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구소, 보안 서비스 플랫폼 '빛자루' 발표
안철수연구소가 코드명 '블루벨트'로 알려진 '빛자루'를 선보이고 공식 오픈베타에 들어갔다. 서비스 플랫폼을 향한 공식적인 첫 출항이다.
빛자루는 바이러스와 스파이웨어 차단, 개인정보보호, 액티브X 등 불필요한 프로그램인 그레이웨어에 대한 선택적 삭제, PC최적화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오픈베타 기간인 4월까지는 무료로 제공되다 5월부터 유료로 전환된다. 가격은 1주일(2천200원), 1개월(5천500원), 1년(2만5천원) 등 사용 기간과 비용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다. 1개 ID로 PC 3대까지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빛자루는 웹기반 보안 서비스 플랫폼의 일환"
안연구소는 빛자루에 대해 웹기반 보안 서비스 플랫폼을 향해 추진중인 '블루벨트' 전략의 일환임을 분명히 했다. 단순한 서비스로 보지말라는 얘기다. 안연구소는 플랫폼 전략과 관련해 웹표준 준수, 크로스 브라우징 지원,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공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이중 가장 흥미로운 점은 API 공개 부분.
안연구소가 API를 공개할 경우 다른 업체들도 마음만 먹으면 '빛자루'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블로터닷넷도 안연구소 API를 활용, 보안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것은 API 개방폭이 광범위해야만 실현되는 시나리오다.
안연구소는 API 공개 부분와 관련해 "2008년께 가시화될 것이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안연구소 김현숙 인터넷사업본부 상무는 "백신 API를 공개할지 아니면 서비스 API를 열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API 공개는 네티즌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명한 것은 안연구소의 서비스 플랫폼 전략과 API 공개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API를 공개하고 그 API가 광범위하게 활용되야만 안연구소는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 구글, 세일즈포스닷컴, 아마존닷컴처럼 안연구소도 API 공개를 통해 뿌리가 튼튼한 생태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웹2.0의 가치 발휘될 것인가?
빛자루는 사용자 참여 기반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웹2.0의 확산과 함께 유명해진 집단지성이 가미된 서비스란다. 대표적인게 '그레이제로' 기능과 '프로그램백과' 코너로, 집단 지성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그레이제로는 사용자가 그레이웨어나 원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삭제/차단하면 이 결과가 빛자루 페이지에 반영되고 다른 사용자는 이를 참고해 프로그램 삭제/차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빛자루 회원들은 또 프로그램백과 코너에 자신이 보유한 다양한 SW정보를 입력하고 이를 자유롭게 수정/보완할 수 있다.
안연구소는 그레이제로와 프로그램백과에 대해 "사용자 참여와 상호 소통이라는 웹2.0 철학이 반영된 보안2.0 서비스"라고 치켜세웠다. 집단 지성 개념이 들어간 최초의 보안 서비스란 얘기였다.
안연구소의 말대로 그레이제로와 프로그램백과는 활발한 사용자 참여가 있어야만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여서 뭐라 말할 입장은 못된다. 유사한 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보안 서비스+집단지성'의 해답이 무엇일지 개인적으로 너무 궁금하다.
유료와 무료 서비스의 공존 가능할까?
국내 B2C 보안 시장은 '황무지'에 가깝다. 사용자들은 유료 제품을 구입하는데 인색한데다 최근에는 각종 무료 서비스들도 넘쳐난다. 유료 모델이 파고들기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안연구소가 들고나온 전략은 무료와 유료의 공존을 통해 두곳에서 모두 이익을 취하는 모델이다. 유료와 무료 서비스를 모두 선보이고 수익 모델은 따로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안연구소는 빛자루 유료버전에 이어 '빛자루 프리'로 명명된 무료 서비스도 함께 선보인다. '빛자루 프리'는 바이러스 및 스파이웨어, 해킹 툴 등에 대한 수동 진단 및 치료 기능을 제공한다. 다른 유사 서비스 대부분이 치료 조건을 일반/고급으로 구분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파격적인 혜택이라고 안연구소는 설명했다.
안연구소는 '빛자루 프리'를 통해 온라인 광고 수익을 기대하는 모습. 사용자 기반이 방대하기 때문에 광고 수익이 꽤 짭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연구소의 유/무료 병행 전략은 한가지 질문을 던진다.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과연 괜찮은 유료 서비스와 그런대로 쓸만한 무료 서비스가 공존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무료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료 서비스는 설자리가 별로 없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안연구소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보인다. 차별화를 이룬다면 무료를 제공하면서도 유료 사용자 기반을 넓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숙 상무는 "'빛자루'를 내놓기전부터 보안 서비스를 유료로 쓰는 고객이 조금씩 증가해왔다"면서 "앞으로 유해 웹페이지 차단, 백업 서비스(온라인 스토리지) 등을 추가로 개발해 '빛자루'를 명실상부한 PC캐어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글을 정리하면서 보니 빛자루는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흥미로울 것 같다. 발표 자체 보다 안연구소 의도대로 진화해 나갈지 여부가 흥행성이 더 높아 보인다. 참고로 안연구소는 4월7일 클로즈베타에 참여한 블로거들을 상대로도 '빛자루' 발표회를 갖는다. '빛자루'에 대한 블로거들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