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푸념 하나

2006-09-23     박재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즐기는 취미중에 하나가 혼자 술한잔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무척 기분 좋은 날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이전에 운영하던 WiseFree 에서 일본 SolXYZ 사에 EKP 제품을 수출했을 때 오늘과 같은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출근하자 항상 하듯이 메일을 확인하였습니다. 메일 중 눈에 띠는 것이 바로 "LA public Library"에서 지난 달 출시한 '씽크프리(ThinkFree)의 Server Edition을 공식 구매하는 PO(Purchase Order)를 회사에서 받았다는 메일이었습니다. LA public Library, 말 그래도 미국 캘리포리아 LA시의 공공 도서관입니다. 워낙 LA지역이 넓기 때문에 1개가 아니라 39여개 넘는 라이브러리가 네트워크로 묶여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아직 컴퓨터를 쓰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고 컴퓨터를 사용하여 이력서나 숙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위해 LA시에서는 터미널 서버환경하에서 MS 오피스를 호스트하여 사용했었습니다. 이런 환경이 실제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작업한 결과를 저장하기 어렵다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hinkFree Server Edition(TFSE)을 구매했습니다. 



LA시 도서관은 TFSE를 구매하여 중앙에 설치한 후 어디서나 도서관 사용자들이 접속해서 사용하는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이전 터미널 서버 환경과 다른 것은 별도의 터미널 서버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MS오피스를 구매할 필요가 없어 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중앙에서 오피스의 기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로컬PC의 하드 디스크에 파일을 저장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프린트 기능을 제어하는 등 중앙에서 오피스의 기능을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미국 등 여러 나라에 ThinkFree Office의 데스크탑 버전이 판매되고 있지만 ThinkFree의 모든 역량을 웹 플랫폼에 집중한 이후 개발한 Server Edition의 첫 구매인 셈입니다. 아마 현재 온라인 서비스의 유료화가 진행되고 뒤를 이어 SMB용 SaaS 서비스 개시되면 바야 흘러 오피스 시장은 웹 오피스라는 대안 오피스 플랫폼을 갖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런데 제가 한마디 하고 싶은 것은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현실이 암울하고 화딱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반도체나 휴대폰 못지않게 전 세계적인 명품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포기하는 것은 더더욱 비극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학교나 다른 교육기관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 배웠지만 이러한 원칙적인 것을 지켜나가는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 회사를 찾아 보기 힘듭니다. 물론 개발자도 원칙에 충실한 개발자는 찾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좀 더 불평해 보면,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살리자고 열심히 구호는 외치지만 공공 부분에서 과기처가 공시한 개발자 인건비 단가에 따라 인건비를 지불하는 정부 부처와 기관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고 , 모든 프로젝트는 저가 입찰이고 이미 주요한 SI업체들의 영업에 의해 특정 회사 솔루션이 야릇하여 명시되어 있는 RFP , 프로젝트의 80% 이상을 주요한 4개 대형 SI 회사들이 수주하고 , 수주된 프로젝트는 인맥과 돈맥으로 연결되어 있는 중소 기업들에게 하청되고 중소 기업은 이름도 모르는 회사에 다시 재 하청되어 진행되고 ,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면 항상 고객은 요구 사항을 변경하거나 신규 요구사항을 요청하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며 실제 일을 수행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속을 쓰러 내리고 죽어가는 현실……..

 

나는 이런 현실이 싫어서 솔루션 개발 이라는 허울좋은 분야를 떠나 지금 ThinkFree에서 웹 오피스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단지 제대로 된 제품, 세계적인 제품을 한번 개발해보겠다는 생각에 이 짓을 또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힘든 것은 같은 뜻을 갖은 개발자를 찾기 너무 힘들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 눈에서 반짝반짝 광선이 나가던 혈기왕성한 개발자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요? 어디서 모두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것 일까요? 아니면 다른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일까요?

 

누군가 제 푸념을 읽고 가슴이 찡해 온다면 함께 술 한잔을 나누고 싶습니다.

 

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