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미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이끌 것"
2007-04-12 도안구
스티브 밀즈 IBM 소프트웨어 그룹 부회장(아래 사진)이 '한국 소프트웨어 솔루션 연구소(KSSL)' 설립을 기념해 방한했다.
IBM, 소프트웨어 솔루션 연구소 설립에 150억 원 이상 투자
그는 IBM이 소프트웨어 솔루션 연구소를 설립하는 배경에 대해서 소상히 설명했다. 그동안 고객들은 IT 자원에 대해 많이 투자했지만 그 투자에 따른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얻을지 고민해 왔다. IT 자원중 하드웨어는 표준화되고, 시스템이 안정화됐으며 비용도 상당히 저렴해져 이미 많은 가치를 얻었다는 것.
반면 소프트웨어는 사용자 입장에서 가장 큰 애로 사항을 겪는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기능이나 선택사항(옵션)도 너무 많고, 이를 어떻게 자사에 최적화시켜 도입해야 할지 큰 고민을 하고 있다. 또 새로운 제조 물품이 출시되더라도 이제는 이런 것들의 부가가치는 어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IBM이 '소프트웨어 솔루션 센터'를 마련해 적극 지원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구소를 통해 고객들은 IBM과 IBM의 협력사 인력들의 기술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지 요구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글로벌한 적용이 가능해야 한다. 고객 밀착형 기업으로 다가서려는 IBM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IBM은 메인프레임이라는 걸출한 수익원을 확보하고 이 하드웨어에 사용되는 수많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서 막강한 시장 장악력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메인프레임 시스템을 사용하던 고객들이 유닉스 시스템으로 다운사이징 하면서 위기를 맞았고, 하드웨어에 종속됐던 소프트웨어도 덩달아 분리되면서 소프트웨어 사업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런 위기에 빠진 IBM은 기업생산성 소프트웨어 업체인 로터스와 시스템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티볼리, 개발 툴 업체인 래쇼날 등을 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01년 이후에는 무려 29개의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하면서 개방형 IT 시스템 시장에서 무시못할 소프트웨어 업체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IBM이 SW 무덤? 무슨소리!!"
IBM의 소프트웨어 사업 중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분야가 웹스피어 브랜드로 불리는 '미들웨어'다. IBM은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 관리(SCM) 등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는 발을 담고 있지 않다. 미들웨어 분야에 유독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스티브 밀즈 부회장은 "IBM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단 선을 긋고 "미들웨어 시장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과 같은 속도와 규모로 성장하는 분야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참고로 고객들이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에는 5달러를 투자한다. 더 큰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SAP나 오라클은 IBM의 파트너다.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거나 어떤 환경이 바뀌더라도 아주 행복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IBM이 파트너라고 말한 SAP나 오라클은 각각 '넷위버'와 '퓨전 미들웨어'를 내놓고 IBM의 미들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들웨어 전문 업체인 BEA 또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미들웨어 분야에서 가능성 못지않게 많은 위협도 도사리고 있다. 이를 어떻게 돌파할지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다.
IBM 소프트웨어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분야를 적극 지원하는 IBM의 행보도 눈여겨 봐야 한다. IBM은 그 어떤 IT 업체보다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크게 지원하고 있다. 자바 개발자를 위한 '이클립스'를 만들어 독립시켰고, 아파치에 대한 대부분의 지원도 IBM이 도맡다시피하고 있다.
그는 "오픈소스를 통해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곳이 IBM이다. 오픈소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수많은 시스템간의 연결과 통합이 가능해졌다. 또 고객이 원하는 가격에 지원해 줄 수 있게 됐다. 오픈소스 관련한 제품 포트폴리오도 그 어떤 업체보다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경쟁력 확보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이달 말 한국IBM은 국내 진출 40주년을 기념해 행사를 갖는다. 한국IBM은 1967년 국내에 진출했다. 당시에는 하드웨어 기업으로 인식돼 왔고, 이런 인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인식도 변할 것 같다. 아니 한국IBM이 이미 변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오른쪽 사진)은 "한국 사회발전과 함께 하는 IBM의 고민이 솔루션 센터 설립까지 이어졌다"며 "이제는 한국IBM이나 우리 사회가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분야에 중점을 두고 나아가야 할 때인 것 같다. 한국IBM이 이런 변화를 이끌면서 동시에 고객들의 변화를 돕겠다"고 밝혔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IBM)'의 변신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