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가이드라인', 어떻게 볼 것인가

2007-04-11     이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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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블로그에도 일정한 규약을 요구할 있을까.


 


블로그 확산에 따른 충돌과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블로그 가이드라인' 나올 전망이다. 그것도 2.0 세계를 대표하는 유명인사에 의해서!


 


'2.0'이란 용어의 창시자이자 유명 출판인인 오라일리가 온라인에서의 성숙한 토론과 논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공동 제작자는 '위키피디아' 창시자인 지미 웨일즈다. <뉴욕 타임즈> 49일자 '무례한 블로그계에 예의를 요청하며' 기사에서 이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소개했다.


 


가이드라인 제정의 발단은 오라일리의 최근 블로그 글이었다. 오라일리는 지난 331자로 블로그에 올린 '블로거들의 도덕 규약을 요청하며' 글에서 "최근 몇몇 유명 블로거들끼리 반목이 심해지면서 온라인에서 받아들일 있는 수준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를 변경해야 시점이 되었다" 운을 띄웠다. 이에 대해 지미 웨일즈는 '블로거의 도덕 규약'이란 글로 화답하며 가이드라인 제정을 건의했고, 의기투합한 이들은 토론페이지 열고 본격적인 가이드라인 제정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가이드라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블로그계에서도 예의를 갖추자'는 얘기핵심은, 예의를 갖추지 않는 비방글이나 명예훼손성 악플에 대해 블로그 주인이 임의로 삭제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조항이다. 다시 말해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 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책임범위 안에는 블로그 방문객들의 덧글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악플'이나 비방글로 인해 블로고스피어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고성이 오가는 등의 불미스러운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일정 수준의 지침을 마련하자는 것이 가이드라인 제정의 근본 취지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물론, 가이드라인이 적극적인 검열이나 개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라일리는 "가이드라인은 결코 검열을 하자는 것이 아니며, 자유로운 발언은 예의가 갖춰졌을 고취되는 "이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제작을 돕고 있는 유명 블로거 데이비드 웨인버거의 말은 가이드라인의 성격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준다. "규약의 목적은 웹을 평준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도처에 존재하고 있는 비정형화된 규칙들을 보다 명확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블로거들이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허용범위를 미리 알려줄 있는 로고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를테면익명의 덧글을 자유롭게 허용한다거나자신이 쓰는 글의 출처나 원문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거나실명 덧글만 허용한다는 식의 '공지' 약속된 로고로 블로그에 달아두자는 얘기다. 


 


그렇지만 이런 설명에도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특히 블로거의 '발언의 자유' 가이드라인이라는 '규칙' 충돌하는 지점에서는 날선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


 


거대하고 수평적인 웹세상에서 누군가 임의로 다른 이용자의 행동양식을 규정하거나 제한해도 되는 것일까. 아무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는 하지만, 블로거 입장에선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운 발언을 제한하는 자기검열 수단이 있다.


 


블로그 검색사이트 테크노라티에는 140만개의 블로그 글들이 매일 새로 등록된다. 익명의 섬에 숨어 근거없는 사실을 막무가내로 퍼뜨리거나 특정 상대를 비난하는 일은 이미 사회적 골치거리로 떠올랐다. 국내 블로고스피어에도 악플을 둘러싼 논쟁이나 블로거의 삭제권한을 둘러싼 논쟁은 심심찮게 반복되는 화두다.


 


'블로거들도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명제는 옳다. 블로거는 막무가내식 악플이나 비방으로부터 자신의 블로그를 지킬 권리도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해답이 '가이드라인'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블로그 세상을 바꾸다> 저자이자 유명 블로거인 로버트 스코블은 오라일리와 지미 웨일즈의 가이드라인에 대해 "불편한 느낌이다" 반응했다고 <뉴욕 타임즈> 전했다. 스코블은 심지어 이런 표현으로 에둘러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글쟁이로서, 내가 마치 이란에 살고 있는 기분이다."


 


익명의 장벽 뒤에 숨은 악성 비방글의 횡포는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고민은 여기서부터다. 제도적 안전망이냐, 자율적 정화냐. 대목에서 <뉴욕 타임즈> 기사의 머리는 이렇게 묻는다. "웹에 예의를 요구하기엔 너무 늦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