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메인프레임 이야기
지난 4일 오후 한국IBM은 기자들을 회사로 초대해,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와 메인프레임 '시스템Z'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SOA와 메인프레임은 2007년 한국IBM이 가장 공을 들이는 사업 분야입니다. 전담팀까지 만들만큼 열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7년 한국IBM의 두가지 키워드인 셈이죠.
그런데 두 키워드를 둘러싼 분위기에는 좀 차이가 있습니다. IBM SOA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입니다.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최근 메임프레임을 쓰던 금융권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유닉스 다운사이징하는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으니까요. 실제로 국내에서 메인프레임 고객수는 많이 줄었습니다.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2003년 70개사를 넘어섰던 국내 메인프레임 고객은 올해 처음으로 50개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군요. 메인프레임 시대 저무나...
한국에서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 바람이 분 것은 약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서버 시장을 한참 취재하던 시절인데, 한국HP로 대표되던 유닉스 서버 업체들이 메인프레임을 '과거의 유산'으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붓던게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어느정도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만 무성한 거품 경쟁은 아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정황만 놓고 보면 한국에서 메인프레임의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일 듯 보입니다. 한국IBM이 올해 흩어져 있던 메인프레임 사업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위기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문가가 아닌만큼, 개인적으로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이 좋은지 나쁜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드러난 결과를 근거로 한국HP 등 유닉스 진영이 내걸었던 '슬로건'이 한국IBM의 방어논리보다 설득력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한국IBM이 요즘 소극적인 자세를 벗어나 적극적인 방어 전략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습니다. 메인프레임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이고 외부에 보내는 메시지도 적극적입니다. IBM은 원래 경쟁사의 공세에 대해 밖에다 대놓고 대응하는 것은 자제하는 편인데, 메인프레임과 관련해서는 그렇지 않은 듯 보입니다. 4일 기자 브리핑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한국IBM이 브리핑에서 강조한 것은 유닉스와 메인프레임의 차이와 총소유비용(TCO) 두가지입니다.
한국IBM에 따르면 메인프레임과 유닉스는 아키텍처 자체가 다르다고 합니다. 이에 메인프레임은 대량의 데이터를 한번에 처리하는 경우에 적합하며 유닉스는 딥 컴퓨팅, 예를 들면 그래픽이 많이 들어가는 분야에 어울린다는 것입니다. 이에 메인프레임을 써야 할 곳에 유닉스를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다운사이징에 대해서도 고객들이 다시 한번 생각하는게 낫다는게 한국IBM의 논리입니다.
한국IBM은 IDC에서 발표된 25만달러 이상의 하이엔드 서버 시장 점유율 추이 자료도 보여줬는데, IBM 메인프레임의 경우 2000년께 한풀 꺾였다가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를 띄고 있습니다. 꺾였던 시점은 외국에서도 다운사이징 트렌드가 나타났을때라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한국IBM은 다운사이징이 메인프레임에 큰 충격을 주지는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닉스 진영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TCO와 관련해서도 한국IBM이 할말이 많습니다.
"시스템Z가 다소간 위기를 겪고 있는 원인을 보면 비싸다는 말이 많다. 한국 메인프레임 고객들은 최신 소프트웨어로 업데이트하는 것을 미루다보니 더욱 비싸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유닉스는 서버 하나 가격은 쌀지 모르지만 그것을 구동하려면 추가적인 서버와 업무도 필요하다. 관리 인력도 늘어나야 한다. 메인프레임은 비싸지만 사람은 덜 써도 된다. 메인프레임이 비싸서 유닉스로 바꾼다면 잘못 생각한 것이다. 메인프레임은 TCO에서 비교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지 못하지만 모 고객사 자료를 보면 TCO가 37%나 저렴하더라. 메인프레임이 비싸지 않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나가겠다."
한국IBM 관계자의 발언을 요약한 것입니다. 메인프레임은 비싸다는 유닉스 진영의 논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한국IBM은 올해 메인프레임에 대한 외연의 확장까지 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경쟁사들로부터 기존 고객을 수성하는데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메인프레임을 안쓰던 기업들을 레퍼런스를 확보하겠다는 얘기입니다. 소극적 방어에서 적극적 공세로 전략을 바꿨다고 하면 오버일까요? 이미 몇몇 기업들이 메인프레임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군요. 이에 한국IBM은 내심 올해안에 메인프레임 신규 고객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입니다. 한건이라도 터진다면 분위기가 반전될 수도 있어 보입니다.
IBM은 IT업계에서 여전히 '슈퍼파워'입니다. IBM이 어떤일에 마음먹고 달려든다면 경쟁사도 긴장할 만한 중량감을 갖고 있습니다. 2년전쯤인가요, "IBM이 솔직히 무섭다"고 한 어느 외국계 서버 업체 임원의 말이 아직도 귓가를 맴돌고 있습니다. 이런 IBM이 지금 메인프레임 확장에 '올인'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국IBM은 국내에서 '과거'란 딱지가 붙은 메인프레임 이미지를 미래 지향적인 것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성공한다면 서버 시장의 판은 다시 한번 흔들리게 됩니다. 결과는 두고봐야겠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