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다음 '매시업 경진대회'를 가다
나름 여유를 부렸는데도 행사 시작 10분 전에 겨우 도착했다. 본행사가 시작되지 않아 어수선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차분한 분위기였다. 아직은 자리의 여유가 있었다. 뒷좌석에서 느긋이 발표를 지켜보며 행사 분위기를 스케치하기로 했다.
이 곳은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공동 진행하는 '2007 대한민국 매시업 경진대회' 본선대회장이다. 국내 인터넷기업의 쌍두마차인 NHN과 다음이 함께 진행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두 기업 실무담당자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응시자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보면서 서비스에 활용할 방안을 마련할 생각이었으리라. 방청객의 절반은 본선 참가자들과 이들을 응원하러 온 지인들로 보였다. 그 빈 자리를 다음과 NHN의 직원들과 진행자들이 채우고 있었다.
네이버와 다음은 자사 서비스의 상당수 API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API를 공개하면 전문적인 개발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어볼 수 있다. 예컨대 다음 지도API를 이용해 자신의 블로그에 간단한 지도 서비스를 붙일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 Open API와 다음 DNA 오픈API 사이트를 방문하면 이들이 공개한 API 목록과 함께 다양한 API를 직접 받아 활용할 수 있다.
매시업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 공개된 API를 있는 그대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하는 것이 매시업의 목적이다. 이를테면 구글의 위성지도 API를 이용해 각 집과 건물마다 부동산 정보를 덧붙이는 식이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만 있으면 공개된 API를 이용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서비스를 어렵잖게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NHN과 다음이 API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번같은 매시업 경진대회를 여는 것도 젊은 개발자들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고자 함이다.
333개팀 63개 작품 예선 거쳐 8개팀 결선 벌여
행사가 시작되고 주최측의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이번 2007 대한민국 매시업 경진대회를 위해 다음과 NHN은 2월초 공식 블로그를 열고 참가신청과 행사설명회 접수를 받았다. 행사는 서울(연세대)과 대전(KAIST)에서 각각 한 차례씩 열릴 예정이었는데, 접수 하루만에 서울행사가 마감되는 등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다. 애당초 두 번으로 계획된 설명회를 한 번 더 추가한 것도 이런 이용자의 뜨거운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였다.
행사는 개인 또는 팀 단위로 참가할 수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선 모두 333개 팀에서 63개의 작품이 접수됐다. 다음쪽 행사책임자인 윤석찬 기술혁신센터 DNA랩 팀장은 "애당초 40~50여개 작품을 예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많은 작품이 응모했고 작품 수준 면에서도 기대를 웃돌았다"고 흐뭇해했다. 응모된 작품은 두 업체 기획·개발·UI 팀장 등 6명의 심사를 거쳐 학생부 3팀, 일반부 4팀, 특별상 1팀 등 모두 8개 본선진출작을 가려냈다. 이 날은 이들 8개 팀의 프리젠테이션을 심사해 최종 수상작을 결정하게 돼 있었으니, 참가팀으로선 '결전의 날'인 셈이었다.
행사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 것은 NHN과 다음 두 회사 대표들의 등장이었다. 깜짝 이벤트쯤으로 여긴 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최휘영 NHN 대표와 석종훈 미디어다음 대표는 약속이나 한 듯 "참가자들의 작품을 보고 아이디어와 완성도에 깜짝 놀랐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앞으로도 매년 매시업 경진대회를 여는 것은 물론, 이번 경진대회를 계기로 두 회사가 손잡고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본선 심사위원은 모두 4명이었다.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연구소장, 최소영 다음 CSO(최고전략책임자), 위의석 NHN 플랫폼개발센터장, 김종화 윙버스 사장 등이다. 심사위원을 대표해 류한석 소장이 간단한 심사기준을 발표했다. 행사일정에 없던 발표였던지, 류한석 소장은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즉석에서 순발력 있게 심사기준을 열거했다. "창의성 20점, 완성도 10점, 서비스 가능성 10점, 발표태도 10점, 여기에 예선결과를 참조해 종합점수를 산정하겠습니다. 이상!" 역시 관건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였다.
이번 대회는 다음과 네이버의 공개 API 뿐 아니라 구글이나 플리커 등 이미 공개된 다른 API를 활용하는 것도 허용했다. 그 덕분에 다양한 API를 활용한 아이디어 작품이 많이 나왔다. 다만 '적어도 1개 이상의 다음이나 네이버 API를 활용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었다.
열띤 프리젠테이션…순수·열정·재기발랄함에 취하다
특별상이 확정된 '두빛나래'팀의 '올앰프'를 시작으로 본선 작품 프리젠테이션의 막이 올랐다. 두빛나래의 올앰프는 노래 목록이나 가수명으로 손쉽게 원하는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찾아주는 서비스다. 라스트FM의 음악재생 API와 네이버 블로그 검색 API를 결합했다. 예컨대 'beatles'를 입력하면 '공감점수'가 가장 높은 'Let It Be'가 최상위에 뜨도록 하거나, 오른쪽 사이드바에 비슷한 취향의 가수목록이 뜨는(예컨대 '비틀즈' 검색시 '밥 딜런'을 추천하는 식) 등 재미있는 기능들이 들어 있었다. 이미 특별상이 확정된 상태에서 한 발표인지라, 긴장감 없이 물 흐르듯 발표가 이어졌다.
행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가운데 마지막 팀이 등장했다. 'Boy's on TOP'팀의 '거침없이 글짓기'는 결론부터 말하면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발표자인 정원석 씨의 발표 기술도 뛰어났거니와, 서비스의 독창성이나 아이디어도 감탄을 연발시켰다. 발표작 가운데 유일하게 웹이 아닌 클라이언트 기반의 SW 형태로 제작된 '거침없이 글짓기'는 영어 문장을 입력하면 구글의 검색 API를 이용해 구글 웹문서를 뒤져 가장 많이 등록된 표현을 기준으로 문장을 교정해주는 서비스다. 구글의 웹문서가 방대한 만큼, 검색 결과수가 많으면 곧 많은 사람들이 쓰는 표현이라 간주한 것이다. 말하자면 '집단 지성'의 힘과 구글의 검색기술을 살짝 빌려 멋진 서비스를 구현한 셈이다. 검색을 되풀이해도 구글 서버에 부하를 줄 뿐 이용자 PC에는 아무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 SW 형태로 선보였지만 파일형식만 변형하면 마이크로소프트 닷넷 프레임워크 2.0 기반의 웹서비스로 간단히 전환할 수 있다. 더구나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도 없이 저런 형태의 영작문 교정 SW를 만들어낸 것은 집단지성의 힘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한마디로 '아이디어의 승리'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멋진 서비스였다.
결선이 끝나고 심사위원들이 짧은 회의를 거쳐 수상작을 차례로 발표했다. 예상대로 1등상인 대상에는 마지막 발표자인 'Boy's on TOP'팀의 '거침없는 글짓기'가 선정됐다. "나머지 수상작들도 뛰어났지만, 창의성에 가장 높은 점수를 두었다는 점에서 어렵잖게 1등을 뽑았다"고 위의석 NHN 플랫폼개발센터장은 밝혔다. 모든 수상자들은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입사시 서류전형을 면제해주는 특혜를 받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수상과 상금 이상의 배움을 얻었으리라 믿는다. 다음과 NHN의 매시업 경진대회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쭈욱~.
<수상자 명단> 대상
우수상
장려상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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