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서비스 생태계, '매시업'

2007-04-18     도안구

"관심을 많이 끌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매시업 서비스가 등장하지 않아 아쉽다. 그러나 공개API를 더 정교하고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 매시업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공동으로 개최한 매시업 데이가 끝난 뒤 신수완 NHN 과장이 던진 클로징 멘트다. 갈길이 멀지만 앞으로 매시업 활성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매시업이 주목받고 있다. 포털이나 전자상거래, 공공 기관들이 자신들이 보유한 서비스의 오픈 API를 공개하면서 제 3의 사용자들이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매시업은 폴 래드마셔(Paul Rademacher)라는 사람이 구글 맵스를 해킹해 부동산 정보와 지도를 조합시켜 하우징맵스닷컴(www.HousingMaps.com)을 운영하면서 주목받았다. 구글은 폴 래드마셔를 고소하지 않고 채용했다. 또 구글은 구글 맵스의 API를 공개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이를 활용하도록 했다.


해외에서는 구글이나 야후, 아마존,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포털과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물론 정부도 적극적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네이버와 다음커뮤니케이션, 쇼핑몰 업체인 알라딘 등이 오픈 API를 제공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거버먼트 2.0 프로젝트의 하나로 매시업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


오픈 API 중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은 검색과 지도다. 특히 지도의 경우는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일반 기업이나 개인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콩나물(www.congnamul.com)을 서비스하는 트윈클리틀스타 주현우 부장은 “지도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이어주는 가교라서 쉽게 활용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수완 NHN 과장도 “검색을 제외하면 지도 쪽이 단일 API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지도 데이터 자체가 희소성이 있었는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밝혔다.


하우징맵스닷컴과 같은 서비스도 국내에서 가능해진다. 부동산114 같은 정보 사이트들은 직관적으로 정보를 찾고 이해하기가 수월치 않다. 개인 사용자들과는 별개로 기업 내부에서도 이를 적극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매시업은 포털이나 전자상거래 업체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돈’ 되는 사업이 아니다. 사용자들에게 자사의 서비스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매시업을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사용자들이 오픈 API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야후도 자사 서비스 확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야후는 '야후! 파이프(http://pipes.yahoo.com)와 '야후! 메일 오픈 API' 를 제공하고 있따. 파이프는 자신이 원하는 RSS 자료들을 드래그앤 드롭 방식으로 자유롭게 끌어놓고, 파이프 단위로 묶어 새로운 RSS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일종의 리믹스 서비스다. 



다시 말하면,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인터넷 데이터 소스를 연결, 흐름, 재구성하도록 함으로서 매쉬업 아이디어를 일반화한 서비스로 평가 받고 있다. 프로그래밍 순서도를 짜듯이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런 문제와는 별개로 오픈 API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만만치 않다. 기존에 제공되던 서비스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대로 오픈 API를 제공해야 한다. 포털들이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력을 쌓은 실력자들을 뽑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레미 자워드니(Jeremy Zawodny) 야후 플랫폼 엔지니어링 그룹 개발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지금까지 ‘데이터 소스’와 ‘RSS 피드’는 있었지만, (이를 연결하는) ‘파이프’는 없었다”며 “야후 파이프는 매우 흥미로운 온라인 데이터 매시업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자사 솔루션을 확산시키기 위해 API를 공개하고 개발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포털들이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기 위해 동일한 수순을 밟고 있다. 이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국내 쇼핑몰들은 해외 업체들과 비교해 매시업을 위한 공개 API 제공이 더딘 편이다. 쇼핑몰 업체인 알라딘은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알라딘은 상품과 검색 API를 공개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나아가 TTB(Thanks to Blogger)라는 수익 공유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TTB는 해당 상품을 누군가가 클릭해서 구입을 하면 작성자 블로거와 구매자에게 각각 1%의 적립금을 지급한다.


예를 들어, 작성하신 포스트를 통해 판매가 1만원 도서가 판매될 때마다 3%인 300원이 적립되는 것.


김성동 알라딘 웹기획팀 팀장은 “매시업이 상당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수익을 확대하려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사이트 운영과 신규 서비스 개발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확실한 수익이 뚜렷하지 않는 곳에 회사의 인력들을 투입하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전한다.




알라딘도 기획해 진행하는데 원래 계획보다 6개월 정도 늦었다.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은 지난해 10월 이후부터 매출이 상당히 올랐고, 알라딘에 대한 방문자 수나 회사 이미지 개선과 주목도로 향상됐다. 김성동 팀장은 “매시업 기획자로서 회사 매출과 공개 API를 통한 매출 기여도를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현재 고민을 토로한다.


알라딘은 매시업과 수익 공유 프로그램을 확산 시키기 위해 또 다른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게시된 책 이미지를 블로거들이 자신의 사이트에 노출해 놓고 클릭을 해서 책 소개 페이지에 도달만 해도 수익을 공유하겠다는 것. 영화 예매쪽도 관련 서비스를 연계하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관련 서비스는 9월 정도에 가시적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김성동 팀장은 "아직까지는 이글루스와 협력하고 있는데 테터툴즈 사용자들도 플로그인 방식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안정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시업은 일반 포털과 전자상거래 업체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IBM, BEA, 마이크로소프트같은 미들웨어 전문 업체들이 관련 솔루션과 툴들을 제공하면서 기업 고객들이 회사 내부의 인력들과 협력사들간 수많은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면, IBM의 경우에는 블루페이지+(IBM 직원 프로파일)에 전세계 직원의 사무실 위치를 구글맵스와 구글 어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소셜 네트워크 환경인 스몰 블루(small blue)에서도 검색된 각 노드(직원)에 대해 앞의 형태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스피어 포털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인 경우 구글의 3000개 정도의 가젯을 유연하게 가져다 포틀릿으로 구성해 사용이 가능하다. 한국IBM 유병수 실장은 “그 외에 SAE(Situational Applications Environment) 사이트를 TAP(Technology Adoption Program)으로 운영하면서, 직원의 매시업 애플리케이션을 자유롭게 공유하게 하고 있다”고 전하고 “이는 세임타임 7.5.x의 플로그인(plug-in)이나 로터스노츠 8의 플러그인 혹은 포틀릿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기업들이 매시업과 콤포짓(composite) 애플리케이션의 차이를 혼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기업 포털 솔루션들을 도입하면서 중앙 IT 시스템에서 산재한 서비스들을 가져다가 사용해 왔다. 중앙 엔진의 역할이 더 컸던 것.


이에 비해 매시업은 기술력도 별로 없고, 예산도 부족한 협업 부서에서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물론 매시업 애플리케이션들을 쉽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API를 시스템에 등록하면 이 시스템이 XML로 변환시켜서 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류윤상 BEA시스템즈코리아 팀장은 “매시업의 주체는 일반 사용자들이고 콤포짓 애플리케이션은 IT 전산팀이다. 물론 매시업을 위해 전산팀들이 지원해야 되는 건 당연하지만 중앙 집중화된 단일 기능을 제공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기업이나 포털, 전자상거래, 정부 등 매시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확산은 이를 활용하려는 개인들의 참여에 달려있다. 마당을 깔아도 놀 사람이 없으면 수많은 노력들은 허망하게 끝날 수 있다. 



초기에는 프로그래밍을 아는 전문가 집단에서 이를 활용하겠지만 서비스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일반 사용자들이 아주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줘야 한다. 정보와 서비스 소비자로서의 사용자들이 생산자로서 적극적으로 변모될 수 있는 하나의 창구가 매시업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