 디지털 인프라와 관련 애플리케이션들에 대한 최적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속도가 60% 정도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서비스들은 통합 관제 센터(DMC)에서 모니터링된다. 또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셋톱 장비들의 경우도 철저한 테스트를 거치게 된다. 문제가 발생되면 노란 불이 켜지고 경보가 울리게 돼 있다. 권 팀장은 "서비스 이후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고 서비스 제공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디지털TV 서비스를 시청하게 되면 아날로그에 비해 요금이 비싸진다. 초고속인터넷과 함께 제공받을 경우 3만 3800원 정도면 가능하다. 요금 인상이 시장 진입의 걸림돌인 점을 CJ케이블넷도 인정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서비스를 사용하면 충분히 지불가능한 금액이라고 설명한다.
CJ케이블넷은 이같은 서비스를 위해 1300억원 정도의 인프라를 투자했다. 가입자가 늘면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만큼 빠른 시일내 디지털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통신 사업자들의 IP Tv 진출은 좀더 유예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20만 가입자 중 최소한 절반 정도가 디지털로 전환했을 때는 경쟁을 해볼 수 있다는 것.
너무 수세적인 입장이 아닐까? 권기정 팀장은 "하나TV의 경우만 보더라도 서비스 홍보를 위해 엄청난 마케팅 자금을 쏟아붇고 있다. 케이블TV방송 사업자들의 총 매출을 합쳐봐야 1조원이 조금 넘는다"고 전하고 "이런 상황에서 매출 12조원의 KT를 포함해 유선 통신사들이 대거 뛰어들면 어떻게 경쟁이 가능한가?"라고 항변한다.
규제나 기술 활용도 불리하다. 최근 압축 기술 중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이 H.264다. 하지만 방송엔 적용할 수 없다. 방송은 법으로 표준 기술을 사용토록 했는데 현재는 MPEG 2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H.264는 MPEG2보다 압축율이 30% 정도 높다. 기존 채널에 H.264를 적용하면 2채널을 5채널까지 확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HD 디지털 콘텐츠 수급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HD 공급 채널수가 한정된 상태에서 콘텐츠 확보에 전력을 다할 수도 없다. 셋톱박스 업체들도 SD급 콘텐츠와 HD콘텐츠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도록 H.264를 적용한 셋톱박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법 문제 때문에 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권기정 팀장은 "통신사들은 어떤 기술을 쓰던 제약이 없다. 막대한 투자 여력에 기술 선택의 유연성도 모두 보장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조속히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리모콘으로 관련 서비스를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친숙한 인터페이스 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CJ케이블넷은 1200회 정도의 시연을 했는데 20대와 30대 중반은 열광을 하고, 30대 중반에서 40대는 그저 그렇다는 반응, 50대는 텔레비전 시청에서 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고 밝혔다.
사용자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CJ케이블넷은 음성인식 리모콘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고객들은 더 많은 서비스에 쉽게 다가설 수 있다. 하지만 조작하기 힘든 리모콘과 아날로그 방송과 비교해서 높은 시청료 등은 서비스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디지털방송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