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기반 협업 서비스, 해외는 태풍 vs. 국내는 미풍?

2007-03-26     도안구

온라인 협업 서비스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시스코시스템즈의 공이다. 이달 15일(미국 현지시각) 시스코시스템즈는 웹기반 협업 솔루션 업체인 웹엑스(WebEx)를 3조원 가량(32억 달러)의 자금을 들여 인수했다. 구글이 유투브를 16억 5천만 달러에 인수했으니 대략 유투브의 두 배의 기업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기업용 솔루션이나 장비 시장에서는 이런 일들이 예사롭지 않게 일어나고 있기도 하고, 워낙 특화된 분야라 일반 사용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도대체 어떤 서비스 업체이길래 유투브의 두 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인수됐는지 관심이 간다. 


웹엑스는 웹커퍼런스 전문 서비스 회사로 기업 고객들은 필요한 때 이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용하면 된다. 경쟁업체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어도비시스템즈를 들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넷미팅'이라는 솔루션을 최근 '라이브 미팅'이란 이름으로 제품을 업그레이드 했는데 대기업들이 이 제품을 직접 도입, 구축해 사용할 수도 있고 전문 서비스 회사가 솔루션을 도입해 서비스로도 제공이 가능하다. 어도비시스템즈는 매크로미디어를 인수하면서 관련 솔루션을 확보했다. 매크로미디어의 솔루션명은 '브리즈'였는데 올해 '어도비 애크로뱃 커넥트 프로패셔널(Adobe Acrobat Connect Professional)’을 출시했다.




이 솔루션들은 일반 음성컨퍼런스 콜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웹컨퍼런싱도 제공한다. 음성 위주로 회의를 하다보면 서로 파일도 공유하고 동일한 파일을 보면서 회의할 필요성도 늘고 있어 파일 공유 기능이나 화상 기능들이 강화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별도의 화상 컨퍼런스 솔루션들도 많다.




컨퍼런스 솔루션들이 그렇듯 이 솔루션들을 많이 도입하는 곳은 글로벌 기업들이다. 특정 지역에서만 사업을 하는 기업들은 굳이 이런 솔루션을 도입할 필요성을 못느끼겠지만 전세계 각 지역마다 사무실을 보유한 기업들에겐 안성맞춤인 제품들이다.




어도비 애크로뱃 커넥트 프로페셔널의 기능을 잠시 살펴보자. 이 제품은 화상은 물론 모든 문서 프로그램, 응용 프로그램과 파일을 화면으로 공유할 수 있으며 화이트보드, 채팅, 음성과 영상회의 등과 같은 주요한 협업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중요한 문서를 함께 리뷰하거나 정보를 실시간으로 더욱 빠르게 공유하는 등 기업 업무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




기존 웹 회의 솔루션과는 달리 애크로뱃 커넥트 프로페셔널은 한층 간단하고 편리하게 웹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  전화번호나 전자우편 주소같이 기억하기 쉽고 단순한 온라인 주소를 생성하여 개인 미팅 공간을 만들 수 있으며, 최대 2천500명이 참가하여 공동 작업 수행이 가능하다. 



접속할 때는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Adobe Flash Player)만 있으면 되기때문에 번거롭게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거나 다운로드할 필요없이 언제 어디에서나 참여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더욱 전문적이고 강력한 웹 회의를 위해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통합 텔레포니, VoIP(Voice over IP)를 제공한다.




이원진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사장은 “어도비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혁신하면서 지속적으로 풍부하고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전달해 왔다”며 “이제 애크로뱃 커넥트 프로페셔널로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쉽게 의사소통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한국어도비 공라경 부장은 "해외 시장에서는 웹엑스와 어도비가 주로 경쟁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어도비 같은 업체가 솔루션 사업을 하는 것은 낯익은 풍경이지만 시스코의 행보는 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스코는 통합 커뮤니케이션(UC)과 협업 시장에 뛰어들면서 장비가 아닌 솔루션과 서비스 업체들을 인수하거나 관련 기능들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런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서비스 회사와 솔루션이 필요했는데 웹엑스가 제격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웹기반 협업 솔루션은 전통적으로 기업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e-러닝 솔루션으로 대학에서도 많이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최근 e-러닝 바람이 불면서 대학들은 수업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웹에 게재하는데 이 경우 같은 파일을 보면서 강의가 가능하다. 또 실시간 강의의 경우 학생들과 상호 의사소통을 하면서 진행하기도 하는 등 이런 솔루션이 응용될 분야는 많다. 물론 이 분야에는 국내 솔루션 업체들도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브 미팅 파트너는 텔레투게더(www.teletogether.com)라는 컨퍼런스 전문 회사다. 이 회사 성호진 이사는 "음성 위주의 컨퍼런스를 진행하다보면 파일을 주고받고 싶은 요구들이 있는데 이런 고객들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이사는 회의 소요 시간과 회선에 따라 과금을 하고 음성, 웹, 화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동해 제공하고 있다.



웹엑스의 국내 조직과 인력 인수에 대해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다만 웹엑스 아태지역 책임자가 방한해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인력들과 미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웹엑스를 인수한 만큼 국내 고객들에게 어떻게 다가설지 좀더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서로 지원할 수 있는 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엔 웹엑스 조직이 따로 없어 별도의 통합 작업은 필요없는 상태다. 국내에서는 모던하이테크라는 업체가 웹엑스 총판을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고객들도 조금씩 서비스들을 검토하고 있다. 시스코에 인수되면서 국내 고객들에겐 좀더 신뢰성 있는 업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국내 웹컨퍼런스 시장은 아직은 초기 단계다. 국내 기업들이 대외비 차원에서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을 선호하고 있어 이런 서비스 모델이 안착하기까지는 문화적인 벽을 넘어서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변화는 기술 변화를 수용하는 문제보다는 서양과 다른 우리만의 문화가 진입 장벽이다. 비용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상투적인 말로는 쉽게 넘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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