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 시장에서 IBM의 선택은?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통합 커뮤니케이션(이하 UC) 시장에서 IBM의 행보는 관람객들의 재미를 더해준다. 외견상으로 네트워크 업체들이 관련 기능을 제공하면서 애플리케이션 업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시스코의 경쟁은 IBM 입장에선 남의 집안 사정이 아니다.
IBM도 도미노와 로터스 노츠, 세임타임, 기업 포털, 협업 툴 등 관련 시장에서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품군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선보인 '세임타임 7.5'의 변화와 내년 1분기에 선보일 도미노와 로터스 노츠의 혁신에 가까운 변화 등은 이 시장을 겨냥한 IBM의 의지가 어떤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일단 IBM의 변화 의지를 제품의 변화에서 살펴보자. 최근 IBM은 세임타임 7.5를 출시했다. 세임타임은 기업 전용 사내 메신저 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인용 메신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기업 전용 메신저 시장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동안의 두 회사의 지향점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UC 시장에서 각 업체별로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프리젠스 서버 분야다. 유병수 한국IBM 소프트웨어사업부 로터스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로터스 기술 영업지원팀장은 "그동안 메일 중심, 인스턴트 메시징 중심에서 이제는 프리젠스 기반의 다양한 통합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젠스는 말 그대로 현재 사용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으로 '온라인', '자리비움', '다른용무', '금방 돌아오겠음', '통화중', '식사중'과 같은 형태로 자신의 상황을 다른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기능을 한다. 기업들은 이런 상태 정보에 개인들의 일정, 위치, 전화, 전자우편, 메신저, 이메일 관리, 연락처, 상세정보, 기능 추가 공간과 같은 내용들을 연동한다.
이런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세임타임의 7.5 버전에는 무슨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큰 변화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도미노 기반이던 이 제품이 '이클립스' 기반으로 완전 탈바꿈했다는 사실이다. 세계 최대의 오픈소스 플랫폼 중 하나인 이클립스 플랫폼을 도입해 세임타임의 부가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극대화했다. 고객들은 세임타임 7.5 기능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는 별도의 개발없이 수 많은 ISV들이 선보인 제품을 찾아내는 일에 더 열중하면 된다. 세임타임 7.5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2007과의 연동도 매끄럽다.
또 한가지는 로터스 노츠의 변화. 로터스 노츠의 경우도 세임타임의 변화를 그대로 수용했다. 그동안 도미노 서버 기반에서만 가동됐는데 이 제품도 이클립스 기반으로 모두 탈바꿈한다. 관련 제품은 내년 1분기에 출시되며 이미 시제품이 나와 있는 상태.
유병수 한국IBM 실장은 "개발 툴들을 모두 이클립스 기반으로 변화시킨 이후 첫 번째로 기업 내 핵심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제품들을 이런 전략에 따라 개발했다"며 "고객에게 필요한 모든 제품들을 IBM이 모두 개발할 수는 없다. 이클립스 기반의 좋은 제품들이 많은 상황에서 긴밀한 협조를 통해 고객들의 선택의 폭을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스코와의 관계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일단 시스코와의 전쟁을 선언한 상태다. 하지만 IBM은 철저하게 '협력'을 이야기한다. IBM의 세임타임은 시장에 출시된 IP PBX 중 시스코 콜 매니저와 가장 긴밀히 연동돼 있다. 하지만 시스코에서도 이런 기능을 담당하는 프리젠스 서버를 시장에 출시한 상태다. 서로의 목숨을 위협할 무기들을 서로 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이 지점에서 IBM의 고민은 시작된다. IBM은 이제 서비스 회사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자신들이 가진 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IBM이 보유한 기술력과 외부의 기술과 조언을 적시에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고민일 뿐이다.
IP 텔레포니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은 역시 시스코다. 네트워크 시장의 점유율과 풍부한 실탄, 발빠른 인수 합병 전략 등 시스코는 가장 영향력이 큰 업체다. 이런 시스코와 협력해 고객이 필요한 사항을 전달하면 그것으로 IBM의 역할은 다했다고 판단한다. IBM 솔루션 환경으로 구축된 고객이던 마이크로소프트 솔루션 환경으로 구축된 환경이던 IBM 입장에서는 동일한 고객일 뿐이다.
한국IBM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국내 '골드 파트너' 중 한 곳이다. 네트워크 사업부에서는 시스코와의 협력을 다져가고 있다. IBM 애플리케이션 환경에 시스코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통합 커뮤니케이션을 구현토록 한다면 어떻게 할까?
한국IBM 아태지역 글로벌 서비스 부서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 솔루션간 통합이 가장 잘 돼 있다는 점은 역으로 고객의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합 커뮤니케이션은 말 그대로 통합된 업무 환경을 구현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 초기 단계에서는 긴밀한 협조가 장점"이라고 밝혔다.
일단은 협력을 선언한 두 회사. 하지만 언제 갈라설지 모를 그런 관계라는 점에서 언제까지 두 회사가 밀월 관계를 유지할지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