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vs 시스코, 드디어 충돌

2006-09-25     도안구

드디어 싸움이 벌어졌다. 그것도 아주 흥미진진한 싸움이다. 



통합 커뮤니케이션(Unified Communication; 이하 UC) 시장을 놓고 통신사와 장비업체, 솔루션 업체들이 저마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업계의 관심도 비상하다. 



"각 영역에서 확실한 독점적 지위에 있는 두 회사가 드디어 싸우기 시작했다. 밑바닥 인프라 구축 업체가 서서히 애플리케이션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고,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은 기업들의 UC 구현 요구에 따라 새로운 플랫폼들을 출시하면서 충돌하기 시작했다."



"일단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다. 과연 시스코가 고개를 숙이면서 상생을 선언할지 아니면 정면 승부를 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두 회사는 협력과 경쟁이 일반화된 시장에서 그동안 협력에 무게를 둬 왔다. 보안 분야는 좋은 협력 모델이다. 양사는 지난 9월7일 시스코 'NAC(Network Admission Control)'와 마이크로소프트의 'NAP(Network Access Protection)'의 상호 연동이 가능한 새로운 아키텍처를 미국 보스톤에서 열리는 보안 표준 컨퍼런스(http://www.thesecuritystandard.net)에서 시연했다.


시스코의 NAC과 MS의 NAP이 어떻게 보안 정책 적용(Policy Enforcement)과 건강 평가(Health Assesment)를 위해 상호 연동하는지를 설명해준다. 


하지만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시장 선점을 위해 서서히 결별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전운이 감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차세대 신성장 동력 사업인 만큼 양보가 있을 수 없다. 고객들은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사업부를 중심으로 통합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달성할지 아니면 네트워크 사업부의 손을 들어줘야할지 고민의 기로에 서게 됐다. 


통합 커뮤니케이션은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과 협업이 가능토록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에 상관없이 원하는 시간에 통화와 문서 교류가 가능한 업무 환경'을 말한다. 기업들은 그동안 전자우편, 협업, 인스턴트메시징과 VoIP, 웹과 비디오 컨퍼런싱, 애플리케이션 통합, 일정관리를 위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합하기 위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구현과 관리, 향후 확장도 용이하도록 새로운 플랫폼들을 대거 쏟아지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새로운 제품과 플랫폼들을 선보이면서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개선하면서 한발씩 애플리케이션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메시징 솔루션과 오피스 제품군들을 대거 변화시키면서 관련 시장 선점에 나섰다.


두 회사의 충돌은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네트워크 업체와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은 경쟁보다는 협력에 더 방점을 찍어왔다. 하지만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는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리적으로 구분돼 있던 각 사업자들의 영역이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는 것.


누가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하는 피튀기는 경쟁 속에서 어떤 사업 영역이었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고객이 필요한 솔루션을 누가 적시에 출시하느냐만 남았을 뿐. 애플리케이션 업체들이 통신 인프라를 이해해야 되고, 네트워크 업체들이 기업 내 업무 프로세스를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 이들이 변화는 이들 파트너사에게도 고스란히 전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비전, 기술 로드맵, 파트너 프레임워크 등을 발표했다. 통합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 2007 오피스 시스템 제품들에 모두 통합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통합 커뮤니케이션 제품군에는 익스체인지 서버, 오피스 아웃룩, 협업 기술이 포함된 마이크로소프트 스피치 서버, 새로운 디바이스 등을 통합한 통합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등이 포함된다.


김현정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부장은 "새롭게 출시될 익스체인지와 오피스 제품군은 통합 커뮤니케이션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제 시스코와는 확실히 결별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스코는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을 겨냥해 IP 전화기, 콜 프로세싱, 프리젠스 서버, 미팅 플레이스, IP 커뮤니케이터, 화상/음성회의 솔루션, Voice 게이트웨이, 모바일 컨넥터 등을 선보이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해 11월 개최된 '보이스콤2005'의 화두가 IP 컨버전스 도입 활성화 단계에서 이제는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부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있다고 보고 있다. 



시스코의 한 관계자는 "어떤 업무 환경이던지 상관없이 시스코 제품들로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전하고 "애플리케이션들을 제공해야 하는 측면에서 일정 부분 충돌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제는 본격적인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시스코 자신도 잘 알고 있다. 특히 새롭게 출시된 제품들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할 통합 커뮤니케이션 제품들과 상당 부분 겹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


밀월 관계에 있던 두 회사가 통합 커뮤니케이션 시장에서는 경쟁자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 각 분야에서도 독보적 지위를 차지있다는 것과 두 회사 모두 기술 중심 회사라기보다는 적시에 필요한 기술을 인수합병하면서 현재의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 기술 중심 회사보다는 마케팅 중심 회사라는 점 등 두 회사가 그동안 관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방법들에서 너무나 흡사했다는 점에서 이번 경쟁은 또 다른 재미를 고객들에게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