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감각 갖춘 멀티플레이어가 '고수'"

2007-03-25     황치규

<고수를 찾아서> 두번째 인물은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옥상훈 차장(현 JCO 회장)이다. 생물학도 출신인 옥 차장은 학원을 다니며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지난 10년간 꾸준한 자기 계발을 통해 지금은 '내공'을 인정받는 고수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특히 플렉스 분야에서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개발자 업그레이드와 관련해 할말이 많은 표정이다. 틈날때마다 "한국 개발자들은 고수가 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개발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리고 고객 중심적 사고를 겸비한 '멀티플레이어형 개발자가 되자'는 게 옥상훈식 고수론이다.



그의 고수론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꽤 오랜기간에 걸쳐 다듬어진 나름대로의 소신이다. 그는 자바 프로그래밍을 시작하면서 고수가 되겠다는 마음에 ID를 '절대고수'로 바꿨고 블로그 주소에도 고수라는 말을 집어넣을 만큼 '고수'란 말에 애착을 보여왔다. 아마 '고수'는 그가 아끼는 몇 안되는 단어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생물학도와 컴퓨터의 우연한 만남




옥상훈 차장은 어릴때부터 컴퓨터를 친숙하게 다룬 '매니아' 출신은 아니다. 그가 컴퓨터와 인연을 맺은 것은 거의 우연에 가깝다. 서두에서 밝혔듯 옥 차장은 생물학과(90학번)를 나왔고 대학에 들어갈때까지만 해도 컴퓨터와는 담을 쌓고 지낸 사람이다.



그랬던 그가 컴퓨터를 접하게 된 것은 동생이 386 컴퓨터를 사놓고 군에 입대하면서부터. 혼자서 이것저것 만지다 '도스(DOS)'도 배웠고 당시 잡지에 많이 나왔던 'PC툴즈'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 재미는 있었던 모양이다. 얼마뒤 스스로 486으로 업그레이드를 했고 컴퓨터에 대한 공부도 계속 이어나갔으니 말이다. "거의 독학으로 공부를 했어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따려고 학원다니면서 '비주얼 베이직' 등을 배웠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옥상훈 차장은 SW개발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첫 직장은 웹개발 회사였다. 당시만 해도 그가 사용한 프로그래밍 언어는 ASP와 비주얼 베이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 환경에서 개발자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얼마 뒤 옥 차장은 ASP에서 자바 계열인 JSP로 노선을 바꿨다. 비전 때문에 그랬다기 보다는 그냥 자바(Java)라는 이름이 좋아서였다. 당시만 해도 자바쪽하면 돈을 많이 받는다는 얘기도 있었고..



그러나 웹개발자로서의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웹개발만 하다보니 월급도 안오르고 비전도 별로 없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직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데이터웨어하우스 업체. 옥 차장은 이 회사에서 3년 정도 근무했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매크로미디어(지금은 어도비시스템즈로 인수됨) 플렉스 기술을 접하게 된다. "플래시를 하자니 디자인 배우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만큼 태그를 이용해서 플래시를 만드는 플렉스는 개발자 입장에서 매우 인상적이었죠. 공부하면서 잡지에 글도 쓰고 그랬습니다."  



플렉스와 옥 차장의 인연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매크로디미어 공모전에 참여해 대상을 받은데 이어 입사의 기회까지 거머쥔 것이다. 2005년 여름의 일이다.



옥 차장은 현재 한국어도비에서 서버 관련 모든 솔루션을 담당하고 있다. 전자문서 솔루션도 그의 몫이다. 플렉스나 아폴로는 물론 그의 '주특기'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분야는 모바일. 자바를 할 때도 모바일쪽을 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단다. 그러나 플렉스나 아폴로 모두 모바일과 무관하지 않으니 그에게 모바일 분야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조만간 오지 않을까 싶다.



옥상훈 차장이 말하는 고수는...




옥 차장은 개발자 생활을 하면서부터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다. 자바크래프트닷넷을 만들어 스터디를 시작했고 2001년에는 JCO에도 합류했다. 커뮤니티 활동은 옥 차장이 개발자로서 내공을 키우게 해둔 '일등공신'이었다. 



"커뮤니티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모르는 것은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면 되니까요. 그런 네트워크를 갖추기 위해 JCO에 가입했습니다. 정말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풍부한 독서도 옥 차장이 자신을 단련시키는데 큰 힘이 됐다. 그는 자바와 C 등 프로그래밍 관련 책이라면 '없는 책이 없다. 이사하면서 왕창 팔았는데도, 조금 지나니 또 쌓여있단다.  "한달에 2권씩은 보려고 합니다. 보는 것에서 벗어나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책을 쓰기도 했어요. 또 한권의 책을 써볼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수년간에 걸친 커뮤니티 활동과 독서를 발판으로 옥 차장은 부끄럽지만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필살기' 하나를 장만하게 된다. 남들보다 패턴을 빨리 찾고 문제를 보다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프로그래머의 자질중 하나가 패턴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어떤 현상이 반복되면 패턴을 도출해서 그것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그는 후배들을 만나서도 이점을 강조한다. 패턴 인식을 잘할 수 있는 능력과 창의력을 갖춰야 새로운 문제를 만나도 정면돌파할 수 있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걸어온 길을 보면 옥상훈 차장은 살면서 필요에 따라 자신을 업그레이드시킨 '노력형 프로그래머'에 가깝다. 일찍부터 컴퓨터에 빠져지낸 매니아형은 결코 아니다. 그런점에서 개발자에 대한 그의 인식은 다분히 현실적이다. '고수론'도 마찬가지다.



옥상훈 차장이 말하는 고수는 '개발 능력과 고객중심적 사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멋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느 하나가 아니라 모두를 다갖춰야 고수이며 그래야만 몸값이 비싼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툴을 쓰는데, '왜 안되지?' 하고 불평하는 개발자가 있는가 하면 '이걸 개선해서 팔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자는 많고 후자에 해당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요약하면 옥 차장에게 고수란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멀티플레이어다. 개발, 그것도 코딩만 잘하면 된다는 시각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뿐이다.



우연히 시작된 옥상훈 차장의 개발자 인생이 어느새 11년째로 접어들었다. 중간중간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지금은 그런대로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며 살고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도 있다. 이왕 개발 분야에 몸담았으니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단다. 왜? SW가 미래 산업을 움직이는 브레인이며 IT는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개발자를 주제로한 옥상훈 차장과의 일문일답








올해 JCO의 슬로건중 하나가 개발 생산성 향상이잖아요. 국내 개발자들의 개발 생산성은 어떤 수준이라 보십니까?



많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개발 생산성 향상이란게 개발자 입장에서는 얼마나 빨리 개발하느냐잖아요. 과거에는 에디터를 잘쓰는 사람이 고수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개발툴을 잘쓰는게 중요해요. 개발툴 사용에 대한 조사를 해보면 지난해에는 에디터만 쓰는 비중이 30%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10%대로 떨어졌어요. '이클립스'나 '넷빈즈'같은 개발 플랫폼을 많이 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올해는 개발 생산성의 구체적인 향상을 위해 개발팁, 품질 향상을 위한 테스트 방법 등에 대한 세미나를 많이 해볼까 합니다. 달라지고는 있는데, 아직은 장인정신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도 자기 자신이 코더라 생각하는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코더가 아니라 SW를 만드는 명인이 되자는 자세가 필요하다고봐요. 10년 이상 된 사람들이 계속 나와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될때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개발자들의 근무여건이 열악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밤샘 작업이나 주말 근무도 많은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지난해에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회사에서 거의 살다시피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가정에도 안좋아요. 개인 몸 망가지는 것은 별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개발자들이 이제 홀 몸이 아니잖아요? 야근이나 휴일 근무 강요하면 가정 파괴나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야근없는 개발 문화가 필요하다고 봐요.  현실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SI프로젝트라는 게 기획단계에서 기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분석설계와 개발이 따로 놀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항상 시간에 쫓기게 돼 있어요. 요구 사항도 계속 바뀝니다. 지금으로선 개발자들이 많은 부담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IT산업에서 개발자들이 갖고 있는 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개발자들이 별로 없습니다. 어디가도 무시를 안당해요. 지금은 몇년전에 사설학원에서 개발자 찍어내던 시절이 아닙니다. 쓸만한 개발자 구하기가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SW전문 기업들이 많이 나오고 그런 업체들의 대우도 좋아지면서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음, NHN, 티맥스 등은 개발자를 몇백명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근무 조건이 열악한 기업도 많지요. 그러나 전반적으로 상황은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SW개발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입니까?



양적으로 부족한 편입니다. 필요한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학 졸업생들이 개발자를 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는 것 같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에 JCO를 통해 많이 바꿔볼려고 합니다. SW제작 관련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서 SW가 왜 중요한지, 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하는지, 왜 SW를 가치를 인정해야줘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나갈 계획입니다.



외국 회사 근무하시니, 해외 개발자들과 자주 만나실것 같습니다. 우리와 무엇이 다르던가요?



외국 개발자와 프로젝트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 개발자는 코딩 스킬 자체는 매우 높지만 아키텍처 등 전체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외국 개발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객으로부터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받은적이 있어요. 저의 경우 소스를 봐도 어디를 고쳐야할지 감이 안잡혔습니다. 그런데 외국 친구는 잡아내더러구요. 고치는 것은 제가 했구요. 아키텍처 관점에서 보는게 부족하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사실 그럴 기회도 없었잖아요. 프로그래밍 서적만 많이 잃었으니... 아키텍처와 설계 관점에서 디자인 패턴 등을 볼줄 아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10년이 넘게 개발자 생활을 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직업적으로 회의를 느끼신 적은 없었나요?



야근많고 월급 안오르고 그럴때 회의감이 밀려오죠.(웃음) 그러나 그럴때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투자를 많이 했어요. 내가 어디회사 다니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만큼의 가치를 갖고 있느냐를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코딩외에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려고 노력한 것도 그래서구요.



고수의 조건으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개발자가 이런것들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개발만 잘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많이 틀립니다. 서로 다른 행성에서 온 것처럼 소통이 안될때가 많아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그래서 필요한 겁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는데 PM과 개발자가 통역을 놓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한국사람끼리 통역놓고 얘기하는 겁니다. 같은 말인데도 받아들이는게 틀리기 때문이에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개발자로서 갖춰야할 능력입니다. 상대방 입장에서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프로그래밍을 전공한게 아니잖아요? 스스로 노력하며 전문가 반열에 올라서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책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책도 한계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모르는 것은 다른 사람한테 사람한테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 네트워크를 갖출려고 JCO에 가입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책은 자바와 C까지 없는 책이 없습니다. 이사하면서 왕창 팔았는데, 조금 지나니 또 쌓이더라고요. 지금도 한달에 2권씩은 보려고 합니다. 지하철을 타면 책읽는게 습관이 돼 있어요. 지식을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 책도 씁니다. 책을 쓰면 새로운 것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플렉스에 대한 책을 한권썼고  요즘은 다른 책을 하나 쓸까 준비중입니다.



후배 개발자들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항상 조언하는게 있는데 패턴 발견을 잘해야 한다는 겁니다. 프로그래머의 자질은 패턴 발견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현상이 반복되면 패턴을 도출해서 그것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창의력도 중요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오픈소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요?



실질적으로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 습득이나 명성을 쌓는데 필요할 수 있다고 봐요. 오픈소스가 확산되면 서비스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개발자들이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많습니다. 외국 회사에 계신데, 영어실력이 궁금합니다.



그럭저럭하는 편입니다. 테이프 열심히 듣고 하루에 한통 이상은 영어로 e메일 쓰기를 하고 있어요. 개발자가 써야할 표현같은 것은 항상 메모를 해놓습니다. 이정도만 알면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되거든요. 오픈소스SW에 참여하는 것도 괜찮다고 봐요.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