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의 반란, DRM제국 흔들리는가?

2007-04-02     황치규



세계 4대 음반 업체중 처음으로 EMI그룹이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을 뺀 디지털 음악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DRM-free시대의 서막을 열은 것이다.



EMI그룹은 2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변화를 끌어안기로 했다"면서 애플 아이튠스를 통해 비틀즈를 제외한 전체 음악 목록을 DRM-free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EMI그룹 보도자료 보기



EMI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애플 아이튠스를 통해 DRM을 제거한 음악을 제공한다. DRM을 뺀 음악 파일 가격은 곡당 1.29달러. DRM이 걸린 음악 파일은 곡당 99센트다. 앨범 단위로 구입할 경우 가격은 이전과 차이가 없다. 이미 EMI 음악 파일을 아이튠스에서 구입했던 고객들은 30센트만 내면 DRM이 없는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에릭 니콜리 EMI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목표는 사용자들에게 가능한 최고의 디지털 음악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면서 "DRM이 없는 음악을 제공함으로써 그동한 사용자들을 괴롭혔던 호환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MI그룹은  애플 아이튠스에 이어 다른 온라인 음악 서비스 업체들에도 DRM이 없는 음악 파일을 공급할 계획이다.



EMI의 행보는 사용자 입장에서 반길만 하다. DRM이 없는 음악은 컴퓨터와 MP3플레이어 종류에 상관없이 호환성이 제공되기 때문. 소니 BMG, 유니버셜 뮤직, 워너뮤직 등 다른 메이저 음반 업체들이 여전히 'DRM 중심주의'를 고수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EMI는 지금 사용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을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EMI가 튀는(?) 행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 하다.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업체인 바이두닷컴과 손잡고 무료 음악 서비스까지 선보였으니 말이다.



EMI뮤직이 선보인 中 디지털 음악 사업 첫 모델    



EMI가 대열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나머지 메이저 음반 업체들은 어떤 행보를 보일까? 당장에 노선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EMI가 DRM-free 전략으로  자신들보다 높은 성장을 보일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음반 업계를 지배해온 'DRM 카르텔'은 급격히 무너질 수 밖에 없다.



이번 EMI 기자간담회에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도 자리를 함께했다. 잡스는 "애플은 모든 메이저 및 독립 음반 업체들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면서 나머지 음반 업체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연초 음반 업체들을 향해 "DRM을 포기하라"는 공개서한까지 보냈던 잡스에겐 EMI의 DRM 포기는 회심의 미소를 지을만한 일대사건이다. 막후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갔는지는 모르지만 애플이 앞으로 어떤식으로든 EMI에게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DRM, 음반 업계에 과연 유리한가? 



애플 입장에서도 EMI의  DRM 포기 선언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둬야만 유리해진다. 이렇게 되야 다른 음반사의 추가 이탈을 이끌어낼 명분을 잡게 된다. 나아가 애플이  6월에 선보일 '아이폰'의 경우 DRM이 없어야 제역할을 할 것이란 말도 있다. 앞뒤 돌아보면 애플에게 지금 DRM은 없는게 차라리 낫다.



현재로선 EMI의 이번 행보가 어떤 결과를 몰고올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EMI가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 사용자들 사이에서 EMI의 DRM-free선언은 얘기거리가 될만한 가치가 있다. 여기에다 '마케팅의 귀재' 스티브 잡스가 EMI를 지지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시장에서 DRM을 없애기 위한 잡스의 승부수가 왠지 먹혀들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